서울시, 미스터리 쇼퍼 방식 ‘카카오택시’ 실태조사 결과 발표
장거리 호출은 54% 기록…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도
카카오택시 “장·단 우선 매칭 없어…조사 방식 정확성 한계”

서울의 한 도로에서 운행 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뉴시스
서울의 한 도로에서 운행 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서울시가 카카오택시 운행 실태에 대해 조사한 가운데 목적지에 따라 승객을 골라 태우는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

서울시는 24일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택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조사원이 승객으로 가장해 841대의 카카오택시를 직접 호출·탑승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시는 2개월 동안 △장거리(10㎞ 이상)·단거리(3㎞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 시간대를 각각 구분해 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운행 시간대와 승객의 목적지에 따라 카카오택시 호출 성공률에 차이가 있었다. 평일 밤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경우 단거리 호출 성공률은 23%로 낮았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 호출 성공률이 54%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안기정 연구위원은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하다.

카카오택시로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할 경우, 장거리(81.8%)보다 단거리(66.4%), 주말(88.1%)보다 평일(63.3%), 아침(79.0%)·저녁(83.2%)보다 밤시간대(58.6%)가 호출 성공률이 낮았다.

서울시가 공개한 카카오택시의 유형별 택시 호출 성공률. ⓒ서울시
서울시가 공개한 카카오택시의 유형별 택시 호출 성공률. ⓒ서울시

택시업계가 꾸준히 지적해온 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도 일부 확인됐다. 서울시 연구원들이 일반택시를 호출했을 때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가 배차된 건이 39%를 기록했다.

유형별로 보면, 택시 수요가 적은 주말, 단거리, 아침일수록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높았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가맹택시 비율이 16.7%로 낮지만,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86%로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안 연구위원은 “가맹택시 비율이 약 40%로 높은 것은 콜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며 “다만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아 향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부제 해제, 전기택시 보급 확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서울시는 올해 초 카카오택시 측에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미표기하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방안을 요청했다.

이에 더해 승객이 일반호출을 했을 때 우선 일반택시가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5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도 콜을 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는 카카오택시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심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현재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해 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다.

거리별 택시 배차 성공률을 담은 서울시 실태 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왼쪽)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입장문을 통해 공개한 리포트 자료. ⓒ카카오모빌리티
거리별 택시 배차 성공률을 담은 서울시 실태 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왼쪽)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입장문을 통해 공개한 리포트 자료. ⓒ카카오모빌리티

서울시의 실태조사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T 플랫폼은 장·단거리 콜을 가려서 기사에게 전달하거나 장거리 손님을 우선 매칭하지 않으며, 승객을 골라 태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시 자료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가 장거리(31.1%) 보다 단거리 호출에 대해 배차된 비율(46.2%)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단거리 호출 건에 대해 가맹택시 기사들이 승차거부 없이 운행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시의 조사 방식과 표본수 한계로 인해 조사 결과가 실제 택시 운행 실태를 정확하게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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