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에 단추까지 재활용…‘버릴 것 없는’ 명품
리페어에서 리폼으로…친환경에 개성 갖춰 인기
본사 AS 불가·다소 비싼 수선 가격 단점으로 꼽혀

경기불황 속에서도 명품의 인기는 여전한 가운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명품 제품을 고쳐서 쓰는 리폼 행위 또한 주목받고 있다. 명품 리폼은 친환경 및 업사이클링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제품에 완전히 새로운 개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각광받는다. 반면 필연적으로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해치는 행위인 만큼 상표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품의 소유권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제3자에게 유통될 경우 그 피해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본보는 명품 리폼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살펴보는 한편, 환경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짚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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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샤넬 정품 단추로 만든 ‘제니 목걸이’ 팝니다”

중고거래 사이트 속 샤넬 목걸이 판매글에 씌인 문구다.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와 레드벨벳의 조이가 착용했다는 해당 목걸이의 로고는 분명 샤넬이지만, 그 흔한 보증서나 영수증조차 없다. 대부분 샤넬의 단추를 활용해 새로이 리폼한 일명 ‘업사이클링 (upcycling)’ 제품이기 때문이다.  

명품은 오랜 기간 동안 대중에게 브랜드 고유 가치를 인정받은 고급품을 뜻한다. 물론 이는 화장품과 각종 기성품에도 으레 따라붙는 보통명사지만 통상 명품이라고 하면 특정 브랜드의 고가 제품류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명품의 인기는 오랜 역사와 장인의 솜씨, 높은 품질과 가격 등 여러 요인에 기반한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특별한 프리미엄 이미지로 볼 수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고물가와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명품의 인기는 ‘불패 신화’를 이루고 있다.  

시장 조사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가 141억6500만 달러(한화 15조8800억원)로 세계 7위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대부분의 업종이 매출 타격을 입은 가운데서도 한국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4.6%를 기록했다.

이 같은 럭셔리 제품에 대한 인기와 함께 2030 사이에서 부상하는 친환경 가치소비의 열망이 맞아떨어지면서 명품 리폼 시장도 빠르게 발전하는 모양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제니 단추 목걸이’를 검색한 결과 [사진출처=네이버 검색결과 캡처]<br>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제니 단추 목걸이’를 검색한 결과 [사진출처=네이버 검색결과 캡처]

질린 가방부터 작은 단추 하나까지도 ‘새로 고침’ 재미 UP

실제 친환경 가치소비는 MZ세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이는 트럭의 폐방수천과 안전벨트 등으로 가방을 만드는 글로벌기업 ‘프라이탁’의 선풍적 인기로도 알 수 있다. 

프라이탁은 자원 재활용 뿐 아니라 제품 가공 과정에서도 재료를 빗물로 세척하고 자연풍에 건조시키는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버려지는 물건에 가치를 더하고 멋진 디자인을 입히는 ‘업사이클링’의 성공사례로 자리잡은 이 기업은 폐품을 명품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세상에 하나뿐인 예쁜 쓰레기’라는 별칭에 걸맞게 젊은 세대의 개성을 저격해 ‘Z세대 명품’으로 거듭났다.

이렇듯 친환경 차원에서는 장롱에 처박힌 철 지난 옷이나 낡은 가방이 다시 태어나는 것 또한 디자인과 활용성의 가치를 더하는 업사이클링의 좋은 예가 된다. 

최근 배우 황신혜의 유튜브 채널에는 ‘유행은 돌고 도는 법. 오래된 명품 옷 리폼해서 입어볼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에서 황신혜는 “각자 갖고 있는 옷들 중에 몇 년씩 갖고 있으면서 생전 손이 안 가는 그런 옷들 다 누구나 몇 개씩은 있을 거다”라며 “근데 그게 명품이면 정말 처치 곤란이다. 버리기는 아깝고 가지고 있어도 생전 안 입고 짐이 되니까 이걸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이 요즘 트렌드에 맞춰 리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유튜브 댓글에는 “옷 쓰레기가 심각한 환경문제인데 스타일리시하게 예전 옷들을 꺼내입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패션과 환경을 동시에 잡은 유익한 콘텐츠 좋아요”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왼쪽부터 중고거래 사이트에 명품 쇼핑백을 검색한 결과, 인스타그램에 명품 리폼을 검색한 결과 [사진제공=당근마켓, 번개장터, 인스타그램 캡처]
왼쪽부터 중고거래 사이트에 명품 쇼핑백을 검색한 결과, 인스타그램에 명품 리폼을 검색한 결과 [사진제공=당근마켓, 번개장터, 인스타그램 캡처]

이밖에도 배우 채정안이나 하연수 등 다수 연예인들도 오래된 명품 제품의 디자인을 새롭게 바꿔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명품 리폼은 제품 구매하는 비용을 아끼면서 새 제품을 구매한 듯한 재미를 느끼는 데다, 친환경에도 일조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옷장 속에 방치된 제품들이 결국 버려진다면 장기적으로 환경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합성 섬유나 가죽 등으로 이뤄진 옷이나 가방, 신발 등은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대로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자원순환사회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2016년 기준 연간 1080억벌 규모의 옷과 145억켤레의 신발이 생산된다”며 “20개국 1만8000명에게 조사한 결과 안 입는 옷이 80~90%”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쓰지 않는 제품을 리폼해 사용하는 행위 자체는 업사이클링 활동으로 볼 수 있다”며 “친환경에 개성적 가치까지 부여되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기존 명품 수선이라고 하면 낡아 끊어진 끈을 갈거나 부속 일부를 교환하는 등 리페어(repair·수리)에 그쳤었다. 그러나 최근 부상하는 친환경 기조에 힘입어 어느덧 명품 자체가 ‘버릴 것이 없는’ 알짜 상품이 된 모양새다. 

인스타그램에 ‘명품 리폼’을 검색하면 1만2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쏟아지는 등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명품을 둘러싼 관심의 양상도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추 등 부자재를 사용해 쥬얼리 액세서리를 만드는가 하면 명품 종이 쇼핑백을 코팅해 새로운 가방을 만드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아예 명품 가방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DIY 키트도 나왔다. 투명한 비닐을 통해 어떤 쇼핑백 로고를 넣어도 해당 브랜드 가방으로 보일 수 있는 가방을 직접 만드는 사례다. 장지갑을 스몰백으로 만들 수 있는 끈만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쇼핑백을 이용해 새로운 가방을 만들 수 있는 키트를 판매하는 모습 [사진출처=네이버쇼핑 캡처]<br>
쇼핑백을 이용해 새로운 가방을 만들 수 있는 키트를 판매하는 모습 [사진출처=네이버쇼핑 캡처]

기존 제품에 활용성 더하지만…손대는 순간 ‘짝퉁’ 주의해야

명품의 가치가 높은 배경으로는 단연 브랜드 고유의 상징성과 희귀성이 지목된다. 이에 리폼 행위 자체가 새로운 가품(짝퉁)을 양산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언급한 샤넬 리폼 목걸이의 경우 정품 단추나 빈티지 목걸이라고 해서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이 중고 사이트에 쏟아졌다. 여지없이 판매글에는 ‘해외 바잉샵에서 샀다’, ‘내 옷에서 뗀 정품’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그러나 이런 제품에 대해 정품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단추 자체가 단독 제품이 아닌 의류의 부자재이기에 별도의 증명서가 없기 때문이다. 출시한 지 오래된 빈티지 목걸이라고 해도 영수증이 없다면 사정은 마찬가지다.

실제 이런 리폼이나 모조 행위에 대해 샤넬에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샤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중고 소매인에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샤넬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브랜드 고유 가치를 침해하는 경우가 확인된다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명품 리폼의 경우 소장하고 있는 제품을 활용하는 것인데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는 점이 흠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의류 수선의 경우 천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직접 손댈 수도 있는 등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세탁소나 수선집이 동네 구석구석 위치해 있는 만큼 손쉽게 견적을 알아볼 수도 있다.

가방끈을 수선하는 모습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가방끈을 수선하는 모습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고가의 가죽백 등의 경우 소비자 체감가가 다소 높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나온다. 

30대 후반 이정은씨는 “예전에 150만원 주고 산 가방을 당초 중고로 팔려고 보니 시세가 60만원 정도였다”며 “이럴 바에 요즘 유행하는 작은 가방으로 리폼을 할까 싶어 알아보니 40만원으로 비싼 가격을 부르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비싼 돈을 들여놔서 나중에 이걸 팔 때는 대체 얼마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고 덧붙였다.

30대 중반 김가연씨도 “친구가 큰 루이비통 가방으로 데일리백을 만들면서 열쇠고리부터 카드지갑까지 맞췄길래 가격을 물어보니 70만원이 넘어 그냥 포기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리폼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 책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리폼업계 관계자는 “가방을 단순히 자르고 붙이고 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세상에 없는 디자인을 창출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긴 상담이 이뤄진다”며 “가죽의 경우 기계 바느질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한땀 한땀 장인의 손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기에 저가로 진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리폼 의뢰를 맡기는 순간 정품 브랜드의 AS를 받기 어렵게 돼 일명 ‘짝퉁’이나 다름없게 전락한다는 점에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에서는 리폼해 디자인을 변형한 제품의 경우 수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정품 디자인을 바꾼다는 명목으로 리폼을 하게되면 그 즉시 이른바 ‘짝퉁’이 되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명품업계에서는 디자인을 바꾼 리폼 제품에 대해 보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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