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변한 라면 ‘TOP3’?…농심 새우탕·신라면·짜파게티
원재료 바뀐 성분표 제시한 소비자 “무(無)맛에 밍밍”
라면업계 “입맛·농산물 작황 변수…맛 개선 연구 매진”

짜파게티와 신라면, 새우탕 사진 [사진제공=농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짜파게티에서 정말 아무 맛도 안 나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농심 일부 라면 제품의 맛이 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유의 감칠맛이 사라진 데다 밍밍해 아무 맛이 나지 않는다는 혹평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농심 측은 제품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맛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커뮤니티 ‘인스티즈’에는 ‘맛이 변했다고 하는 라면 TOP3’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조회수 100만회를 넘긴 해당 글을 살펴보면 ‘요즘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고 말 많은 라면’으로 짜파게티가 지목됐고 ‘최근 커뮤니티와 SNS에서 노맛으로 핫해진 라면 3대장’으로는 역시 짜파게티와 신라면, 새우탕이 나란히 꼽히기도 했다.

해당 글이 이목을 끄는 이유는 이른바 ‘변심’한 라면 3종이 모두 농심의 제품인데다 모두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테디 셀러’라는 공통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 출시 연도를 살펴보면 짜파게티는 1984년, 신라면과 새우탕은 각각 1986년, 1989년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 단종되지 않고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아 온 농심 라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범인으로 지목된 MSG…“국내 라면엔 대부분 없어” 

‘매울 신(辛)’이 새겨져 ‘사나이 울리는 라면’으로도 유명했던 신라면, 수많은 ‘일요일 요리사’를 배출한 짜파게티의 인기는 국내외를 막론한다. 첫 큰사발면이었던 새우탕 또한 호불호는 갈리지만 해물 맛 특유의 감칠맛으로 인기를 끌어 온 제품이다. 

농심은 주력 상품인 해당 제품들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해외법인 총 매출액 1조원 돌파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농심의 라면들이 제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앞서 게재된 게시글에서도 해당 라면들에 대해 모양새는 안 변했는데 아무 맛이 나지 않고 밍밍한 데다 짜장 향이나 새우 향, 매운 향만 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글에는 1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소비자들이 라면 맛이 달라졌다는 평가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진짜 너무 맛이 없어져서 나는 간장을 넣고 졸여 먹는다”, “소금 한 꼬집이나 미원을 넣고 끓여보라”는 나름의 대체 레시피를 제시하는 누리꾼도 다수 등장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짜파게티의 2015년과 2021년의 성분표를 비교한 대목이다. 맛이 달라졌다고 느낀 소비자가 직접 성분표를 비교해 본 결과, 나트륨과 탄수화물, 당류와 함께 약간의 성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2015년에는 물엿분말과 육수맛 조미베이스가 있었지만 2021년엔 해당 항목들이 사라졌고, 조미건양파는 튀김양파로 바뀌었다. 그리고 새로이 발효사과분말과 볶음양파분이 추가됐다.

이 소비자는 “물엿분말은 단맛용이고 발효사과 또한 어느 정도의 단맛과 향을 끌어올린다고 봤을 때 비슷한 성분이라고 본다면 육수맛 조미베이스의 부재가 맛 변화의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추해 보자면 육수맛 조미베이스는 MSG이고 이를 빼니 맛이 변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농심 관계자에 육수맛 조미베이스에 MSG가 첨가됐는지 질의했지만 레시피와 관련된 부분은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향미증진제)의 경우 오랜 시간 유해한 물질로 알려져 왔다. 이에 소비자 인식을 고려해 대부분의 국내 라면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제외됐다.

실제 대상의 미원라면, 팔도 틈새라면 외에는 대부분의 성분표에서 해당 성분을 찾기는 어렵다. 신라면이나 불닭볶음면의 경우 해외 수출 제품에는 일부 첨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MSG에 대한 인식 개선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서 “MSG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식품 첨가물”이라며 홍보하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라면에 MSG가 들어가지 않는 만큼, 농심 라면 3종 맛의 변화 요인을 MSG로 지목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라면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 입맛도 진화…라면회사 3사, 맛 개선 연구 ‘ING’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입을 모아 라면 맛이 변했다고 성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심 관계자는 라면 속에 들어가는 원재료, 특히 해마다 작황 상태가 달라지는 농산물의 맛에는 변수가 있기에 맛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 개발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농심 관계자는 “당근을 예로 들자면 당장 올해와 지난해 당근의 맛이 같지 않다”며 “식품 가공 기술 면에서 보면 원재료 맛이 변할 경우에라도 전체적인 맛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입맛 또한 변해 출시 당시인 1980년대와 2022년의 맛이 전혀 다르다”며 “짧게는 한 달만에 레시피를 리뉴얼하기도 하는데 이는 맛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양라면과 오뚜기 또한 기존 제품에 대한 레시피 리뉴얼을 꾸준히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양라면 관계자는 “진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추고 맛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레시피를 리뉴얼하는 노력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오뚜기 관계자 또한 “기성 제품이라고 해서 레시피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며 맛을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연구 개발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라면 맛에 대한 지적은 비단 농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삼양라면 또한 ‘햄 맛 파동’이라는 이름으로 라면 맛이 변했다는 소동을 겪은 바 있다. 2006년 한 누리꾼에 의해 햄 맛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나온 후 수많은 항의가 이어졌다. 결국 2016년부터 건더기 스프에 햄이 다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는데, 누리꾼들은 이를 ‘햄복절’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라면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발언은 생각보다 소비자의 입맛이 유동적이며 진화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 등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진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은 일상 속 음식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른 특징이 있다”며 “산에서 먹는 라면과 집에서 먹는 라면이 다르듯이 기분과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기분 좋은 추억이 반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라면 맛을 선명히 기억하는 소비자라고 해도 2022년에 똑같은 라면을 먹는다면 짜서 먹지 못할 것”이라며 “소비자 입맛은 진화하는데 추억의 맛과 대결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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