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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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두 번째 임기가 절반가량 지난 가운데 회사 곳곳에서 쉴 틈 없이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룹의 숙원이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연중 불거진 임원 성폭행 논란부터 지주사 서울 이전에 따른 지역 갈등 이슈까지  회사가 그동안 강조해온 윤리경영이 무색해 지는 모습이다. 

지난 2018년 7월 처음 포스코 회장을 맡았던 최 회장은 2021년 2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4년 째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연임 의사를 밝힌 직후에는 잇달아 발생한 안전사고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 중립을 행사한 가운데 회장직을 이어가게 됐다. 

최 회장은 기업 실적 부문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재무실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거친 철강업계 재무 전문가로 불린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70조원을 돌파하며 재계 순위 4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올해 역시 친환경 인프라 및 미래소재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포스코와 최 회장 모두 경영 외적으로는 구설과 논란으로 점철된 한해를 보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현수막 채증 지시가 도마에 올랐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서울 이전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마을 곳곳에 현수막을 게재하자 현수막 사진, 부착 위치 등을 채증 해 공유하라는 회사 내부 메일이 외부에 공개된 것이다.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공유된 메일에는 포스코의 그룹장급 간부가 각 부서 부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전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관련 게시글에는 “리더가 주임에게 사진 찍어 오라고 시키더라”라는 증언이 올라오기도 했다. 회사가 예시로든 현수막은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경영자질 전혀 없는 최정우 회장은 즉각 사퇴라하!’, ‘포항시민과 약속무시! 소통부재! 독단경영! 최정우 OUT!’ 등이다.   

포스코는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조직적 행동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익명 게시판을 통해 비윤리적 행위를 요구하는 회사의 행태를 비판하며 “어디까지 추락해야 끝이 나는 걸까”, “시대를 역행하는 회사”, “회장 한 명 바뀌었다고 이렇게 되냐”라는 자조 섞인 한탄을 내놓고 있다. 

이밖에 지난 6월 MBC 보도를 통해 알려진 성폭행 논란도 포스코의 기업윤리를 크게 실추시킨 사건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 A씨는 지난 5월 말 같은 건물에 사는 직장선임의 전화를 받고 외출했다. 하지만 선임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A씨는 이날 심한 폭력과 함께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이미 지난해에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로 사내 신고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가해자 처벌은 감봉 3개월에 그쳤으며 보직이동 됐던 피해자도 3개월 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왔다. 부서에서 여성은 피해자 혼자뿐이었으며 신고 이후 따돌림과 험담 등 2차 가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확산된 이후 포항 지역사회에서는 포스코의 비윤리경영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특히 대외적인 사과나 언급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최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경북 포항지역 시민‧노동단체들은 합동성명을 통해 “피해자 두 번 울리는 포스코의 비윤리경영에 분노한다”라며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은 포항제철소 성폭행 사건에 직접 사과하고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포스코는 2018년 최 회장 취임과 함께 기업시민위원회를 신설하고 윤리·투명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 말 발표한 포스코홀딩스의 기업시민보고서에도 ‘윤리경영 준수’는 포스코 그룹의 핵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로 꼽혔다. 

그러나 포스코는 올 한 해 윤리경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건 자체들도 문제지만,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조직 내외의 신뢰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만약 지주사의 서울 이전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한다면 지역사회의 비판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시간을 들여 설득하면 될 일이다. 비난 받는 것이 무서워 직원들의 개별적 자존을 무시하고 채증을 요구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못하다.

성폭행 논란에서도 최 회장은 책임의 전면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회사는 김학동 대표에게 경고를 주고 그 외 임원에게 감봉 및 보임해임 처분을 하는데 그쳤다. 이 와중에 들려온 최 회장의 상반기 급여 급증 소식은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윤리경영은 선언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ESG 역시 한 때 시늉만 하고 말 유행이 아니다. 포스코는 지난 수년간 안전경영을 강조해왔음에도 잇달아 작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리경영 역시 대외적인 구호에만 그칠까 염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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