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감] “고속철도차량 가격 상승, 폐쇄적 독점체제에 기인”
현대로템 “원가 낮추려 통합발주 요청…차량납품 최선 다할 것”
민주당, 철도 민영화 추진·감사원 자료요청 문제에 공세 집중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1일 국가철도공단, 코레일, SR 등 8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투데이신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1일 국가철도공단, 코레일, SR 등 8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속철도차량 납품 시장의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현대로템과의 납품계약 차질 문제가 거론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감사원의 열차 이용내역 자료요청에 대해 공세를 집중했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가철도공단, 코레일, SR 등 8개 기관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이번 철도관련 피감기관에 대한 국감에서는 고속철도차량 납품계약 문제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됐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2016년 KTX-이음(EMU-260)차량을 2688억원(84량)에 계약했는데 지난해엔 3877억원(84량)에 계약을 맺었다. 6년 만에 가격이 43%나 상승한 셈이다.

최 의원에 의하면 당초 코레일은 수원-인천발 차량을 지난해 발주하고 평택-오송간 차량은 올해 발주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대로템이 수원-인천발 차량 견적가로 1량당 70억7000만원을 제시하며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코레일이 지난 8월 사전규격공개한 현대로템의 견적가는 1량당 56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최 의원은 “가격 상승의 요인은 고속철도시장이 폐쇄적인데다 사실상 현대로템의 독점체제에 있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라며 “독점업체의 가격 상승 압박이 세금의 추가투입과 코레일의 만성적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토부와 코레일이 열차도입시장의 건전한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중견·중소기업 등 후발주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종식 의원도 “고속열차차량 독점업체인 현대로템은 3차례나 고속철도차량 입찰에 응하지 않아 유찰시키면서 납품기한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2006년부터 2016년까지 7건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납품일자를 지킨 계약은 2건에 불과했다. 허 의원은 “현대로템은 자기 힘만으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다. 현대로템에 두입된 정부출연금 규모만 2조5537억원이다”라며 “재벌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앞서 허 의원과 박찬대 의원은 같은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로템이 지난해 고속철도차량 입찰에 응찰하지 않아 정부의 고속차량 공급 계획과 함께 수원-인천 KTX 개통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비판했다. 두 의원은 “독점회사가 정부 입찰에 무응찰로 유찰시킨 뒤 수의계약으로 원하는 가격을 받아가는 것이 갑질이 아니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현대로템은 같은날 “국민 편익 증대를 위한 한국산 고속열차 납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로템은 “부품마다 발주처의 설계승인을 받아 고속차량을 제작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작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구매 수량이 적을수록 최종 제작원가가 상승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현대로템은 “원가를 낮춰 발주처가 원하는 예정 단가를 맞추고자 지난해 코레일에 수원-인천 16량과 평택-오송 120량을 통합발주해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지난 2016년 발주된 사업은 예정가격이 예산 대비 77% 수준으로 낮게 책정되면서 손실을 떠안고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철도부문에서 총 23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1일 국가철도공단, 코레일, SR 등 8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투데이신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1일 국가철도공단, 코레일, SR 등 8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투데이신문

국감장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철도 민영화 추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조오섭 의원은 지난 6일 “철도공단이 지난 1월 전담TF를 구성해 ‘철도시설 유지보수 체계 분석 및 개선방안 수립’ 용역을 진행하는 것은 민영화의 전조로 봐야한다”라며 “실제 2004년 고속철도 1단계 개통 당시 유지보수 업무의 상당부분이 외주화된 사례를 볼 때 이번 용역도 민영화를 위한 포석이 뒬 수 있다”고 짚었다.

조 의원은 “2020년 KDI예타보고서는 철도공사가 제2철도교통관제센터를 운영하도록 명시하고 있었지만 최근 국토부가 발주한 기본계획 연구보고서는 철도공단이 운영하는 것으로 명시했다”라며 “국토부가 기존 예타보고서까지 무력화하면서 철도 쪼개기를 통한 민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두관 의원의 질의시간에는 코레일 나희승 사장이 “철도차량 정비비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게 사실이다. 차량정비도 같이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본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토부가 철도챠랑 정비를 민간에 개방하려 하는데 철도노조 등은 철도차량정비 민영화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라며 나 사장에게 “그같은 견해를 허심탄회하게 국토부 원희룡 장관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감사원이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 실태감사’를 이유로 코레일과 SR에 7131명에 대해 최근 5년간 열차 이용내역 일체를 요구한 사안을 두고 진통을 겪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감사원이 이들의 민간인 시절 사생활 정보까지 수집한 것은 위법”이라며 코레일과 SR의 자료제출이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코레일과 SR에 관련자료 제출과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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