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니즘 매개로 생로병사 다뤄 온 김호연 작가
병마와 싸우며 그린 스케치 등 작품 40여점 선봬
인사동 ‘플러스나인’ 갤러리서 내달 8일까지 열려

[사진제공=플러스나인 갤러리]
[사진제공=플러스나인 갤러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한국적 프라이드를 견지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온 김호연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암 투병 중인 작가의 고통과 진솔한 소회가 담긴 병상 스케치도 만나볼 수 있다. 

 ‘십장생(十長生)’ 작가로도 잘 알려진 김호연 작가 개인전 ‘Hospital Diaries’가 내달 2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플러스나인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김 작가는 뉴욕 주립대 초청 교수를 거쳐 26년간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자유로운 선과 색채에 해학적 미를 담은 작업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동국대 재학시절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신과 인간에 대한 호기심, 생사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현재 작품세계의 원류라고 볼 수 있는 ‘샤머니즘’을 캔버스에 담기 시작했다.

십장생 시리즈 [사진제공=김호연 작가]
십장생 시리즈 [사진제공=김호연 작가]

대표적으로 무녀들의 수호신인 ‘바리공주’, 죽은 이를 위한 노래인 ‘황천무가(黃泉巫歌)’,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시리즈 등을 선보였다. 경주 풍경과 달마, 백호 등도 그가 즐겨 그린 소재다. 

김 작가의 작품은 2014년 개봉한 장률 감독의 영화 <경주>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1995년 당시 장 감독이 처음 경주를 찾았을 때 한 찻집의 벽면에서 김 작가의 춘화를 접한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7년 후 다시 경주를 찾았을 때 그림은 홀연히 사라졌고, 이에 행방을 수소문하던 장 감독의 노력 끝에 김 작가와의 만남이 성사됐다.

김 작가는 영화를 위해 1995년도 찻집 아리솔의 벽에 그려져 있던 춘화를 똑같이 재현했고, 춘화의 제목 또한 ‘경주’ 로 붙였다. 김 작가는 영화 속에서 어설픈 태극권 시범을 보이는 남자 역으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Hospital Diaries’ 전시 작품들 [사진제공=플러스나인 갤러리]<br>
‘Hospital Diaries’ 전시 작품들 [사진제공=플러스나인 갤러리]

어느덧 66번째를 맞는 김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대표작 십장생도 등 작품 40여점이 소개된다. 특히 전시에는 암 투병 중 써 내려간 그의 병상일기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건강하던 그에게 7년 전 갑작스레 찾아온 암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고, 김 작가는 어느덧 일상이 돼 버린 병원에서의 생활을 그림과 기록으로 진하게 남겼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도 담담히 써 내려간 기록은 때로는 절망으로, 때로는 희망의 조각으로 다가온다. 자기성찰적 투병기를 통해 작가는 아프고 진솔한 고백을 건넨다. 

김 작가는 미국 뉴욕과 LA를 비롯해 독일, 일본, 중국, 서울 등지에서 총 66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선재미술관 초대전(1997), 백남준 추모전, 스페이스월드 갤러리(뉴욕·2006) 등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동국대 재직 당시에는 국내 최초로 제자들과 부스·공장 전시를 도입하고 적용했다. 또한 동학예술제를 총괄 기획하고 기록화와 영정을 제작했으며 국립경주박물관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의 기획 전시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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