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내년도 지방 예산은
레고랜드 디폴트로 지자체 새해 사업 대폭 축소
지방채 발행도 대폭 삭감하는 등 긴축재정으로
중소건설사들은 신규 물량 확보 못하고 있어
지역 경제 붕괴 위기에 지역 주민들 근심 늘어나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채권시장 경색을 촉발한데 이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했다. 지자체가 야심차게 여러 가지 사업을 준비했지만 돈줄이 말라가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도 긴축 재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지방채가 언제든지 디폴트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이번에 보여줌으로써 지방채의 인기가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자체는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방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불러온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는 단순히 대국민사과로 끝날 것이 아니게 됐다. 중앙정부가 50조원을 쏟아부어서 간신히 자금시장의 경색을 막아냈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돈줄을 마르게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지방세를 거둬들이는 것 이외에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배정받는 방법이 있고,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법이 있다.

연합인포맥스 채권 발행·만기 통계 따르면 지방채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9개월 동안 총 3조5790억원어치 발행됐다. 이는 재작년 7조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런데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의 지자체가 불요불급한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삭감하거나 지방채 발행을 중단하는 등 긴축재정에 나섰다.

불요불급한 예산 줄여라

채권 시장 역시 과거에는 지방채는 신용도가 높았지만 이제는 지방채도 언제든지 디폴트 될 수 있다는 것을 레고랜드 사태가 보여줬다.

지방채는 국채와 더불어 금리는 비록 낮지만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선호해왔다. 하지만 지방채도 언제든지 디폴트 선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줬다.

이런 이유로 채권 시장에서 지방채가 점차 외면을 받게 됐다. 긴축 재정을 고민했던 지자체의 경우 지방채 발행을 감축하면 되지만 여전히 예산이 모자란 지자체는 지방채 발행으로 그 예산을 충당해야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게 됐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지방채에 대해 이제는 신뢰하지 못한다면서 시중보다 낮게 책정했던 금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틀었다.

기존 지방채를 갖고 있던 지자체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증권사 측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 있던 빚은 과감하게 갚는 것은 물론 지방채 발행을 축소하거나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대구시의 경우 내년도 지방채 발행이 0원이 됐다. 대구 예산이 10조7000억원인데 그 예산 안에서 내년도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5일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필 로일(왼쪽) 사장과 멀린 엔터테인먼트 존 야콥슨 총괄 사장이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놀이시설 출입구 앞에서 공식 개장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5월 5일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필 로일(왼쪽) 사장과 멀린 엔터테인먼트 존 야콥슨 총괄 사장이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놀이시설 출입구 앞에서 공식 개장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구는 0원

그야말로 과감하게 긴축재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불요불급한 사업은 대폭 축소해서 혈세가 나가지 않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러다보니 내년도 예산은 그야말로 대폭 삭감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허리띠를 완전히 졸라 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줄도산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신규 사업이 진행돼야 수주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돈 구경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소 건설사들은 자금 확보를 해야 하는 절박함이 묻어나오고 있다.

이에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소건설사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내년 걱정을 하고 있다.

건설사 “내년 뭐 먹고 살라고”

지자체마다 내년도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건설사들은 내년에는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 것인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중소 건설사들의 내년도 걱정은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해당 지역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일자리가 축소되고, 일자리가 축소되면 그 지역 상권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공사를 진행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이에 먹고 입고 마시고 잠자는 것으로 지역 경제가 순환되는데 지자체가 사업을 줄이게 되면 중소건설사들의 공사도 축소되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경제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부 지자체는 레고랜드 디폴트를 꺼내든 김진태 지사에 대한 원망이 커지고 있다. 일부 중소건설사들은 김 지사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맞아서 죽을 판이라면서 하소연을 하고 있다.

레고랜드 디폴트는 김 지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선언한 것이지만 그것에 개구리(중소건설사)들은 맞아 죽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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