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요기된 ‘성적대상화’…욕심 부린 기업들 참사
정형화된 男‧女 역할…내재된 광고 속 고정관념
불공정이 혐오로, 혐오는 공감 얻어…갈등 심화
20대 90%가 젠더 문제 주목…거침없는 MZ세대
불매운동 등으로 적극 의견 표출…현 기조 이해해야

우리 사회에는 남성과 여성, 즉 성별에 따라붙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케팅에 나섰다가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가 무너지는 사례가 잦아 젠더 이슈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 전반에서는 성별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그로 인한 피해 사례가 산적해 있다. 이처럼 남녀 간 전반적인 불평등과 격차 등은 현대사회의 숙제처럼 남아있다. 이제 소비자‧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젠더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갖고,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산업 전반에 깔려있는 젠더 차별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조명함으로써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무엇인지 탐색해봤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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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조유빈 기자】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산소와 질소, 그리고 광고로 구성되어 있다” - 프랑스의 수필가이자 광고인 로베르 궤링의 말 中

이같은 비유가 등장할 정도로 광고는 우리 일상 속을 가득 메우고 있다. 또한 광고는 주요 TV 방송사와 언론사에서 주로 송출되던 기존 방식을 넘어, 영상‧이미지‧음악 등을 십분 활용한 SNS‧유튜브 분야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다만 잘못 설계된 광고는 기업 이미지와 매출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는 만큼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

이에 기업은 논란이 된 콘텐츠를 내리거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는 순서를 거친다. 특히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젠더 갈등’이 만연한 가운데,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광고를 게재했다가 대중들의 몰매를 맞은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중에게 호감을 이끌어야 마땅한 광고가 성별 간의 혐오, 혹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사례로 떠오르며 기업들의 젠더 의식 수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광고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잘못된 젠더 고정관념과 편견을 공고히 굳힐 가능성도 제시된다.

이처럼 젠더 갈등이 주요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는 만큼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거나 무지했던 기업들도 그 태도를 바꾸고 있다. 소비자 호감도에 경영의 성패가 걸려있기에 기업에게 있어 젠더 갈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 [사진제공=뉴시스]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 [사진제공=뉴시스]

‘입술 근접·신체 압박’…만연한 성적 대상화 광고

광고는 넓을 광(廣), 알릴 고(告)가 합쳐서 완성된 단어다. 있는 그대로 풀어서 보면 특정 사안에 대해 널리 알리겠다는 뜻이 된다. 단어의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 광고는 단시간에 얼마나 많은 고객의 이목을 끌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광고에는 ‘3B법칙’이라는 전통적인 전략이 있다. 이는 미녀(Beauty)‧아이(Baby)‧동물(Beast)이 등장하면 대중들의 주목률을 높일 수 있다는 광고업계 불문율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엉뚱하게도 ‘미녀’가 포함된 대목이다. 이는 시각적인 요소로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고 본능적인 호감을 높이려는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를 따르다 다소 무모한 승부수를 던지는 기업의 경우 결국 소비자에게 지탄받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여자 어린이가 진한 화장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입술을 근접샷으로 보여준 ‘배스킨라빈스 핑크스타’ 광고가 여성 아동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해당 광고를 내보낸 CJ ENM 계열의 채널 7곳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게 법정제재를 받았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슈에무라’의 광고 화보는 ‘성인 영화’에서 자주 쓰는 촬영 기법을 사용해 입길에 올랐다. 해당 화보에서는 모델이 가슴과 엉덩이, 팔뚝 부위에 화장품을 올려놓고 유리판으로 신체 부위를 압박한 모습이 담겼다. 특히 화장품은 특정 부위에 파묻혀 강조됐고, 이에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패션업계의 성상품화도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 2011년 마크제이콥스 향수 ‘오 롤라!’ 광고에는 당시 16세이던 다코타 패닝이 향수병을 다리 사이에 대고 멍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담겨 입길에 올랐다. 지난 2015년 패션잡지 보그에서는 10살 미성년자에게 노출 의상과 진한 화장을 시켜 ‘섹시 화보’ 모델로 연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이달 발렌시아가는 신상품인 곰인형 가방을 안거나 들고 서있는 어린 아이 모델을 내세운 광고 캠페인 사진을 공개했다. 문제는 사진 속 핸드백의 곰인형이 징이 박힌 가죽끈으로 결박돼 있어 가학적 성적 취향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이에 기업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만나는 식품이나 화장품 등 공산품보다 비교적 폐쇄적인 농업 분야의 광고는 성적 대상화의 수준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농기구 제조회사 ‘대호’의 광고에는 ‘오빠~ 실린더와 연결 링크가 대물이어야 뒤로도 작업을 잘해요’라는 문구와 선정적인 옷을 입은 여성 모델이 등장했다. 또 올해 공개된 충남 홍성군의 지역 특산물 ‘홍산 마늘’ 광고 영상에서는 여성 출연자가 마늘 탈을 쓴 인물(남성복 차림)의 허벅지를 만지면서 “잘생겼다”, “굵고 단단하다” 등과 같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 대상화 광고에 대해 소비자 비판이 쏟아지자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사과문을 게재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개중에는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업체도 존재해 기업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녹색당은 해당 농기구 회사의 광고에 대해 “‘성적대상화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말을 하는데 황당하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광고한 것’이라는 농기구 회사 영업본부장의 말은 사태의 심각성이 그대로 드러난 말”이라며 “성적 대상화가 무엇인지 그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무려 그들이 기업의 중요한 결정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기업들의 광고 방식에 소비자들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특히 제품 광고에서 굳이 성적 대상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강모(28‧여)씨는 “광고에서는 제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혹은 맛과 가격이 어떤지 등에 대해 집중해야 될 부분”이라며 “오직 대중들의 관심만을 사로잡기 위해 성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김모(27‧여)씨는 “성적인 노출로 소비자를 주목시키는 것이 아닌 제품 강조에 힘썼으면 좋겠다”며 “여·남자의 노출이 제품을 알리는데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성적 대상화로 문제가 되는 광고는 눈요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27‧여)씨는 “광고에서 나타나는 젠더 갈등이 논란이 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성도 있다”며 “오히려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기업들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성적 대상화를 통해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방법을 택했을까. 광고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다른 광고보다 자신의 광고를 더 주목하도록 노력한다. 정보나 메시지를 짧고 강렬하게 시각화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광고의 특징인 만큼, 성적 대상화라는 가장 쉽고 편리한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김효규 교수는 “이런 성 상품화 광고의 경우 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윤리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과욕을 부린 광고 제작자에 의해 탄생한다”며 “표현의 자유에도 지켜야만 하는 선이 있고 이를 지나친 광고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예전부터 기업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왔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임소연 교수는 “성 상품화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여성들의 성상품화가 너무 자연스러웠다는 점”이라며 “여성이 성적인 대상이 돼 왔던 것에 대해 지금까지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자각조차 되지 않았다. 이 사회의 성평등을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광고 속 ‘성역할’ 굳히기…‘구닥다리’ 주부 마케팅

흔히 시대착오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 해당 연도를 붙여 ‘202○년 맞나요?’ 등의 말이 쓰이곤 한다. 시대는 계속 바뀌어 가고 있는 만큼 대중들의 인식은 변해가고 있는 반면, 기업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을 장착한 광고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이분법적으로 정해 놓은 광고는 사라지지 않는 망령처럼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실제 서울YWCA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 2020년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한 달간 공중파, 케이블/극장, 인터넷/바이럴 국내 광고 498편을 살펴본 결과, 남성은 운전‧경제활동 등을 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 아이를 돌보고 가사노동을 하는 모습으로만 그려지는 광고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남성은 주로 ‘일해서 돈 버는 사람’(62.1%), ‘운전하는 사람’(83.3%)로 등장했지만, 여성은 ‘아이 돌보는 사람’(84.2%), ‘가사 일을 하는 사람’(63.6%)로 나왔다. 성별에 무관한 ‘상품을 설명하는 사람’ 또한 남성이 64.5%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40대 이상인 여성이 주요 등장인물으로 나올 때마다 27%는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의 역할로 나오기도 했다.

이에 서울YWCA 관계자는 “주요 여성 등장인물의 나이대가 10~30대에 집중되는 경향성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젊음의 가치가 더 강조되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중년 여성을 가족 내 관계로만 규정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중년 남성처럼 다양한 직업군 및 역할로 보여주는 광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대표적인 성차별 광고 사례로는 공중파 광고로 송출된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나의 가족에게 편’, 넥센타이어의 ‘넥센타이어:2020 넥스트레벨GO 비대면 방문서비스 편’ 등을 예로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 싼타페 광고에서는 남성이 모두 운전을 하고 경제활동으로 늦은 시간 귀가하는 전통적인 남성의 역할로 그려진 반면, 여성은 모두 육아를 하는 모습, 가사노동을 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또 넥센타이어의 비대면 방문서비스 광고에서도 서비스를 신청한 여성이 옷을 그리고 화장을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남성은 서비스 중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밖에도 성역할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여성 외모 강박을 부르는 내용을 담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즐건생활 ‘효소’ 유튜브 광고, ‘섹시하다는 건 여자한테는 건강하다는 거잖아요’라는 발언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 조치를 받은 롯데홈쇼핑 등에서도 나타나듯 꾸밈노동에 대한 압박을 넣는 묘사들이 나온 광고들도 있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정형화된 남성과 여성의 모습이 광고‧홍보업계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성차별, 불법촬영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광고계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기존의 성차별을 답습하고 있다”며 “광고계 담당자들이 광고 속에 내재된 성차별을 제대로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젠더감수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논란이 된 GS25 행사 포스터 및 수정 포스터, (아래) 논란이 된 서울우유 유튜브 광고 [사진제공=뉴시스]
(위)논란이 된 GS25 행사 포스터 및 수정 포스터, (아래) 논란이 된 서울우유 유튜브 광고 [사진제공=뉴시스]

과거엔 괜찮았던 젠더 갈등…‘좌표 찍힐까’ 기업들 긴장

이같은 성적 대상화‧성고정관념은 비단 여성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남성 또한 성별에 따른 프레임에 갇혀져 있다. 현 사회에서는 여전히 남성에게만 경제적 책임을 묻고,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역할을 제시하고 있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특히 남성에게만 징병제를 요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도 취업과 성범죄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여성과 남성의 젠더 갈등은 고조되고 있고, 이 가운데서 기업은 난감해하는 실정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주로 불합리하거나 분노할 만한 일이 일어났을 때 문제가 된 사이트의 링크를 공개하고 공격하는 이른바 ‘좌표 찍는다’는 행위가 목격된다.

이는 논란의 증폭제의 중점이 되기도 하며 한 번 공격 대상으로 지목하게 된다면 해명을 하더라도 빠져나가기 어려워진다. 특히 기업의 광고 등에서 ‘여혐(여성혐오)’, ‘남혐(남성혐오)’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되면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태로 전개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해 패션 플랫폼 기업인 무신사를 이끌어온 조만호 대표의 사임을 들 수 있다. 앞서 무신사는 이벤트 홍보 이미지에 사용된 손 모양이 ‘남성혐오’의 의미가 있다며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이전에 무신사가 경영하는 여성 쇼핑몰인 우신사에서 여성 회원에게만 할인 쿠폰이 지급돼 불평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바 있어 해당 이슈는 더욱 관심을 끌었다.

특히 커뮤니티에서부터 시작된 무신사가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던 배경에는 20대 남성들이 있었던 만큼, 남성들은 무신사의 행보에 배신감을 느꼈다. 결국 남성들의 지탄을 피할 수 없었던 무신사는 창업주인 조만호 대표의 사임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사태는 GS리테일에서도 발생했다. GS25가 지난해 5월 공개했던 ‘캠핑가자’ 이벤트 광고‧홍보 포스터 속 손 모양과 영어 철자 일부가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의 상징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이에 GS리테일은 포스터 수정 작업을 거쳤지만 이미 남혐의 낙인이 찍혀버린 후인 만큼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은 반대로 ‘여혐’ 논란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F&F가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MLB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십장의 여성 모델 사진을 올리며, ‘모자로 쌩얼을 사수하자’ 등의 문구를 올리며 비판을 받았다. 여성은 집 근처에 외출할 때조차도 화장해야 하냐는 항의 글이 빗발친 것이다.

이밖에도 지난해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광고와 몸매가 강조된 얼룩무늬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밀키’라는 캐릭터를 앞세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홍보성 웹툰이 여혐 논란에 휩싸이면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처럼 젠더 갈등, 혹은 성별 간의 혐오 문제의 확산은 현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일과생애연구본부 김난주 연구위원은 “20‧30세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이제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혐오 문제로까지 번지게 됐고, 이는 그만큼 살기 어렵다는 현 사회의 모습 그 자체”라며 “혐오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이런 문화가 확산되면서 대중들에게서 힘을 얻었다. 결국은 왜곡된 시선들에게 휘둘려지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응징’ 대신 성평등 이루려면?…“과거 말고 현시점 파악”

통상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광고는 디지털 매체의 발달이 급증한 현대에서 단순히 제품 소개에서만 그치지 않고 기업 브랜드 가치와도 맟닿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사건들로 인해 업계는 예상치 못하게 급부상한 ‘젠더 리스크’으로 인해 기업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등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는 이슈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온라인상에서 굉장한 파급력을 자랑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의 등장이 지목돼 왔다.

사회의 공정에 대해 상당한 가치를 두고 있는 MZ세대들은 성별로 인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경우 예민한 문제로 받아 들인다. 이같은 특성이 현 사회에서 반영돼, 젠더 갈등은 혐오로까지 변질되는 등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젠더 이슈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 한국리서치가 올 2월 18세 이상 100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우리 사회의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자 비율이 71%로 나타났다. 그중 가장 많은 응답률로 20대가 90%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30대가 84%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각각 15%p, 7%p씩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젠더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MZ세대들은 SNS‧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불매운동을 펼치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응징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과거 무심코 넘겼던 문제가 현대에 와서는 전혀 다른 무게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젠더 이슈를 가볍게만 여기고 안일했던 기업들은 몰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논란을 일으킨 기업의 홍보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그럴 의도가 없었다. 인지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한 번 지펴진 논란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마련이다. 이에 기업들이 바뀌기 위해서도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수익이 얽혀 있는 만큼 선도적인 기업에서 성공사례라도 만들어주지 않는 한,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라며 “기업의 편의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 정부에서 나서서 해결해줘야 되는 일”이라고 짚어냈다.

다만 정부에서도 젠더 갈등과 관련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2월 법무부가 정부 부처 가운데 최초로 ‘인권·젠더데스크’를 설치한다. 이에 법무부는 보도자료와 홍보물이 인권·성인지 감수성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다른 전문가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기업들의 내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젠더 이슈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는 의미는 기업에서 젊은 소비자의 계속적인 변화와 니즈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기업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때면 옛날에 있던 사례들을 토대로 편리하게 생산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자료들을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다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소비자를 생각하고 맞춰 나가고, 그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옛날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소비자의 변화하는 욕구를 포착하고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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