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메타버스 기업들 줄지어 참전 
거대 생태계 기반 ‘유통처 확대’ 노림수
‘개념 정립·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전망
‘실체 없다’ 비판도…4대 선결과제 대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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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NFT(대체불가 토큰)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움츠러들자, 관련업계도 흐름을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번 키워드는 바로 ‘웹 3.0’으로, 탈중앙화·개인화·지능화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빅테크 중심의 웹을 벗어나 경쟁구도를 다각화하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NFT의 관점에서 본다면, 급격히 둔화된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잠재력만으로는 넘어서지 못했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오히려 판을 더 크게 키우는 셈이다.

실제로 블록체인 게임·메타버스 개발사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메타버스의 경우 실물 세계와 분리돼 있으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된 또 하나의 가상세계를 표방하는 만큼, 웹 3.0의 개념과 더욱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이 지점에서 미래 먹거리를 탐색하고자 블록체인 기반 메타월드 게임을 비롯해 인터게임 생태계, C2E(크리에이트 투 언) 등을 앞세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회의론 역시 제기되는 형국이다. 웹 3.0은 물론 메타버스까지도 아직까지 모호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이를 마케팅 용어로 소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웹의 탈중앙화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어 더 많은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분산화·실감화된 ‘3번째 인터넷’

웹 3.0의 개념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IT업계 주요 기업들이 내세우는 특징들을 통해 몇 가지 공통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화정책연구실 박정렬, 최새솔 연구원은 ‘웹 3.0의 재부상: 이슈 및 전망(2022)’에서 웹 3.0의 특징을 ▲탈중앙화 ▲데이터 소유권 사용자 귀속 ▲높은 보안성과 프라이버시 제공 ▲지능화 ▲미디어 인터페이스 확장 등 5가지로 정의했다. 

그 중 탈중앙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 다른 특성들이 가능해지는 시작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다. 사용자가 생산한 데이터가 모두 서비스 기업의 중앙 서버에 저장되는 기존 웹과 달리, 웹 3.0에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분산 저장된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서비스사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독점할 수 없으며,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구성을 통해 사용자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기업에 쏠려 있던 권한을 사용자에게 이양하고, 더욱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탈중앙화는 곧 이용자가 데이터의 소유권을 갖게 된다는 특성으로도 이어진다. 중개 기관이 데이터를 통제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게 되며, 또한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를 NFT화함으로써 희소성을 부여하고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해 수익화할 수도 있다. 거래 과정에 스마트 컨트랙트를 적용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해킹 위험을 상쇄, 안정성 역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능화의 경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맨틱 웹(의미 중심의 웹)’을 통해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박정렬, 최새솔 연구원은 여행 계획을 통해 이를 설명했는데, 기존에는 사용자가 숙박과 교통편, 명소 등을 직접 찾고 예약해야 한다. 하지만 웹 3.0에서는 개인 AI 비서에게 대략의 여행 일정과 선호를 말해주면 그간 학습한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부 일정과 예약을 알아서 진행한다. 

넷마블에프앤씨의 자회사 메타버스월드에서 준비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이미지 제공=넷마블]
넷마블에프앤씨의 자회사 메타버스월드에서 준비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이미지 제공=넷마블]

이외에도 모니터, 키보드 및 마우스를 활용했던 2D 방식의 웹 환경을 초월해, 현실과 가상세계가 융합된 ‘메타버스’ 등으로 인터페이스가 확장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사용자의 3D 경험과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가상현실 융합 도메인과 결합, 새로운 서비스와 디지털 콘텐츠 및 자산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분산형 인터넷으로 그 폭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 김미영 교수는 한인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에 기고한 보고서 ‘웹 3.0과 메타버스(2022)’를 통해 “웹 3.0은 그래픽 기술의 혁신과 함께 현재의 2차원 웹페이지가 아닌 3D 온라인 가상공간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사용자들은 진화된 인터넷 사용 경험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 세계와 유사한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메타버스가 제시하는 비전”이라고 밝혔다.

주도권 향한 경쟁 시작

웹 3.0이 내세우는 이 같은 가치는 기업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메타버스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IT산업의 미래 키워드로 간주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 내에서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며 디지털 경제가 발생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웹 3.0의 비전과 조화를 이룬다고 주장했다. 이전의 디지털 자산은 쉽게 복사돼 희소성을 갖지 못했고 소유권의 경계가 애매해 상품화가 어려웠지만, 블록체인 기반 NFT를 통해 디지털 자산에 희소성과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메타버스에서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수익화하고 다른 물건과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며 “이러한 디지털 경제는 탈중앙화된 금융을 통해 웹 3.0의 비전과 조화를 이룬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의 경우 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까지 메타버스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으며, 가상현실(VR) 헤드셋 등 관련 사업을 맡은 리얼리티 랩 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150억달러(약 20조 8275억원)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해 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라는 ‘빅 딜’을 성사시킬 당시 ‘메타버스 구축’을 명분으로 들었다. 오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도 웹 3.0과 메타버스가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021년 관련 산업계와 협회 등을 중심으로 하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는데,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900개가 넘는 기업·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출범 이후 전통 대기업과 국내 중소 개발사 간 협력을 활발히 논의하는 등 비즈니스의 장으로 기능해왔다는 것이 관련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이후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900개가 넘는 관련기업들이 참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미지 제공=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운영사무국]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이후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900개가 넘는 관련기업들이 참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미지 제공=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운영사무국]

크래프톤과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컴투스 그룹 등 국내 게임 기업들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들이 내세우는 강점 역시도 ‘메타버스’인데, 이미 게임을 통해 현실과 연결된 가상세계를 만들고 운영해본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다. 

특히 게임사들이 내세우는 메타버스의 핵심은 게임과 게임을 연결하는 ‘인터게임’ 경제 생태계로,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합종연횡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NFT화된 캐릭터나 아이템이 게임과 게임을 넘나들며 활용되는 등 유통처가 넓어지고, 자연스레 그 가치도 높아지는 흐름을 만들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도 인터게임 생태계를 먼저 구현하는 곳이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3.0 기반 게이밍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에 올해 1분기까지 100개의 게임을 온보딩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를 위해 NHN, 웹젠 등 국내 중견급 게임사들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블록체인 게임·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등 일찍부터 발을 넓혀둔 상태다. 넷마블은 ‘모두의마블: 메타월드’와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등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한창이다.

크래프톤의 경우 창작자 중심의 C2E 생태계를 구축,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수익을 내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제페토’의 운영사 네이버제트와 손을 잡기도 했다. 컴투스 그룹도 자체 메인넷 엑스플라(XPLA)를 중심으로 웹 3.0 게이밍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예고했고, 카카오게임즈도 보라(BORA) 플랫폼을 활용해 관련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최근 급격한 하락장에 빠진 NFT를 살릴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통해 유통처를 넓힘으로써 기존 가상자산 및 NFT 시장의 한계인 ‘사용처’를 해소해보려는 것이다. 이미 NFT화된 ‘가상 부동산’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나 ‘디센트럴 랜드’ 등이 등장하며 가능성을 가늠해본 상태이기도 하다.

실제로 블록체인·NFT 기반 서비스를 개발 및 운영하던 기업들이 최근 들어서는 너도나도 웹 3.0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블록체인’ 또는 P2E, NFT 등을 메인 키워드로 삼던 관련 행사들도 올해 들어서는 이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웹 3.0에 대한 블록체인 업계의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직 ‘구호’에 불과하다

이 같은 움직임만 보면 웹 3.0과 메타버스에 IT산업의 미래가 걸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게 제기되는 형국이다. 이 모든 것들이 아직까지는 ‘청사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업계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해 아직까지도 명확한 개념보다는 예시를 중심으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현실과 긴밀하게 연결된 가상세계’라는 나름의 정의가 있지만, 개념 자체가 워낙 광범위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자는 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을 메타버스의 표본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모호성을 해소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웹 3.0의 경우에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까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관련해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웹 3.0은 지금 당장은 현실보단 마케팅 용어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웹 3.0의 현실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진입장벽 ▲가치 변동성 ▲탈중앙화의 현실적 한계 ▲에너지 소비 등을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먼저, 현재 구현되고 있는 웹 3.0 서비스들은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하기에 사용이 불편하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또한 가상자산의 높은 가치 변동성으로 인해 시세 하락 시 서비스 활성도도 급격히 떨어진다는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박정렬, 최새솔 연구원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기준으로 볼 때, 거래 처리속도는 신용카드보다 느리고 수수료는 시세에 따라 변동하므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이런 복잡성과 불편함은 웹 3.0 서비스 대중화의 걸림돌로 여겨지며, 이를 낮추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는 자신의 SNS를 통해 웹 3.0이 실재하지 않는 마케팅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 웹 3.0 지지자들과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는 자신의 SNS를 통해 웹 3.0이 실재하지 않는 마케팅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 웹 3.0 지지자들과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에너지 소비 역시 관건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이더리움 1개의 트랜잭션(거래)에 필요한 전력은 238kWh로, 비자 신용카드 기준으로는 약 16만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PoS(지분증명)로의 네트워크 알고리즘 전환을 통해 0.03kWh 수준으로 낮추는데 성공했으나, 가상화폐의 에너지 집약성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두 연구에서도 공통적으로 전력 소비량 문제를 지목한 만큼, 에너지 지속가능성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웹 3.0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 역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AO의 존재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많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서는 창업자나 투자자가 보유한 코인의 비중이 높다. 이는 곧 프로젝트의 주요 의사결정이 소수 집단에 의해 독점된다는 뜻으로, 탈중앙화와는 거리가 멀다. 

트위터 창업자인 블록 잭 도시 CEO는 이 점에 주목해 “웹 3.0의 소유권은 일반 이용자가 아닌 벤처캐피탈(VC)와 그들에게 돈을 대는 기관투자자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이 관련 지분이나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또 다른 중앙집권적 웹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 그의 비판이다.

김 교수도 거대 기술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실을 지목했다. 그는 “웹 3.0에서의 메타버스는 개방적이고 탈중앙화된 가상공간이며, 그래서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꾸면서 관련 서비스 개발에 1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은 웹 3.0의 비전과는 상충된다”며 “웹 3.0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도 거대 기업들 주도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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