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6일 이태원참사 분향소 행정대집행 예고
유족들 “왜 우리가 방치되고 따돌림 당해야 하나”
“기습 시설물 설치 거듭 유감”…행정대집행 고수
유족과 힘 모은 野 3당…“정부 책임 반드시 물을 것”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6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에 전기난로를 반입하다 서울시로부터 제지를 당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nbsp; [사진제공=뉴시스]<br>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6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에 전기난로를 반입하다 서울시로부터 제지를 당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서울시가 서울광장의 이태원참사 분향소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통보한 상황에서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이태원 유가족 및 단체들이 서울시를 규탄하며 “영정과 위패가 있는 마지막 분향소를 차려달라”고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대책위)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호소했다.

이번에 기습적으로 마련된 분향소는 지자체와 협의 없이 마련됐다. 이에 서울시는 이 분향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자진철거 하지 않을 경우 이날 오후 1시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유가족은 정부와 서울시에 인도적으로, 도덕적으로 요구한다. 지난해 11월2일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차린 것처럼 (차려달라). 그땐 영정과 위패가 없었지만 지금은 영정과 위패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협의회는 정부나 서울시로부터 어떠한 인도적 조치도 받지 못했다”며 “우리도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우리가 방치되고 따돌림 당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서울시와 경찰은 분향소 철거 시도를 중단하고 △즉시 분향소 설치와 운영에 협조하며 △즉각 차벽과 펜스를 철거하고 시민들의 조문과 1인 시위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시 “행정집행 계획 변함 없다”

서울시는 행정집행계획에는 변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권리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에 사용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해당 조례에 따르면 시의 허가 없이 광장을 무단 점유한 경우 시설물의 철거를 명하거나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지난 5일 서울시는 입장문을 통해 “통보 없는 기습 시설물 설치에 거듭 유감을 표한다”며 “유가족분들의 마음 깊이 추구하시는 국민 공감을 얻기에도 힘든일이라 생각한다. 행정집행 계획은 변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법 시설물로 인한 안전 문제와 시민들 간의 충돌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유가족분들은 이태원 멀지 않은 곳에 상징성 있고 안온한 공간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해 녹사평역 내에 우천 시에도 불편함이 없고 충분한 크기의 장소를 제안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책회의 측은 자진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대책회의 측은 “(녹사평역) 지하 4층에 마련된 찾아가기도 힘든 공간에서 조문을 받을 수 있겠나”라고 반박하며 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내 추모공간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野 3당 대표도 가세...“정부 책임 반드시 묻겠다”

지난 4일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한 야3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대표들도 유가족들과 뜻을 함께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추모대회에서 “참사의 온전한 치유는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서 비롯된다”며 “10월 29일을 고통으로 만든 그 책임을 묻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부를 겨냥한 이 대표는 “국가권력은 유족들의 상처를 철저히 짓밟았다”며 “참사 이전에도, 참사 당시에도, 지금까지도 국가의 책임은 실종됐고, 평범한 유족을 투사로 만드는 이 정권의 무책임하고 비정한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도 목소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이상민 장관의 경질을 직접 언급하며 이 장관이 즉각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대표는 “조금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바로 이 곳에 꽃 한송이 들고 와서 유족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라며 “권력을 포기하고 책임지느니, 차라리 사람의 도리를 포기하겠다는 쪽을 선택한 이 장관은 즉각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혜인 상임대표도 “이태원 참사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고 국회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 정의당과 함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이상민 탄핵안을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지난 4일 오후에는 대책위 측에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는 계고서를 전달했다. 다만 행정기관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계고를 2회 이상한 이후 행정대집행을 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분향소 철거 기한을 연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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