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지난해 매출 26조 ‘사상 최대’
이마트·롯데·쿠팡 3파전 신 구도 형성
연간 적자는 과제…“치열한 경쟁 예상”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쿠팡이 2분기 연속 흑자를 내면서 영업 손실 규모를 줄인 데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술 인프라 확보와 자동화 등 대규모 물류 투자가 결실을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연간 적자에 대한 우려는 과제로 남았다.

쿠팡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26조5917억원(205억8261만 달러)으로, 전년(21조646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 규모는 1447억원(1억1201만달러)으로 전년(1조7097억원)대비 92%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189억 원(9204만 달러)으로 전년(1조7653억 원) 대비 93% 줄었다.

이 같은 쿠팡의 성장세에 이마트 및 롯데쇼핑과의 3파전도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602조원규모로 2026년까지 718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6조원의 매출을 낸 쿠팡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 수준이며, 신세계·이마트(5.1%)가 1위, 롯데(2.5%)가 3위다. 

기존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이마트와 롯데가 안심할 수 없는 배경으로는 쿠팡이 유통업계 기술 핵심인 ‘자동화 기반 풀필먼트’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는 점이 지목된다. 

실제 3사 간 점유율은 이마트가, 영업이익은 롯데쇼핑이, 매출은 쿠팡이 앞서고 있다. 이는 ‘이마롯쿠(이마트, 롯데, 쿠팡)’라는 새로운 합성어가 생겨난 배경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이마트는 매출 16조9020억원, 영업이익 25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앞섰지만 매출은 SSG닷컴 1조7447억원, G마켓 1조3185억원을 더해도 19조9652원으로, 쿠팡에 비해 6조6000억원 가까이 차이나는 수치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15조4760억원, 영업이익 3942억원을 기록했다. 마트사업부는 매출이 5조9040억원으로 전년대비 3.3% 늘었고, 영업이익으로 540억원을 거둬 흑자전환했으나 슈퍼는 매출이 1조3430억으로 7.5% 감소하며 영업손실 40억원을 기록했다. e커머스는 매출 1130억원, 영업손실 1560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론칭 이후 온라인시장에서 전통 오프라인 유통기업처럼 물건을 직접 사들이고 파는 직매입 모델을 온라인 커머스에 도입해 성장했다. 올해부터는 ‘이커머스기업’을 넘어 유통 전업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방침이다. 

쿠팡의 실적 개선은 물류 네트워크와 자동화 투자 효과가 나타나고 유료 회원과 1인당 매출이 증가한 덕분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물류센터를 갖췄다. 이를 통해 국내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 반경 10분 거리에 사는 일명 ‘쿠세권(쿠팡+역세권)’을 구축했다.

여기에 쿠팡의 활성고객(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과 1인당 고객 매출도 계속 오름세를 보이는 추세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유료 회원 수는 전년(900만명)보다 200만명 늘어난 1100만명을 기록했다.

이에 김범석 쿠팡 의장은 오프라인 강자들을 경쟁 상대로 지목하며 국내 유통시장의 본격적인 재편을 예고했다. 국내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시장에서 아직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만큼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의장은 “대부분의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시장은 여전히 가격도 높고 상품도 제한적”이라며 “고객에게 더 다양하고 낮은 가격과 특별한 서비스로 더 좋은 대안을 만들 것이며 고객이 ‘와우’할 수 있는 새로운 순간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쿠팡의 연간 적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지만 안정적인 흑자 구조에 들어섰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올해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 환경이 이어지는 만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쿠팡의 경우 2014년 로켓배송 출범 이후 국민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로 성장했지만 전체 6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통시장에선 출발대에 선 상황”이라며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오프라인 유통 파워가 견고한 점과 이마트, 롯데 등이 적극적으로 자동화 물류, 멤버십 투자에 나서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이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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