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기반 성장 플랫폼, 오프라인보다 입소문에 ‘치명적’
툭 건드린 한마디에 훼손된 브랜드 가치…이용자 상처는 덤
높은 인기의 역설…전문가 “성장과 기업 내실 함께 다져야”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소비자 몰래 은근히 진행되는 뒷광고와는 반대로, 최근 노골적인 저격을 당한 당근마켓과 무신사가 주목받고 있다. 각각 유튜브, 그리고 방송에서 무심코 던져진 말 한마디로 인해 이용자들의 상처와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이어진 사례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 모두 급성장한 플랫폼인 만큼, 미처 다져지지 못한 기업 내실 등의 한계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 시각도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달 쿠팡플레이의 코미디쇼 SNL코리아에 등장한 “무신사 냄새 지리네”라는 대사로 인해 때아닌 ‘냄새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본인의 옷차림에서 무신사 냄새가 나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무신사 냄새를 듣고 뜨끔했다는 의견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신사는 2021년 기준 연간 거래액 2조원을 넘기며 10대부터 30대까지 남성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렇게 사랑받던 무난한 스타일이 ‘무신사 냄새’ 한마디로 인해 몰개성과 획일화, 패션 초보 집합소의 상징으로 전락한 것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경로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 사례가 존재한다. 10여년 전 10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유행하면서 ‘등골 브레이커’ 등 과소비 논란으로 번진 바 있다. 또한 브랜드 ‘톰브라운’도 인기를 끌었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아무나 입는, 급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덧입혀지면서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SNL코리아는 쿠팡이 투자하고 배급한 프로그램이기에 온라인에서는 패션업계에 진출한 쿠팡이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를 깎아내리기 위해 저격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다. 

이용자 3300만명을 자랑하는 당근마켓 또한 유명인의 말 한마디로 날벼락을 맞았다. 앞서 유명 유튜버 ‘승우아빠’는 지난 1일 게재한 창업 조언 영상에서 당근마켓에 구인 광고를 냈다는 가게 주인에게 “당근에다가 내면 중고들만 들어오겠지”라고 말했다. 

이는 당근마켓에서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이 ‘중고’와 같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발언으로 비쳐졌다. 이에 당근마켓 공식 계정은 해당 영상에 “승우아빠님, 당근에서도 알바 구할 수 있다”며 “동네 기반 빠른 매칭으로 벌써 많은 사장님들이 사용하고 있으니 식당 2호점을 낸다면 당근알바를 이용해 보시라”라고 사실 관계를 바로잡았다.

그러나 해당 유튜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후 진행한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당근마켓, 무료 광고하지 말라. 진짜. 양심이 없어가지고”라며 “제 고리타분한 상식으로는 당근마켓에서 구인을 한다는 것이 쉽게 수용되지 않는다. 왠지 사람도 중고 같잖아”라고 문제 발언을 재차 반복했다.

이에 해당 유튜브 채널구독자 수는 3일 만에 2만 명 이상이 급감했으며 여러 영상들에 수만 개의 ‘싫어요’가 표시되는 등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해당 유튜버는 결국 사과문을 냈다. 이에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번 이슈로 누구보다 당근마켓과 당근알바를 이용하시는 이용자 분들의 상심이 크셨을거라 생각된다”며 “사과와 소통 과정을 통해 서비스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오해가 풀리고, 이용자 분들의 불편한 감정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발생한 두 사건의 발언 모두 해당 기업에 대한 특정한 편견에 기대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들이 ‘인기의 역설’로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당근마켓과 무신사의 성장률은 엄청나다. 스타트업 창립 7년여만에 기업가치 1조원을 넘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당근마켓은 3300만명의 가입률을 기록하며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2270억원을 투자받았다.

무신사 또한 최근 급성장을 반복하며 국내 대표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2016년 1990억원이던 거래액은 2020년 1조2000억원, 2021년에는 2조3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최근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도 4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높은 매출과 이용자 수를 감안할 때 ‘중고 거래’ 하면 당근마켓, ‘남자 패션’ 하면 무신사가 연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전문가는 높은 인지도와 인기에 비해 기업 내실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는다면 말 한마디에도 브랜드 이미지에 직격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는 “중고 거래로 잘 알려진 당근마켓의 경우 C2C, 즉 개인간 거래를 하는 플랫폼이기에 자칫 사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붙기 쉽다. 무신사의 경우에도 ‘무탠다드’를 내놓는 등 스탠다드, 즉 무난한 남성 스타일로 인기를 얻은 만큼 다양한 패션을 접할 수 있다는 이미지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당근마켓에서 사기 근절을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고 무신사에서도 여성이나 고가 라인 강화로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갑자기 성장한 청소년에게 기흉이 발생하듯 급성장한 공룡 기업들 또한 내실이 다져지지 않는다면 작은 이슈 하나에 고꾸라지기 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바이럴’, 즉 입소문의 힘이 오프라인에 기댔던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강한 제재가 요구된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더이상 산업이 예전처럼 오프라인 기반으로 돌아가지 않기에 단 한마디의 입소문으로도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온라인 상의 생리를 이해해야 한다”며 “이를 제대로 막지 않는다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게 된다. 이에 온라인 상에서의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사를 휘청거리게 할 만한 부정적 발언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까지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보는 무신사와 쿠팡에 공식 입장을 요구했지만 두 회사 모두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무신사의 경우 본의 아니게 부정적 사안에 휘말린 만큼 대응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계획은 특별히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