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은 비싸도 팔린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핑크택스’
헤어 커트부터 옷값까지…같은 돈 내고 손해 보는 여성
“남자 옷은 더 튼튼하게”…패션업계 고정관념도 한 몫
남성은 기능성, 여성은 심미성?…“특정 성별 구분 무의미”
전문가 “남녀 구분 없는 유니섹스 시장이 경제가치 창출”

우리 사회에는 남성과 여성, 즉 성별에 따라붙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케팅에 나섰다가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가 무너지는 사례가 잦아 젠더 이슈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 전반에서는 성별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그로 인한 피해 사례가 산적해 있다. 이처럼 남녀 간 전반적인 불평등과 격차 등은 현대사회의 숙제처럼 남아있다. 이제 소비자‧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젠더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갖고,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산업 전반에 깔려있는 젠더 차별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조명함으로써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무엇인지 탐색해봤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br>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조유빈 기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커피값을 비싸게 받는다?”

지난 2016년 9월 캐나다 토론토의 한 카페에서는 작은 실험이 이뤄졌다. 동일한 커피 가격을 남녀 고객에 따라 남성은 2달러, 여성은 3.5달러를 받는 식으로 다르게 매긴 것이다.

황당한 상황에 비단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마저 고개를 저으며 돌아섰다. 해당 실험은 미국의 비영리단체 걸토크HQ(GirlTalkHQ)가 ‘핑크택스(pink tax)’ 문제를 고발하기 위해 실시한 캠페인이었다. 

핑크택스란 의류나 잡화, 미용실 이용금액 등 동일한 수준의 상품·서비스에서 남성용보다 여성용의 가격을 더 비싸게 책정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이자 여성에 대한 기업의 부당한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이 여성용 제품에 주로 핑크색을 부여하면서 붙은 이름이기에 여성은 핑크색이라면 비싸도 구매한다는 공식 아닌 공식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핑크택스로 인해 핑크색에는 비합리와 사치의 꼬리표가 붙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옷 가격과 품질 차이에서부터 세탁비, 헤어 커트 등 동일한 상품에서 여성에게만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핑크택스는 일상 곳곳에 침투한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기업들은 여성이 디자인과 프리미엄을 중시한다, 남성용이 보편화돼 인건비가 저렴하다, 스타일의 차이일 뿐이라는 갖가지 해명에 나서고 있다. 

실제 여성의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여성을 뜻하는 대명사 그녀(she)와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쉬코노미(sheconomy) 개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여성을 타깃으로 한 쉬코노미와 그들의 피해를 조장하는 핑크택스는 엄연히 구분된다.

핑크택스의 경우 동일한 조건에서 품질이나 가격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등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지 여성이기에 선택권이 줄어들고 낮은 품질과 높은 가격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로 볼 수 있다. 

이에 해외에서는 핑크택스를 없애는 캠페인과 정책 추진 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덜한 현실이다. 설령 노골적인 핑크택스 사례가 있다 해도 수요와 공급에 따른 조치라는 기업의 항변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여성에 대한 불공정한 기업 논리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통념에 기댄 경제학에서 벗어나 남녀 모두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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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분홍색이 붙으면 잘 팔린다?…같은 값에 질은 떨어지는 여성제품 

산업계에서 핑크택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미국 뉴욕 소비자보호원이 2015년 24개의 온·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800개 제품의 남녀용 가격 차이를 조사한 결과, 여성용이 더 비싼 제품은 42%로 나타난 반면 남성용이 비싼 제품은 18%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같은 스타일과 소재를 사용한 동일 브랜드의 붉은색 반팔 티셔츠와 양말은 각각 여성용이 2달러, 3달러 더 비쌌으며 같은 5중날 면도기는 남성용 14.99달러, 여성용 18.99달러였다. 분홍색 아동용 스쿠터의 경우 유독 48달러로 다른 색상 제품 가격(25달러)의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뉴욕시는 이 차이에 대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여성이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비용’이라 칭했으며 걸토크HQ는 여성 소비자가 남성과 유사한 품질의 상품을 사용하면서 매년 2000달러 이상, 일생 동안 10만달러 이상을 더 지불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6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핑크택스를 아십니까’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머리를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갔는데 기장과 스타일이 남자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는데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에 비해 6000원 이상의 커트 비용을 내야 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해당 청원글에는 6000여명이 동참하며 관심을 끌었다. 

실제 국내에서도 핑크택스 사례는 일상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바로 미용실로, 동일한 커트 서비스를 받더라도 여성 비용이 더 비싼 경우가 있다.

여성의 커트 비용이 남성보다 적게는 3000원에서 크게는 1만원까지 비싸게 책정된 미용실 가격표 [사진제공=사이트캡처]
여성의 커트 비용이 남성보다 적게는 3000원에서 크게는 1만원까지 비싸게 책정된 미용실 가격표 [사진제공=사이트캡처]

심지어 일부 업소에서는 기장의 길이에 따른 가격 책정이 아닌, 짧은 머리의 여성과 장발의 남성에게도 이 비용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발견됐다.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동일한 음식을 먹어도 여성에게는 적은 양을 제공하는 음식점도 있다. 남자가 보통 더 많이 먹고 여자에게 음식을 많이 주면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세탁소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셔츠 세탁 가격이 차이가 났다. 실제 세탁소에 문의하니 남성 셔츠의 경우 1800원이었지만 여성 셔츠 세탁 가격은 최소 2800원부터 시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업체는 남성 셔츠의 경우 대량으로 취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에 인건비가 덜 든다는 점을 들며 해명했다. 그러나 규격화된 정장 셔츠가 아닌, 린넨으로 만들어진 남성 셔츠 또한 2800원보다 저렴한 2300원으로 책정된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 같은 핑크택스 사례에 대해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부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양에 거주하는 박모(32‧여)씨는 “여성 옷은 내구성이 떨어져 남성 옷까지 알아본 적이 있다”며 “여성의 경우 사회에서 이런저런 차별을 많이 겪고 있는데 정당한 소비에서까지 이런 일이 있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이모(36‧여)씨는 “여성 제품은 아무렇게나 만들고 비싸도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불쾌하다”며 “남녀를 차별하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사용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35‧남)씨도 “요즘은 무채색에 기능성을 중시하는 제품을 추구하고 머리가 짧은 여성도 많은데 성별만을 이유로 다른 가격을 요구한다면 불합리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남자 옷은 튼튼, 여자 옷은 예쁘게…꾸준히 이어지는 패션업계 관행

핑크택스 사례는 유독 의류와 패션업계에서 도드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 동일한 브랜드에서 같은 콘셉트를 가지고 판매가 된 옷을 살펴봤을 때 남성복보다 여성복의 소재가 더 좋지 않거나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있다.

일례로 최근 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기획한 롱패딩의 경우 정상 소비자가격이 90만원대로 남성용과 여성용이 동시에 출시됐으며 비슷한 디자인과 동일한 소재를 사용했다. 그러나 거위 털 충전 양에서 큰 차이를 보여 핑크택스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해당 제품 남성용 100치수는 거위 털 충전 양이 425g, 여성용 90치수는 283g으로 142g이나 차이가 났고, 총 길이는 남자용은 104cm, 여자용은 100cm로 4cm 차이였으나 충전 양은 눈에 띄게 적게 나타났다. 

당시 해당 업체는 “여성 고객들은 패딩 재킷을 살 때 따뜻하면서도 날씬해 보이는 옷을 원한다. 충전재만으로 남성복과 여성복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라고 해명했다.

패션업체 무신사에서도 핑크택스 사례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무신사의 자체상표(Private Brand) 스탠다드 브랜드에서 출시한 남성용 슬랙스는 소비자 가격이 3만3900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이후 출시된 여성용 슬랙스가 남성용 슬랙스에 비해 기능성은 떨어지면서 1000원 더 높은 3만4900원으로 판매되자 논란이 불거졌다. 기능성 요인을 많이 가진 남성용 슬랙스와 달리 여성용 슬랙스는 바지 뒤편 주머니가 삭제되고 페이크 포켓이 달렸으며 히든 밴딩과 실리콘 프린팅도 삭제됐다.

다만 당시 무신사는 “남성용 슬랙스는 패션성과 함께 기능성에 중점을 둔 상품이며, 여성용 슬랙스는 기능성보다는 실루엣 등 패션성에 보다 집중한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두 제품 간의 원가 차이는 미미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시중의 남녀 제품에서 차이가 존재할까. 직접 의류매장에 방문해 보니 남성과 여성 의류에서 차이가 느껴졌다. 바지의 경우 주머니가 깊은 남성 옷에 비해 여성 옷은 주머니가 없거나 얕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성복의 뒷주머니는 모양만 낸 가짜 주머니가 발견되기도 했다.

소재와 마감의 차이도 느껴졌다. 천의 견뢰도나 봉제 형태 등에서 여성 옷은 확연히 마감의 질이 떨어지는 제품이 존재했다.

실제 탑텐의 경우 지난해 키즈 셔츠 동일 라인에서 남아와 여아 제품의 품질 차이를 뒀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동일한 상품명에 가격도 같지만 목 부분의 마감처리가 확연히 차이 나는 모습에서였다.

[사진제공=탑텐 홈페이지]
(왼쪽부터) 여아 테리 그래픽 맨투맨과 남아 테리 그래픽 맨투맨. 여아 제품의 경우 다른 천으로 시보리 처리된 남아 제품과는 달리, 몸판 소재와 동일한 소재의 넥라인을 사용한 모습 [사진제공=탑텐 홈페이지]

탑텐의 키즈 의류는 이번 시즌 맨투맨에서도 남녀 차이를 보였다. 여아 제품의 경우 넥라인과 소매가 몸판과 동일한 원단으로 적용됐지만 남아 제품에서는 목과 소매 모두 레이온이 함유된 시보리 처리가 된 것.  

의류의 넥라인은 기능적 완성도를 구성하는 조건이자 사용감이 늘수록 변화가 생기는 부분이다. 언뜻 어린이들에게 성별에 따른 품질 차이를 부여할 이유는 없어보이는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이와 관련 탑텐 관계자는 “시즌과 원단에 따라 남아와 여아 라인에 넥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이를 성 차별로 보지는 않는 것이 회사에서는 그간 쌓인 데이터와 모니터링 결과 등에 의거해 기획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아의 경우 좀 더 활동적인 부분이 있어 구매층인 부모 또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여아의 경우 좀 더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부분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 또한 “흔히 여성들은 퀄리티보다 핏을 중요시하고 남성의 경우 기능성과 가성비를 따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차이가 그렇게 심하게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핑크택스 사례가 발생하는 원인의 하나로 업계의 관행을 지목한다.

이상태 한국봉제협회장은 “보통 소비량이 많은 상품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품질이 개선되며 가격은 싸지지만 패션시장의 경우 조금 다르다”며 “이는 성별 소비특성에 따른 차이로도 볼 수 있는데 남성복의 경우 내구성과 품질 위주의 시장이 만들어졌지만 유행의 기복이 심한 여성복의 경우 디자인에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옷 형태를 유지하는 원부자재와 봉제 횟수등에서도 알 수 있다”며 “여성복은 하늘하늘한 소재의 원단, 즉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단을 사용하고 남성복에 비해 흐르는 핏으로 봉제 횟수도 현격히 줄어 상대적으로 소비자가 질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의류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여성 옷의 경우는 유행이 너무 빨라서 나도 업계 20년 경력이지만 아직도 여성 패션에 대해서는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문제는 이런 패스트패션이 만드는 악순환이다. 디자인에 치중해 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물량 공세로 제품을 양산해 두면 (여성 옷의 경우) 어떻게든 팔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대부분의 기업 측에서는 핑크택스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남성이 더 저렴한 가격을 찾는 경향이 강하고 여성의 경우 경험적 가치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는 성별에 따라 가치 판단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여성이 특정 색상이나 디자인에 더 부가가치를 두고 있다는 전제 하에 높은 가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제는 단순하게 성별로 취향을 나누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현대사회에서는 남성도 경험적 가치를 매우 중요시하며, 섬세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에 이런 주장은 근거를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성별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나 유니섹스를 추구하면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가격을 부여한다면 기업에서도 더욱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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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여성에 주목하는 ‘쉬코노미’와는 달라…“핑크택스, 명백한 성차별”

지난 2012년 프랑스 문구회사 빅(Bic)은 분홍색과 보라색 등 파스텔 색상의 여성용 볼펜 세트 빅포허(Bic for Her)를 출시한 바 있다. 우아한 디자인과 여성의 작은 손에 꼭 맞는 다이아몬드형 손잡이를 강조한 이 제품은 5.49달러로 기존 볼펜 세트보다 3달러가량 비쌌다. 

아마존 쇼핑몰에서 해당 제품이 판매되자 이는 여성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처사라며 비판하는 리뷰 수백 개가 올라왔다.

해당 사례는 여성은 디자인에 치중한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마케팅이 기업에게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핑크택스는 흔히 쉬코노미 마케팅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먼저 여성의 니즈와 필요성에 대해 주목해 집중 공략하는 쉬코노미는 마케팅 방식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쉬코노미는 미국에서 생겨난 경제 용어로, 여성의 사회 진출과 구매력 확대로 인해 여성을 향한 마케팅도 활발해진 것을 빗댄 말이다. 대표적으로 유해 성분을 없앤 화장품과 여성 신체구조를 배려한 맞춤 속옷,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광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반면 여성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유사한 제품에서 디자인 등 외형만 변경해 높은 값을 받는 핑크택스에는 성차별 등 비윤리적인 문제가 필연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핑크택스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뉴욕주는 2019년 성별에 따른 제품 가격 차별을 금지하는 핑크택스 근절 캠페인을 시작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여성에게 더 비싼 가격을 받는 기업에 최대 4000달러 벌금을 부과한다.

기업들도 핑크택스를 없애는 추세다.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와 미국 온라인 소매업체 박스드(Boxed)는 여성용 제품 가격을 남성용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했다. 

면도날 구독 서비스를 펼치는 미국 벤처기업 달러셰이브클럽은 기존 면도기 브랜드와는 달리 제품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정책으로 호평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핑크택스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었던 바 있다. 지난 2018년 일부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여성소비총파업’으로 핑크택스를 고발하며 매월 첫 번째 일요일마다 소비를 중단하는 캠페인에 나섰다. 파업 바로 전날에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38적금인증’ 운동도 함께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여성을 가난하게 만드는 핑크택스에 대해 거부하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이는 지난 1975년 10월 24일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성 평등을 요구하며 하루 동안 직장과 가사노동, 육아 등을 거부한 ‘여성 총파업’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당시 아이슬란드 여성 인구의 90%가 참여해 성차별 관련 법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변화를 이뤄냈다. 이에 아이슬란드는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가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에서 세계에서 가장 양성평등에 가까운 국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핑크택스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도 특정 성별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학교 교수는 “마케팅에서는 고객의 구매력을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기업의 모니터링과 데이터에 의거해 판단한다면 당연히 성별에서도 판매 추이에 대한 차이가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여성의 구매력이 높다고 판단해 펼치는 정당한 마케팅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 과정에서 부당한 부분이 존재하거나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며 “영업 과정에서 젠더 편견이 들어가서 여성들이 돈을 많이 쓰게 조장한다거나 여성이 사치스러운 부류라는 편견을 만드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핑크택스의 문제점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통념 강화를 지목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기업이 기능성보단 디자인에 집중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자유지만 여성 모두가 화려한 제품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며 “기업이 불필요한 디자인을 첨가하면서 가격을 더 받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여성의 선택권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명백한 성차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마케팅과 소비가 이어진다면 결국 여성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통념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며 “일시적으로 남성용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고 기업을 바꾸려면 소비자 스스로도 핑크택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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