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따라 나뉜 고정역할…주부가 여성이라는 편견
여성 주부의 가족 ‘내조’, 사회에선 비경제활동 취급
가부장제, 남성‧여성 모두 고통…희생 당연시된 사회
소비자 윤리 기준, 기업 변화시키는 가능성으로 제시

우리 사회에는 남성과 여성, 즉 성별에 따라붙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케팅에 나섰다가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가 무너지는 사례가 잦아 젠더 이슈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 전반에서는 성별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그로 인한 피해 사례가 산적해 있다. 이처럼 남녀 간 전반적인 불평등과 격차 등은 현대사회의 숙제처럼 남아있다. 이제 소비자‧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젠더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갖고,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산업 전반에 깔려있는 젠더 차별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조명함으로써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무엇인지 탐색해봤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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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조유빈 기자】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암시하는 속담 중 하나로 ‘여자는 제 고을 장날을 몰라야 팔자가 좋다’라는 말이 있다. 해당 속담은 ‘여자는 세상일을 모른 채 집안 살림이나 하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 여성의 삶에서 집안일, 육아 등의 가사‧돌봄노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언급된다. 특히 주부는 하나의 직업으로 존중받는 것이 아닌, 마치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의무처럼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부라는 단어 자체에서도 성편향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주부는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 한 집안의 제사를 맡아 받드는 사람의 아내 등을 가리킨다. 제시된 의미만 살펴보더라도 주부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여성을 뜻하는 셈이다.

반면 집안일을 하는 남편을 정의 내리는 단어는 사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에서야 ‘육아남’, ‘살림남’ 등과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가정 바깥에서의 생산 활동은 주로 남성이 맡고 있으며 가정 내의 가사 활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이슈들이 도마 위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주부‧엄마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들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이 성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 고정관념과 관련한 이슈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과거에는 주부가 가정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만큼 이를 강조한 마케팅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식품과 관련된 잡지 광고에서 여성 모델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나오거나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성인지적 관점을 갖추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들은 성차별적 콘텐츠를 좌시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자발적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저격에 나서기도 한다. 특히 최근 젠더 갈등이 혐오로까지 치닫고 있는 만큼 기업 스스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이런 젠더 갈등에는 과거 가부장제가 촉발한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여성이 가사를 책임지는 존재로 규정되면서 남성에게도 ‘가장’이라는 짐이 지워졌다.

이처럼 성별과 무관하게 가족을 위한 희생을 요구했던 시대의 잔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선명히 남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성 차별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성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다양한 삶의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좌측부터 식품업계 광고에서 나오는 주부는 주로 여성으로 나타난다. [사진제공=블로그 카르페디엠]
좌측부터 식품업계 광고에서 나오는 주부는 주로 여성으로 나타난다. [사진제공=블로그 카르페디엠]

성별로 구분 짓는 기업들…여성은 ‘주부’, 혹은 ‘엄마’

통상 주부는 가정에 주로 소비되는 제품들에 대한 구매주도권을 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마케팅 또한 주부의 마음을 잡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실제 ‘주부 마케팅’이라는 말이 따로 생길 정도로, 기업들은 구매력이 있는 주부 소비자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식품업계에서는 주부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맘보이스(MomVoice)’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기도 했다. 이는 가족의 건강과 직결된 안전과 위생, 맛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주부들을 고려한 홍보 수단이기도 하다.

이러한 마케팅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브랜드와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개선 의견과 함께 입소문 효과를 얻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돼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매일유업의 유아식 전문 브랜드 ‘맘마밀’은 아기를 키우는 엄마를 대상으로 월 1회씩 ‘맘마밀 안심 키친투어’를 정기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매일유업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충북 영동공장에서 엄마들을 초대해 재료 선별부터 제조 공정, 포장, 출고까지 이유식이 생산되는 전 과정을 공개했다.

당시 매일유업 맘마밀 관계자는 “참가했던 엄마 소비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후기를 남기며 소비자의 믿음과 신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에서도 살림 주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건의사항 등을 수렴해 설문조사‧오프라인 정기모임‧온라인 홍보활동 등에 활용하는 ‘주부모니터’를 매년 모집한다. 농심의 ‘볶음너구리’ 제품에서 볶는 시간을 30초 이내로 설정하거나, 해물의 풍미를 높인 점 등은 주부모니터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이밖에도 신제품을 먼저 평가하고 제품 개선에 참여할 수 있는 CJ제일제당의 ‘톡톡(Talk Talk) 주부평가단’, 커피를 주로 마시는 고객층인 주부 소비자를 겨냥한 디저트 카페 설빙의 ‘미니식빵 100인의 주부 체험단’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러한 주부 마케팅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당 마케팅의 대상이 대부분 엄마, 혹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고정관념이 강조되고 성편향적 시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뿐만아니라 남성의 경우 되레 가사 일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지거나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포항에 거주하고 있는 전업주부 서모(37·여)씨는 “굳이 남성과 여성을 나눠서 마케팅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론 전업주부의 입장에서는 해당 마케팅이 많을수록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여성 중 주부의 수가 남성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이기도 해 마냥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고 짚었다.

평택에 거주하고 있는 전업주부 전모(33·여)씨는 “남성 전업주부는 이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업주부의 여성 비율이 과반수를 넘는 가운데, 남성이 나서서 하기에는 아무리 사회가 변했다 하더라도 진입장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천에 거주하는 워킹맘 이모(45‧여)씨는 “주부 마케팅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주부의 의견을 반영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며, 주부 소비자 입장에서도 해당 상품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좌측부터 식품업계 광고에서 나오는 주부는 주로 여성으로 나타난다. [사진제공=블로그 카르페디엠]<br>
좌측부터 식품업계 광고에서 나오는 주부는 주로 여성으로 나타난다. [사진제공=블로그 카르페디엠]

이처럼 기업의 주부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식품업계 관계자는 “주부 이벤트는 여성만을 한정해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해당 이벤트에 대해 좋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순기능적인 측면과 장점이 많기 때문에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는 얘기다.

식품업계의 마케팅 홍보에서 남성은 능동적으로 묘사되는 반면 여성은 수동적인 모습으로 표현돼 뭇매를 맞은 사례도 있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여기에 구시대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남양유업의 커피브랜드 ‘루카스나인(Lookas9)’에서 나온 홍보 포스터에는 남성이 부장‧군인 등 능동적인 주체로 담긴 반면 여성의 경우 주부나 남성의 빈 커피잔을 채우는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됐다.

같은 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한 우유 광고에서도 음식 재료를 다듬고 빨래를 정리하는 이를 여성으로 묘사해 성역할 고정관념을 드러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가정을 돌보는 주부는 여성이며, 주부(여성)의 노동을 받아들이는 쪽이 남편(남성)이란 점은 다른 업체에서도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5년 송출한 광고에서 여성만 김장에 나서고 남성은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표현했다. 지난 2018년에는 축구를 보고 있는 아빠와 아이를 돌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광고를 송출했다. 이 두 광고 다 여성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 성차별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나마 최근에는 업계의 젠더 감수성 부족에 대한 인식이 커진 만큼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가 됐다. 소비자 인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기업에서도 이미지와 제품 홍보 등에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학교 교수는 “마케팅에서 타깃을 정해야 되기 때문에 주부 마케팅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주부는 꼭 여성이라는 편견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여성 소비자에 접근을 할 때면 주부, 혹은 엄마 등을 중점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이는 구매력에 따라 고려된 사항일 수도 있지만, 주부의 특징을 전체적인 여성의 특징이라고 보는 오류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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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인가 ‘강요’인가…주부, 가족 뒤에서 고군분투

통상 사회에서는 ‘전업주부=여성’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혀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여성의 경제적인 활동이 늘어났고, 남성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등 예전부터 자리잡혀 왔던 성역할의 모습이 차츰 바뀌어 가고 있다.

다만 앞서 설명한 사례들에서 살펴봤듯이 여전히 주부 마케팅의 대상은 ‘엄마’라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단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에서 ‘남성 전업주부’는 시장노동에서 밀려난 ‘무능력한 남성’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보는 이들이 존재한다.

왜 여성이 전업주부면 당연한 일이고, 남성이 전업주부면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전업주부의 위치와도 관련돼 있다. 즉 집안일을 단순노동으로 치부하고, 이에 임하는 여성들의 능력이 남성보다 낮다는 통념이 반영됐다고 풀이된다.

이는 주부가 사회적으로 등한시돼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주부의 가사‧돌봄노동이 그간 ‘그림자 노동’으로 취급받으며 사회적 가치가 전혀 존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엿보인 것이다.

또 여성이 집안일을 더 잘한다는 이유로 성별에 따라 맞는 역할이 주어진 것이라고 구분 짓지만, 가사노동은 오히려 근력과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숙련 여부에 따라 남성들이 오히려 뛰어나게 수행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런 성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고착화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사회경제 도입과 함께 경쟁 중심의 사회적 가치가 보편화되면서 가족 중심성이 함께 강화됐기 때문으로 고려된다.

아울러 20세기로 들어서면서 이뤄진 경제, 인구, 정치 등의 발전에 따라 가정 중심 문화가 등장하게 됐다. 기혼여성의 출산과 가사책임이 중요해짐에 따라 여성의 가사노동 기준이 높아졌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은 집안일 뿐만 아니라 자식·남편의 뒷바라지 등처럼 ‘내조’에도 힘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와 관련 지난 2011년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주최한 토론회 ‘신가족주의사회, 전업주부를 말한다’에서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정영애 교수는 “계층적 차이 위에 철저한 성별분업 구조를 바탕으로 가정 내 가사‧돌봄역할에 대한 아버지의 비개입이 강조된 반면 교육매니저 및 가족경영자로서 어머니의 역할은 보다 전문화되고 강화됐다”고 언급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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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성이 가정에 쏟는 시간만큼 임금소득활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게 됐고, 이에 사회에서의 선택의 폭이나 입지 또한 제한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정 교수는 “기혼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가정이냐, 좋은 보수를 주는 일자리냐’가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낮은 임금을 주는 일을 하느냐, 고용주가 선호하고 좋은 보수를 받는 노동자인 남편에게 서비스하며 집안에서 활동할 것인가’로 갈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기혼여성의 경력단절이 현재까지도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지난 1일 발표한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1624만6000명 가운데 여성은 1039만9000명으로 64%를 차지했다. 특히 비경제활동으로 분류된 여성 중 64.6%(671만4000명)가 가사노동과 육아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력단절여성은 약 14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여성이 42.8%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다음으로 결혼(26.3%), 임신·출산(22.7%), 가족 돌봄(4.6%), 자녀교육(3.6%)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경력단절여성 대부분이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일을 포기하고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

지난 2011년 이화여자대학교 김선민 연구자의 보고서 ‘신가족주의에 저항하는 전업주부의 가능성을 찾아서’에 따르면 여성들이 전업주부를 선택한 이유는 돌봄 서비스의 부족, 가정과 사회에서 돌봄과 가사노동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제, 노동시장에서 여성 일자리의 불안정성 등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10명의 미취학 자녀를 둔 중간계층 전업주부의 심층 면접 진행 결과가 담겼는데, 면접자 모두 여성이 전업주부를 선택하는 시점은 ‘아이’가 부각되는 때라고 짚었다. 즉 여성들이 육아 문제로 의지할 곳이 없는 경우 전업주부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일과생애연구본부 김난주 연구위원은 “경력 단절된 여성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있지만 가족 그늘 아래에서 끊임없이 쉬지 않고 무급으로 일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사회에서는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여성들의 선택은 폭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여성이 가사노동을 도맡아야 한다는 선입견 등이 나비효과처럼 청년 세대들을 통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성세대의 남성 중심적 사회가 현재 비혼과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명확히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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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주부의 일, 양성의 몫…고착화된 인식 전환해야

기업의 마케팅은 시대를 반영한다. 남녀 모두 가사일을 함께 하는 시대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주부 마케팅이 고루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성 편향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성평등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도기에 서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부에 대한 사회적 변화는 지지부진하며, 현재까지도 여전히 집안일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8월 전라북도 남원에 위치한 한 새마을금고에서 여직원에게 밥 짓기와 설거지, 빨래 등을 지시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성차별적 갑질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이는 가정 내에서만이 아니라 회사 등과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도 여성이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성역할 고착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에 정부나 기업에서도 성역할 강조, 혹은 고정관념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봐야 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는 성별분업과 그 배경에 있는 가부장제는 결국 여성과 남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며, 기업과 정부에서도 이를 바로잡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성별분업의 문제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결합이 만들어놓은 구조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가부장제는 여성 주부들에게 무급 가사‧돌봄노동력과 함께 여성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내는 수단이며, 남성의 경우 가족을 부양해야 된다는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 평생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힘을 가져야만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며 “기업의 경우 매출과 관련이 있어야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이러한 문제는 정부에서 먼저 나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여성시민단체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지난 2020년 ‘함께하는 여성’을 통해 여성들의 밥‧잠‧쉼에 관련된 일상을 돌아본 ‘여성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찾아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확산과 방역 정책으로 인해 생긴 돌봄 공백을 다룬 ‘돌봄 분담이요? 없어요. 그런 거’ 등을 주제를 다루며 여성 주부들의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현주소를 진단했다.

그나마 정부도 대학생, 주부 등을 상대로 국민 소통 창구로서 ‘인사혁신처 국민참여정책단’을 출범하거나 아이 돌봄 시설을 늘리고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지원을 하는 등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

또다른 전문가는 문제 제기가 된 사회적 이슈가 소비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결국 기업에서도 내부적으로 고려할 것이며, 현 방식을 바꿔나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최철 교수는 “결국 거시적 합리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이슈는 결국 소비자들의 소비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특히 SNS 등 다양한 매체로 사람들의 의사소통이 활발하고 확산이 잘 되는 현재, 동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해당 이슈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이슈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다면 당연히 기업도 의식을 하고 마케팅 방식, 프로모션 등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효용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기준도 두고 있는 만큼 사회적 이슈로 반영이 된다면 기업에서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계·기업·정부 등의 경제주체는 각각 상호작용하며 그 결과가 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단순히 소득, 물가, 실업 등과 같은 실물경제의 측정으로만 생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현상에서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즉 주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도 경제주체 간의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는 가사‧돌봄노동을 더이상 성별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가정과 사회 사이에서 양성이 넘나들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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