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됐지만…대기업 16곳 여성 임원 ‘0명’
여성 임원 87%는 사외이사, 나머지 대부분 ‘오너 일가’

유리천장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유리천장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이 열 명 중 한 명에 그치는 등 유리천장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16곳에서는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여성 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지난달 말 기준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9개의 이사회 구성원에 포함된 여성 임원 현황을 최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임원 1811명 중 181명(10.0%)이 여성 임원으로 집계됐다. 여성 임원의 수는 2019년 말 51명(전체 1710명 중 3.0%), 2020년 말 260곳 중 63곳(24.2%), 2021년 말 267곳 중 102곳(38.2%) 등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CEO스코어는 이런 증가 추세의 배경으로 2020년 2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영향을 지목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에서는 최근 사업연도 말(2021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게 했다. 

실제 법률 개정 이전인 2019년 말에는 여성임원을 선임하지 않은 기업이 258개 기업 중 216개(83.7%)에 달했다.

그러나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기업 143곳 중 16곳은 올해 2월 기준 이사회에 여성 임원을 단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HMM, 두산에너빌리티, 아시아나항공, 케이씨씨, HDC현대산업개발, 한국항공우주, 두산밥캣,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에스디바이오센서, 넥센타이어, 한진, KG스틸, 코오롱글로벌, 대한해운, 삼양사, 메리츠증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메리츠증권의 경우 모회사인 메리츠금융에 완전자회사로 편입돼 오는 4월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반면 여성 임원을 적극적으로 선임하는 기업도 눈길을 끌었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전부터 여성 임원을 선임한 기업은 40곳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스오일(S-Oil) 등이 있다.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10명 중 5명을 선임한 한국가스공사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서희건설이 11명 중 4명, 크래프톤이 5명 중 3명, 기아 9명 중 2명, 삼성전자 11명 중 2명 등으로 여성임원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조사됐다.

여성임원을 2명 선임한 곳은 21곳이었고, 현대자동차 등 127곳은 1명의 여성임원을 선임했다.

한편 여성임원의 대부분이 사외이사라는 한계점도 발견됐다.

2월 말 기준 조사 대상 기업 중 남성 이사는 사내이사(기타비상임이사 포함)가 817명(50.1%), 사외이사가 813명(49.9%)으로 비중이 비슷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사외이사가 158명(87.3%)이고, 사내이사는 23명(12.7%)에 그쳤다. 여성 사내이사 23명 중에서는 절반 이상인 15명(65.2%)이 오너 일가였으며, 전문 경영인은 8명(34.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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