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SH 입주민, 임대료 인상 반대 기자회견 열어
“방만·부실경영 따른 손실, 서민 주머니 털어 해결하려 해”
SH “임차인 대표 의견 받아 서울시에 전달해 협의할 예정”

위례 포레샤인 23단지 임차인 대표회의 등 SH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3일 진보당 서울시당,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과 함께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위례 포레샤인 23단지 임차인 대표회의 등 SH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3일 진보당 서울시당,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과 함께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재계약을 앞둔 임대주택 입주민들에게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등을 최대 5%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SH 임대주택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임차인대표와 협의 없는 임대료 인상은 위법이며 5% 인상은 과하다는 반발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3일 위례 포레샤인 23단지 임차인 대표회의 등 SH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진보당 서울시당,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과 함께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였다. 이들은 SH 임대주택 임대료 인상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위례포레시안 23단지 박지선 임차인 대표회장은 “지난달에야 임대료 인상 결정에 대한 의견을 내라는 공문을 받았다. 알아보니 지난해 공공주택임대료 조정위원회(이하 임대료 조정위)를 거쳐 지난 1월 무렵 이미 인상을 결정하고는 의견을 받는 것이었다”라며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위반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해당 특별법 제52조 4항은 ‘임대사업자는 임차인 대표회의가 구성된 경우 임대료 증감 등을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박 대표회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견서를 내면 다음 임대료 조정위는 언제 열리냐’고 묻자 ‘다음 조정위는 24년 1월에 연다’고 얘기했다. 대체 우리가 내는 의견서는 누가 받아본다는 얘기냐”라며 “서울시와 SH는 주민들을 우롱하는 임대료 인상 결정을 철회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임대료 조정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해 임대료 인상을 결정했고 SH는 1월 27일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례 포레샤인 23단지 임차인 대표회의 등 SH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3일 진보당 서울시당,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과 함께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위례 포레샤인 23단지 임차인 대표회의 등 SH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3일 진보당 서울시당,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과 함께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SH 임대주택 입주민은 “지난달은 난방비 폭탄이었는데 이번달은 임대료 폭탄 소식을 접했다”고 탄식했다. 이 입주민은 “SH가 정한 소득기준을 넘으면 퇴거되기에 늘 가난함을 증명하며 2년마다 재계약을 하고 있다. 인상된 금액을 1년 납부 유예 한다한들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다”라며 “장기전세 아파트는 주변 시세를 반영해야 한다고 꼬박꼬박 임대보증금을 인상했다. 그런데 지금 주변 시세가 떨어지는데 이번에는 SH의 경영이 악화돼 인상한다고 한다. SH의 방만하고 부실한 경영으로 인한 손실을 힘없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해결하겠다는 이 행동은 폭력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물었다.

또다른 입주민은 “지난해 보증금 700만원을 올려주고 대출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보증금을 올리면 또 대출을 받아야 한다”라며 “혼자 노령연금으로 생활하는데 80대인 나이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우울증이 올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친구들이 많은 이 단지에서 사는 동안 마음 편히 살고 싶다. 소득이 없는 노인들을 생각해 보증금 인상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호소했다.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노재명 대표는 “왜 임대료 조정위에 임대료를 올리는 사안과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협의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며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 통보를 보면 임차인 무시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자회견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많은 임대주택단지와 연대해 조만간 더 큰 규모의 규탄대회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민달팽이유니온 가온 활동가는 “금리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가계가 큰 타격을 입은 시점에 임대료를 법정한도까지 올리는 것은 공공임대주택 운영에 기대되는 행위라 하기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결정을 통보하고 의견을 묻는 것은 협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공공요금이 전반적으로 인상되는 시기다. 이럴 때 주거비 인상은 다시 한 번 물가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위례 포레샤인 23단지 임차인 대표회의 등 SH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3일 진보당 서울시당,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과 함께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위례 포레샤인 23단지 임차인 대표회의 등 SH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3일 진보당 서울시당, 공공임대&주거복지연합, 민달팽이유니온 등과 함께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임대료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기자회견 이후, 참석자들은 서울시 민원실에 오세훈 시장 면담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서명운동 등을 벌이며 SH 임대료 5% 인상 저지 공동행동을 준비 중이다.

한편, SH 관계자는 “임대사업 적자누적으로 임대료 조정위에서 임대료 인상을 결정했다. 현재 임차인 대표들의 의견을 받아 추후 서울시에 전달해 처리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또, “SH는 지난 10년 동안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았다”라며 “법상 문구도 ‘합의’가 아니라 ‘협의’다. ‘협의’와 ‘합의’는 의미가 다르다”고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임대료 조정위는 서울시 조례규칙에 따라 구성된다. 조례규칙에는 임차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라며 “조례규칙은 서울시에서 정한다”고 덧붙였다. 최대 5% 인상률은 과도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선 “임대료 조정위에서 정했다”라며 말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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