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기소 7시간 만에 당무위원회 열어
질서 있는 퇴진론 시기 놓고 저울질 中
친명계-비명계-이낙연계 퇴진 시기 이견
참신한 인물 영입 등 인적 쇄신 단행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미소짓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미소짓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에 기소된 이재명 대표에 대해 당헌 80조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비명계가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다시 질서 있는 퇴진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표로는 내년 총선을 무사히 치르기 힘들다고 판단한 비명계가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질서 있는 퇴진에 무게가 점차 실려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난장’이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대장동·성남FC 관련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열어 이 대표 대해 당헌 80조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80조는 부정부패 혐의 기소 시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당무위는 이 대표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에 대한 혐의가 명확히 있는 것도 아니면서 기소를 했다는 것이다. 당무위는 해당 기소가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 기소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 탄압은 80조를 적용시키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에 따라 적용을 시키지 않기로 했다는 결론을 당무위가 내렸다.

다만 해당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선 직무정지를 결정한 후 그것이 부당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는 절차의 정당성 훼손 문제다. 당헌 80조 1항에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3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지도부는 기소와 동시에 직무가 정지된다는 것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무총장이 직무정지 처분을 하지 않아도 3항을 논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아울러 당무위원회에 대한 소집 공고를 한 후 사흘 후에 당무위원회를 소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날 7시간 만에 당무위를 소집했다는 점에서 성급한 당무위 절차를 밟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 등을 볼 때 일반적인 절차를 밟는 것은 힘들었다는 것이 지도부의 논리다.

또한 정치탄압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미 이 대표의 기소 여부에 대해 집회를 여는 등 정치탄압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굳이 따로 당무위를 열어 정치탄압이라는 것을 판단할 이유가 없었다고 것이다. 게다가 지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연 의원총회에서도 정치탄압이라고 규정을 이미 했기 때문에 굳이 따로 판단할 이유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해철 의원의 경우에도 회의가 너무 급하게 잡혔다면서 당무위에서의 판단을 유보한다며 기권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과연 당무위에서 판단을 내린 것이 정당한 판단이었냐 여부를 두고 계속해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방탄정당이라는 이미지는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내년 총선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방탄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내지 않으면 내년 총선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질서 있는 퇴진론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이수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이수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계파 갈등의 봉합

질서 있는 퇴진론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계파 간의 갈등 때문이다. 당무위의 결정에 대해 비명계에서는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반적으로 과유불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반발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만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정치탄압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비명계라고 해도 이번 당무위 결정은 너무 성급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조직적 반발은 상당히 부담을 갖고 있다. 비명계 권리당원 수백여명이 이 대표에 대한 직무를 정지시켜달라고 법원에 신청을 한 것을 두고 현역의원들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 대표가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고 대놓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이상민 의원 이외에는 드물다. 비명계 의원들이 인터뷰를 하더라도 대표직을 내려놨으면 하는 뉘앙스를 풍길 뿐이지 직접적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당원평가가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면서 대놓고 당 대표직을 내려오라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도 비명계가 알고 있기 때문에 비명계가 당장 조직적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요구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대표가 당장 당 대표직에서 내려온다면 오히려 당은 혼란 속으로 더욱 휘말려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명계도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비명계 입장에서도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다만 내년 총선 때까지 유지하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검찰이 추가 기소 가능성과 추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만약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다음 체포동의안 표결에 있어 과연 부결이 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검찰이 계속해서 기소를 한다면 당 안팎에서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 제기되고, 그것이 결국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대표가 결국 질서 있는 퇴진을 해야 할 것으로 비명계는 판단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주민센터에서 열리는 지역사랑상품권법 관련 간담회 참석을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주민센터에서 열리는 지역사랑상품권법 관련 간담회 참석을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안 없는 민주당

친명계 일부에서도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다. 계속해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질서 있는 퇴진도 생각해볼만한 소재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면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사라지게 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홀가분하게 총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대위원회 체제 혹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게 된다면 이재명 사법리스크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김기현 리스크가 떠오르게 된다. 김기현 대표의 경우 전당대회 과정에서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 논란이 불거졌다. 김 대표가 내년 총선 직전에 당 대표직을 내려오지 않는 이상 계속 이 문제는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이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한다면 국민의힘을 향해서 비판적인 수위를 높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친명계 일부에서도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다만 언제 질서 있는 퇴진을 하느냐를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에어컨이 켜지는 여름이 될 수 있고,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될 수 있고, 첫눈이 내리는 초겨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적 쇄신’이 언제 이뤄지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현재 이 대표를 향해서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친명계와 비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그 범위를 놓고 의견 차이는 있다.

비명계는 사무총장 등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자리까지 대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 당 지도부가 친명계 일색이기 때문에 비명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친명계는 결국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해서 비명계가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속셈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비명계가 쇄신을 요구하는 것도 내년 총선 공천 주도권을 비명계가 틀어쥐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반발하고 있다. 친명계와 비명계 모두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적 쇄신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서 빠르면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한여름에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표가 지난 10일 ‘2024 총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면서 비명계를 전면 배치했기 때문에 TF 활동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한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돼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당내 계파갈등을 안정화시키면서 인적 쇄신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이런 이유로 가을이 돼야 질서 있는 퇴진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비명계는 결국 가을쯤에 퇴진한다는 것은 친명계가 공천권을 확실하게 틀어쥐었다는 확신이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는 첫눈이 내리는 초겨울 시점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아예 내년 총선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관련 현장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관련 현장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비대위 체제냐

질서 있는 퇴진 이후 비대위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예 한겨울에 이 대표가 내려오는 방안도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열 경우 결국 새로운 지도부가 지금의 지도부에서 만든 공천 제도를 뒤집어 버리고 새로운 공천 제도를 만들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할 수 있기 때문에 공천 관리형 비대위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비대위가 장기간 유지되는 사례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이 대표가 한겨울이 돼야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즉, 현 지도부가 공천 제도를 만들고 그 공천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비대위를 꾸린 이후 질서 있는 퇴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명계로서는 결국 친명계 입맛에 맞는 공천 제도를 정착화시키고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반발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당장 내려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낙연계의 경우 이낙연 전 대표가 올해 6월 귀국을 하기 때문에 당장 이 대표가 내려오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6월 귀국을 하고 정치적 기지개를 켜기 위해서는 최소 2~3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 가을에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것을 원하고 있다. 그래야만 귀국 후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올 가을에 전당대회를 치르고 이 전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비명계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따라서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 시기를 놓고도 비명계 내부에서도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이 대표의 인적 쇄신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이냐이다. 이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하더라도 친명계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는 그런 인적 쇄신을 한다면 올해 가을쯤에 이 대표가 퇴진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인적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개딸(개혁의 딸)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를 계속 압박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개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가 퇴진한 이후 전당대회를 치른다고 해도 전당대회가 온전히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이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개딸들을 설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딸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한다고 해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한다면 당은 둘로 쪼개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이 대표가 개딸들을 향해서 계속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개딸들이 이 대표의 설득에 넘어갈 것이냐 여부다. 이미 개딸들은 이 대표를 넘어서 또 하나의 세력화가 됐기 때문에 그 세력화된 조직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내년 총선 공천에 직접 뛰어드는 인물까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이 대표의 또 하나의 고민은 새롭고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꾼 후 참신한 인재들을 대거 영입해서 더불어민주당이 성공을 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인물들의 영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렇듯 계파별 셈법이 다르고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당분간 이 대표의 퇴진이 이뤄질 가능성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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