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통하는 볼펜, 관련 인증 받았다지만 ‘아이들 걱정’
전문가 “위험도 기준 모두 다르기에 장난감으론 부적절”
국표원 “비관리 대상, 위험 요소 있어 보여 안전성 검토”

아트박스에서 판매 중인 전기볼펜 ⓒ투데이신문
아트박스에서 판매 중인 전기볼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문구류 전문점 ‘아트박스’에서 전기가 통하는 볼펜 장난감이 판매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업체는 전기 관련 인증을 받았다지만 해당 제품에 대한 별도의 안전기준은 없는 데다, 친구를 놀라게 하라고 부추기는 문구까지 더해져 위험성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아트박스에서는 건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일으키는 전기볼펜(일렉트로닉펜)이 판매되고 있다. 

SNS와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관심을 끌고 있는 해당 제품은 평범한 볼펜처럼 보이지만 상단부에서 찌릿한 충격이 가해지는 이른바 전기 펜으로 분류된다. 

제품 뒷면에 쓰인 사용팁을 보면 해당 제품에 대해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친구에게 볼펜을 건네면 ‘찌릿찌릿’한 전기가 흐른다, 놀라서 소리 지르는 친구의 모습이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냐는 내용이다.

실제 유튜브에는 ‘친구에게 전기볼펜을 줬을 때 반응’, ‘전기충격 볼펜 몰래카메라’, ‘전기 몰카(몰래카메라)템 3종’, ‘전기볼펜으로 동생 속이기’ 등의 콘텐츠가 다수 업로드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시물 댓글들을 살펴보면 놀란 모습에 재미를 느낀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잘못 사용하다가는 쇼크가 올 것 같다”, “이런 제품을 팔아도 되나”, “모르고 당하는 거라 위험해 보인다” 등 안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특히 제품이 팬시점인 아트박스에 진열돼 있어 어린이에 대한 제품 노출이 쉽다는 점과, 대부분의 장난이 전기볼펜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제품 상품 겉면에는 ‘임산부 및 심약자 사용금지’ 문구가 표기돼 있으며 14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이 많이 출입하는 팬시점 특성상 중·고등학생에 대한 제품 노출은 불가피하며 구입 후 장난의 대상에 어린이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해당 제품과 비슷한 ‘장난 시리즈’의 일환으로서 진열대 주변에는 피가 묻은 붕대, 모형 벌레, 가짜 돈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장난감이 즐비하게 나열돼 있어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가볍게 인식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전기볼펜 옆에 진열된 가짜 피나 돈 등 자극적인 모양의 장난감 ⓒ투데이신문
전기볼펜 옆에 진열된 가짜 피나 돈 등 자극적인 모양의 장난감 ⓒ투데이신문

제품 사용자에 의해 무방비 상태에서 전기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충격의 정도가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가정하더라도 갑자기 깜짝 놀랐을 때의 부작용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불시에 전기볼펜을 경험한 이들이 크게 놀라거나 몸을 떠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로 인한 학우 간의 괴롭힘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제품에는 전기충격이 강할 수 있으니 임산부와 심약자는 주의하라고 표기돼 있지만 정작 당하는 사람은 안내문을 읽지 못하니 소용이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아트박스 측은 제품과 관련한 기관 인증을 모두 받은 만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트박스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국립전파연구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성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며 “제품 패키지 전, 후면에 사용 연령과 주의 사항이 표기돼 있으며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본보 확인 결과 해당 제품에 대한 국립전파연구원 인증은 ‘적합등록’ 상태로 확인됐지만,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 인증의 경우 제품에 들어가는 건전지(알칼리·망간 전지)에 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표원에서도 현재 전기볼펜 제품에 대한 별도 안전기준은 없지만 안전성이 의심되는 상황인 만큼 제품이 적합한지 전문가와 함께 살펴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표원 생활어린이제품안전과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경우 대상 안전기준이 별도로 없고 비관리 대상”이라며 “다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없더라도 혹시나 어린이나 노약자가 사용했을 때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안을 살펴보니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되는 만큼 전문가 의견 청취 등 해당 제품에 대한 적합성 검토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역시 전기 충격을 유발하는 볼펜을 단순한 장난감으로 치부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전기에 대한 반응에는 개인차가 있기에 갑자기 해당 제품으로 장난을 당했을 때 인체 피해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으며 아이들이 사용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있어 보인다”며 “전기볼펜 자체가 뚜렷한 목적이 있는 호신용품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유희용이기에 재미와 장난을 위해 안전을 담보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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