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코로나에 운전강요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프면 쉴권리 쟁취 기자회견

인사 불이익 우려로 병가·연차 등 사용 못한 적 빈번
노조 “기관사들, 몸살·고열에도 열차 운행 강요받아”
코레일에 사과 및 연병가 통제 근절 대책 마련 촉구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이하 노조) 등은 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광장에서 ‘코로나에 운전강요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프면 쉴권리 쟁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이하 노조) 등은 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광장에서 ‘코로나에 운전강요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프면 쉴권리 쟁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철도 노동자들이 몸이 아픔에도 연차, 병가 사용을 금지당하는 일이 반복된다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쉴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이하 노조) 등은 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광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노조는 “소위 ‘MZ세대’라는 구로승무사업소 2~30대 기관사들에게 병가 불허는 일상인데, 그 근본 원인은 바로 사업소 부소장의 인사권 남용”이라며 “부소장은 근무평정의 실질적 책임자인 부소장이 병가를 진급 누락의 사유로 삼는가 하면, 승진하기 위해 ‘팀장과 친하게 지내라’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많은 기관사들은 관리자의 인사권 남용과 횡포에 아파도 참고 열차를 운전할 수밖에 없다”며 “기관사의 안전이 곧 철도의 안전이고, 철도의 안전은 곧 시민의 안전으로 이어지는데, 코레일은 국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독감, 고열과 몸살로 일에 집중할 수 없는 기관사를 운전에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광장에서 열린 ‘코로나에 운전강요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프면 쉴권리 쟁취 기자회견’에서 정주회 구로승무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광장에서 열린 ‘코로나에 운전강요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프면 쉴권리 쟁취 기자회견’에서 정주회 구로승무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주회 구로승무지부장은 “만일 여러분이 코레일에 입사한다면 신입사원 교육 때부터 ‘욕심 있는 선배들은 병가 사용 안 한다’라는 내용의 교육을 듣게 될 것”이라며 “한 기관사는 A형 독감으로 인해 고열에 시달려 회사에 보고했지만, 감기는 병과 사유가 아니라는 대답만이 돌아와 결국 해열제를 먹으며 퇴근길 열차를 운전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기관사들이 항의하는 피케팅을 했더니 참여한 조합원들 얼굴 사진을 사내 게시판에 붙여놓고 집단 괴롭힘의 가해자들이라고 낙인찍는 일도 발생했다”며 “회사는 늘 인권을 존중하고 통제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어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이하 노조) 등은 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광장에서 ‘코로나에 운전강요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프면 쉴권리 쟁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이하 노조) 등은 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광장에서 ‘코로나에 운전강요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프면 쉴권리 쟁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다음으로 실제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떠 사측에 조기퇴근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던 적 있는 기관사 A씨가 발언을 이어갔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지난해 9월 10일 근무 중에 고열 및 몸살 증상이 발생해 자가진단 키트 검사를 진행한 결과, 두줄이 떠 코로나19 확진 의심이 됐다”며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열차를 운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퇴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정식으로 선별진료소나 병원을 가서 PCR 확진 판정을 받아오는 것이 아니면 조퇴를 시켜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날은 추석 당일이다 보니 문을 연 병원이 없었던 것은 물론 당시 병가를 쓰면 진급 및 승진에 불이익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결국 몸살과 고열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차를 운전했다”며 “다음 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곧 확진 상태로 운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무엇보다 국민 안전이 중요시되는 시기인데, 당시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해당 사실을 알았다면 얼마나 불안해했을지 상상도 안된다”며 “저는 졸지에 국민 안전을 해친 기관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광장에서 열린 ‘코로나에 운전강요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프면 쉴권리 쟁취 기자회견’에서 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김재민 노무사가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광장에서 열린 ‘코로나에 운전강요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프면 쉴권리 쟁취 기자회견’에서 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김재민 노무사가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연대 발언으로 참여한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김재민 노무사는 “최근 해가 가면 갈수록 점점 코레일의 산재 발생 노동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철도는 국민의 발이 돼주고 경제의 혈관이 되어주는 중요한 공공재인데, 그 안에서 공공성을 위해 노동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처참하다”며 “코레일은 병가와 연차를 통제한 관리자한테 책임을 묻고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건강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조는 코레일에 △현장통제·노동탄압 책임자인 부소장 경질 △사업소장 사과 및 연병가 통제 근절 대책 마련 △공정한 승진심사 실시 △노동탄압 지침 철회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승무강요’, ‘승객위험’, ‘병가금지’, ‘인사평가 감점’ 등의 문구가 써진 피켓과 기관사 및 철도 모양 피켓을 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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