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둔화와 불안한 금융환경이 배경으로 지목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지난 2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소비자 물가 둔화와 불안한 대내외 경기 상황이 금리 동결을 이끌어 냈다고 해석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1일 오전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 유지를 결정했다. 한은은 높은 물가 수준을 내리기 위해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총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 끌어올린 바 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가 확인되면서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금리를 동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4.2% 오르며 상승 폭이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내외 불안한 금융환경도 이번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높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입장에서도 긴축 강도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의 긴축기조가 막바지에 왔다는 기대감이 형성돼 연말 기준금리 인하까지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수출 부진으로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3.6% 줄어든 551억3000만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도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정부는 2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둔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이번 금리 동결은 글로벌 금융불안과 경기 하강 우려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판단된다”며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역시 5.1%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인상 1회 정도만을 시사하고 있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상 부담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헤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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