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정점에 다다라 하락 압력 높다
IMF, 우리나라 성장률 1.5%로 하향
美투자은행, 최종금리 5~5.25% 예상
원유공급 불확실성은 인플레 재점화

[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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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에 대한 전망치가 0.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채권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한은은 과도한 기대감이라고 선을 긋었다.

12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일 뉴욕사무소가 현지 12개 투자은행(IB)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를 넘긴 8곳이 미국 최종 정책금리 수준을 5.00~5.25%로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앞으로 0.25% 포인트 인상 카드 한 장만 남은 셈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한은과 일부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의 감산 가능성과 공공요금 인상 등 하반기 물가를 자극할 요소들이 남아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국의 실질GDP성장률 [사진출처=IMF]
한국의 실질GDP성장률 [사진출처=IMF]

경기침체 우려로 연내 금리 인하 압력 높아

전날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0.2%포인트 내린 1.5%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지난해 7월과 10월에 이어 올해 1월과 4월 총 네 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고 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민간 부채 수준과 수출의존도에 기인한다. 전날 연속 두 번째 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은 이창용 총재도 국내 경기와 물가의 둔화세를 인정한 가운데 연내 경제성장률이 2월 전망치였던 1.6%를 소폭 하회할 것을 시사했다. 이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 부문의 리스크가 높아진 점도 경기 하방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IBK투자증권 권기중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여파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돼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금리의 경우 3.75%까지 인상할 여지가 남아있지만 오히려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하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기준금리 인상의 정점을 확인한 이후 세 달 뒤까지의 국고채 금리 변동 폭을 살펴보면 여지없이 하락했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준금리 결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CD(양도성예금증서) 91일물 금리는 동결 결정이 나오자 오히려 하락했다. 전날 CD 91일물은 전 거래일 대비 0.03%포인트 내린 3.48%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왔고 연내 금리 인하를 점치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 캐피탈이코노믹스는 한국 경제가 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돼 한은이 오는 8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노무라증권도 한국경제의 침체 심각성을 언급하며 연내 0.75%포인트 인하를 예상하는 파격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사진출처=뉴시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사진출처=뉴시스]

공공요금·유가 상승 인플레 불씨 남아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한은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이 총재는 전날 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해 “예상대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산유국 추가 감산이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과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과 관련해 하반기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윤석진 연구원은 “국내외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에 국제유가 안정효과가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원유 공급 불확실성 증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험을 재점화할 소지가 있다”며 “특히 국내의 경우 에너지 원가 상승에 따른 전기·가스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파급효과도 우려스러운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윤 연구원은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위기 이후 연준의 긴축의지가 약화된 만큼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되나, 오펙플러스(OPEC+)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재상승 및 더딘 국내 근원물가 추세 등을 감안 시 시장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금통위도 향후 통화 정책 방향과 관련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상승률도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매파적인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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