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정치체제 개편은 정치권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 중 하나다. 극우 정당인 국민의힘, 진보인 척 하지만 보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이 두 거대 정당 중심의 정치 체제에서 그나마 진보적인 소수정당이 정계 진출을 위해 정치체제 개편을 요구하곤 했다. 또한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거나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체제 개편 이야기가 더욱 크게 일어난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1년 남아있는 시점에서 변함없이 정치체제 개편 이야기가 나온다. 김기현 당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에서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고 하고,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의 국회의원 수를 유지하자고 한다. 그러나 두 당 모두 지역구 축소나 조정에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의 정치체제 개편의 역사를 보면 상당수의 개편이 정치인들의 자기 이익에 따라 결정됐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 국회가 개원되고 헌법이 제정됐을 때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중심제를 놓고 정치인들 사이의 대립이 있었다. 국회에서는 내각책임제를 요구했지만, 이승만과 그 측근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중심제를 강력히 요구, 결국 대통령중심제가 채택됐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이승만은 봉건적인 한국 사회를 근대적으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양녕대군의 후손으로서 군왕에 유사한 대통령 자리에 욕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대통령 직위를 요구한 것, 임시정부 시절 대통령직에서 탄핵된 이후에도 자신의 명함에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새기고 다닌 것이 그 근거다. 그리고 그 이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의 개헌,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을 허용하는 내용의 사사오입개헌 등은 모두 이승만의 장기 집권 야욕의 결과물이었다.

대표적인 정치인 이익에 따른 정치체제 개편은 박정희 독재 당시 일어났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는 기존의 헌법에 맞게 재선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한 번 더 대통령을 하기 위해 1969년 3선 개헌을 밀어붙였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원 의석수 2/3 확보를 위해 총선에서 각종 금권 부정선거를 시도했고, 그 결과 3선 개헌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대통령 후보 출마 당시 “‘나를 한 번 더 뽑아주십시오’하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이야기 했던 박정희는 자신의 말대로 다음 대선 이후 유신개헌으로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꿔버렸다.

전두환 독재 당시의 정치체제도 마찬가지였다. 전두환은 ‘기권은 반대보다 나쁘다’는 말을 해 엠뷸런스를 타고 헌법개정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이 있었을만큼 개헌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개헌으로 간선제 7년 단임제 대통령이 탄생했다. 국회의원 선거 역시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정당이 전국구의 2/3 의석을 차지하는 방식이었고, 그나마 야당 역시 전두환과 안전기획부에서 만든 관제 야당이었기 때문에 제5공화국은 전두환과 민주정의당 1당 독재 체제였다. 이 역시 전두환의 집권 야욕의 결과물이었다.

최근으로 돌아와 보자. 박근혜씨가 대통령직에 있었던 당시 국정농단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박근혜씨가 제시한 것은 개헌이었다. 시민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였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재임 초기 국정농단이 정치체제의 문제였다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에서 끊임없이 대통령제 변화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 요구는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졌다.

국회의원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지역구에 기반을 둔, 혹은 전국구 국회의원이라 다음에 지역구에 출마해야 하는 현직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조정을 결정하기 때문에 각자의 이익에 따라 지역구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말로는 여론에 귀기울이겠다고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따라 국회의원수를 늘리고 줄이는 문제를 결정한다. 선거구 조정은 법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에서 서술한 문제를 인지해 다음 총선 이후에는 정치적 중립성을 최대한 보장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국회가 이것을 무조건 받아드리길 바란다.

국가는 개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아니다. 설혹 개인이 운영하는 상점이라고 하더라도 상점의 유지를 위해 손님들의 취향과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데,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민을 대신해 국가를 운영하는 자리를 결정하는 정치체제 개편이 정치인 개인의 이익에 좌지우지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