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조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대학별로 대학입시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학생은 물론이고 대학별로도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비수도권 대학들은 지원자가 모자란 상황에 부딪히고 있고, 이에 한 명의 신입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는 문득 소위 ‘이해찬 세대’라는 고유명사까지 생긴 김대중 정부 시절, 이해찬 전 총리가 교육부장관으로 있었던 1998-1999년이 생각났다.

1999년, 이해찬 당시 교육부장관은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대입제도를 마련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무시험 대학 전형”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최근까지 시행되고 있는 ‘수시’ 모집의 시작이었다. 또한 고등학교에서 강제로 시행됐던 야간 자율학습, 월말고사, 학력고사, 모의고사 등의 전면 폐지도 단행됐다. 아울러 학생 체벌도 엄격하게 통제되어서 체벌 도구까지 지정됐다.

결과적으로 이해찬 당시 교육부장관이 야심차게 실시한 대입제도는 실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학생들의 통제가 힘들어지면서 교권 추락이 일어났고, 이것은 이후 불미스러운 몇몇 사태를 낳는 계기로 작용했다. 또한 대학서열화와 5지선다 방식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으로 약칭함.) 점수 중심의 대학 입시, 중등교육 현장에서의 준비 미비 등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교사, 학부모는 모두 큰 혼란에 휩싸였다. 거기에 수능 난이도 조절의 실패까지 더해지면서 이해찬 교육부장관 주도로 실시된 대입제도는 큰 비난에 직면했다. 무엇보다도 (물론 언론의 프레임 씌우기 성격이 강했지만) 특기 하나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개념은 ‘학력 수준 저하’라는 고정관념으로 이어져서, 소위 이해찬 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학력이 떨어지는 세대’라는 비아냥을 듣게 되었다.

이러한 비난은 합리적인 측면도 있지만, 많은 선입견과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서 ‘준비부족’은 분명히 있었지만, 이 준비부족은 교육 현장의 현실을 방증한다. 당시 교육 현장은 이해찬 교육부장관 재직 당시 추구했던 대입 정책을 수행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당시의 콩나물 시루에 비유되는 교실 환경, 전체주의적 교육에 익숙한 사람이 상당수였던 교사들, 주입식 교육에 초점을 맞춰 제작된 교과서와 수능시험 등 당시 중등교육 환경은 새로운 입시제도와 맞지 않았다. 또한 시민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학 서열을 정하고, 수능 성적이 좋은 순으로 높은 서열의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시민들이 대학별로 서열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처럼 특정 지역(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높은 서열로 두는 나라는 전 세계에 거의 없다. 이와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대입제도를 바꾸고 강제로 체벌을 금지한다고 중등교육의 환경이 바뀔 수 없었다.

또한 당시 교육정책의 취지는 분명히 계승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고등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선택적으로 가는 곳이다. 자신의 흥미와 특기를 심화하고 전문화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의무교육을 잘 수행했고, 특정 분야에 관한 소양을 갖추고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학령 인구가 감소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의 거의 ‘의무교육’ 수준이 됐고, 자신의 흥미와 특기를 무시한 채 취업이 잘 된다는 평가를 받는 학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하여 줄세우기 방식이 아닌 자신의 특기를 보여주고, 그것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대입전형을 바꾼 시도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당시까지 ‘대입’과 ‘보호’, ‘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무시되고 침해됐던 청소년의 인권 문제가 전면에 대두됐다. 그리고 그 수혜를 받은 ‘이해찬 세대’는 고등학교와 대학의 서열문화를 바꿨다. 무엇보다도 ‘이해찬 세대’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고, 이명박씨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광우병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이때 예비군복을 입고 시위대를 보호하던 예비역들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탄핵을 주도한 2016년에도 이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비록 2-3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세대라 ‘세대’라는 말을 붙이기도 어색하지만, 이들이 대한민국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2023년이 됐다. 이들은 이제 자식을 대학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2022년 말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발표했다. 이 입법예고의 핵심적인 내용은 장기적으로는 고등교육의 지원과 책임을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교육특구의 설립을 통한 외국계 학교와 자사고 설립 유연화, 고등학교의 상향평준화, 대학 평가 폐지, 학과 설립과 시설 기준의 완화, 겸임·초빙 교원을 교수 정원의 최대 50%까지 둘 수 있게 한다는 것 외에 매우 급진적인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입법예고 발표에 대하여 진보적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해찬 세대’의 반응과 행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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