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서울시립대학교가 유지해오던 반값등록금 정책이 폐지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난 15일, 서울특별시의회가 서울시립대 관련 예산을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원에서 100억원(17.3%) 감액한 477억원으로 확정한 것이다. 서울시립대는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대학교로, 서울특별시의 재정 지원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서울특별시가 서울시립대 관련 예산을 삭감, 이로 인해 서울시립대가 시행해오던 반값등록금 정책은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런데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한국 현대사와 맥을 같이 한다.

시계를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1년 1월 10일로 돌려보자. 그 전해인 2010년, 서울특별시의회는 서울시 예산 20조6000억 원 중 서해 뱃길과 한강 예술섬 사업 등 서울시의 주요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대신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이 신설했다. 이에 반발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1월 10일 무상급식 전면 실시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안했다. 이 제안은 의회에 의해 거부됐으나, 수구 성향을 지닌 서울 시민들이 투표 청원을 벌였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 중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투표가 8월 24일에 실시되는 것이 결정됐다.

그런데 여기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8월 21일, 오세훈 당시 시장은 무릎을 꿇고 읍소하며 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하필 ‘투표율 33.3%’를 시장직 사퇴의 조건으로 건 것은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할 경우 개표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오세훈 당시 시장의 조건부 시장직 사퇴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여당인 한나라당과 전혀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당시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는 오세훈 당시 시장의 조건부 시장직 사퇴 선언에 대해 매우 당황했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는 투표율 25.7%로 ‘개표불가’였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투표일인 8월 24일에서 이틀이 지난 8월 26일,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했고, 이로 인해 2011년 하반기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도 시행됐다. 이 선거에서 고(故) 박원순씨가 제35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고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당선 이후 처음으로 한 일은 ‘초등학교 5·6학년에 대한 무상급식 지원’ 결재였다. 전면 무상급식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후 시행됐던 정책 중 하나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이었고, 2011년 예산이 편성돼 2012년 신입생부터 적용됐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정책은 2010년대 초반 일어났던 ‘보편적 복지 대(對)선별적 복지’ 논쟁의 부산물이었다.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은 누구나 복지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운 주장과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실용을 앞세운 주장 사이의 대립이었다는 의미다. 특히 대학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당시 대학가에서 ‘반값등록금’이라는 말이 사회적 화두(話頭)로 떠올랐고, 박원순 시장이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대부터 반값등록금 정책을 펼친 것이다.

현재 서울시립대에 관한 예산의 삭감 근거는 대학 경쟁력 약화였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2012년 500위권이었던 서울시립대의 세계대학랭킹이 2022년 800위대로 하락했고, 그 원인을 반값등록금에서 찾았다. 그런데 서울시립대의 세계대학랭킹 하락의 원인이 재정부족이라면, 등록금을 올리는 방법 외에도 서울시립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등록금이 비싸면 대학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명제가 성립돼야 하는데, 대학등록금이 없는 독일이나 프랑스의 대학이 한국 대학보다 세계대학랭킹이 높고, 한국대학 가운데 세계에서 대학랭킹이 가장 높은 대학은 서울대학교나 카이스트 등 등록금이 저렴한 학교다. 즉 “등록금이 비싸면 대학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명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번 서울시립대 배정 예산 삭감은 ‘돌아온 탕자’인 오세훈 시장이 고 박원순 시장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많다. 그런데 막상 필자는 “등록금이 비싸면 대학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수구진영의 가설이 거짓이라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근거로 일개 사기업이 만든 세계대학랭킹을 꼽는 것을 보면서 교육이 아닌 무한경쟁과 1등을 추구하는 저질스러운 교육관이 보여서 마음이 씁쓸해진다.

유난히 추운 2022년 겨울이 지나고 2023년이 다가오고 있다. 2023년이 와도 당분간은 겨울일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10.29참사로 고통 받고 있는 서울 청년들에게 더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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