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2013년 12월 4일, 필자는 일본 종교에 관한 글을 본지에 기고한 적이 있다. 이 칼럼에서 필자는 일본 종교가 과거사를 부정하는 듯한 피해자 코스프레가 아닌 평화와 사랑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애꿎은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번 회차에는 시민들이 일본 종교에 관해 가지는 과도한 경계심과 일본에서 생긴 종교인 텐리교(天理敎, 이하 천리교라고 기술하겠음)의 역사적 의미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났던 10월 29일 이후 정부는 일주일의 국가 애도 기간을 지정했다. 10·29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의 도로는 경찰 당국의 수사 관계로 출입통제선이 설치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참사 당시 많은 사람을 구했던 한 상인은 출입통제선을 뚫고 들어가서 제사상을 차렸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작은 실랑이를 벌였으며, 결국 상인과 경찰 모두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짓는 일도 일어났다.

그런데 국가 애도 기간이 지난 11월 6일, 독특한 복장을 한 사람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외며 기도하는(혹은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 시민들의 눈에 포착되면서 SNS를 뜨겁게 달궜다. 실제 복장이나 주문 내용을 듣지 못해서 필자가 확신할 순 없지만, 필자가 가진 정보를 참고했을 때 천리교 종교인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이 SNS에서 보인 반응은 ‘일본 종교가 출입통제를 뚫고 제사를 지냈다’, ‘조선 신궁을 향해 제사를 지내서 한국을 저주한다’, ‘저 제례를 허락한 주체가 윤석열 정부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등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SNS의 반응으로 그대로 기사화 한 신문사도 존재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반응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실 관계가 다르다.

첫째, 천리교 종교인이 제례를 지낸 것은 경찰에 의한 출입 통제가 끝난 이후였다. 한국과 같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종교 의례는 비교적 자유롭게 치러질 수 있다. 또한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는 일은 종교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이 두 가지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바로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에서 의례를 치렀던 다양한 종교인들이었다. 승려, 신부, 목사, 교무, 무당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팽목항에서 나름의 종교 의례를 치르며 희생자의 영혼을 위로했다. 그리고 당시 누구도 그것을 통제한 사람이 없었다.

둘째, 앞에서 언급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 종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에 당시 천리교 종교인의 행위를 한국을 향한 저주로 단정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조선에 도입된 천리교는 해방 이후 왜색을 배제한 “대한 천리교”와 이에 반대하면서 분리해 나온 “천리교 한국 본부”로 갈라졌다. 또한 일제강점기부터 천리교의 신자였던 조선 사람들이 해방 이후에도 그들의 신앙을 나름대로 유지했다. 그렇다면 천리교 역시 한국에 엄연히 존재하는 종교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 참사 현장에서 의례를 치른 사람이 천리교 한국 본부 소속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10·29 참사에서 일본인 희생자도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본 종교인이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 나라 희생자를 위해 의례를 올렸음을 인정함이 마땅하다.

셋째, 천리교를 단순하게 일본 종교로 간주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했던 일본 종교의 한국을 향한 저주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제시한 근거 중 하나가 천리교 종교인이 과거 조선 신궁을 향해 의례를 치렀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참사가 일어났던 도로에서 방위를 고려했을 때 조선 신궁이 있었던 남산을 향해 의례를 치를 수 없다. 아울러 천리교는 군국주의 일본 당시 일본의 대표적인 종교인 신토(神道) 중 하나로 규정됐지만, 제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후 천리교는 스스로 자신들이 신토에 속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신궁이 신토의 종교 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천리교 종교인이 조선 신궁 방향으로 의례를 치렀을 리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번 10·29 참사 이후 일본 종교의 의례 논란은 10·29 참사에 따른 트라우마와 한국 사람의 상당수가 가진 일본을 향한 반감의 결과였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이 출마 때부터 일으켰던 천공, 손바닥의 왕(王)자 논란,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일으켰던 무속 관련 논란 등 종교 관련 논란이 사람들이 가진 생소한 종교를 향한 반감을 부추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생소한 종교를 향한 낯설음과 여기에서 나오는 각종 오해는 시민들을 향한 교육으로 바꿀 수 있지만, 당장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자신들이 일으킨 종교 관련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종교가 애꿎게도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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