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0년부터 KBS에서는 명절이나 연말이면 ‘대기획’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콘서트를 방영해왔다. 2020년 한가위 때는 나훈아 콘서트를 방영했고, 그 결과 ‘테스형’이라는 신조어가 인기를 끌었다. 이후 심수봉, 임영웅이 ‘대기획’ 콘서트의 주인공이었고, 고(故) 송해 추모 콘서트도 있었다. 이번 설 대기획의 주인공은 송골매였는데, 지난 1월 21일 오후 9시 20분, ‘2023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40년만의 비행’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됐다. 본 지면에서 이번 송골매와 이번 대기획 콘서트의 시대적 맥락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KBS의 ‘대기획’ 콘서트의 맥락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KBS는 공영방송이자 재난주관방송이라 케이블 TV나 IPTV에 가입하지 못하는 세대도 텔레비전만 있으면 시청할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폭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한 방송사라는 의미다. KBS의 시청자층은 지역과 연령대가 매우 폭넓은 편이고, KBS 역시 이러한 시청자층에 맞는 방송을 만들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인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이 이러한 맥락을 방증하는 사례다. 그리고 송골매가 1979년에 데뷔해서 198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으니, 지금의 40대 일부와 50-60대를 대상으로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독재와 독재를 향한 저항, 민주화, 탄핵 등 한국현대사의 굴곡과 ‘보릿고개’로 상징되는 1950-60년대의 가난과는 다르지만, 그 못지않은 ‘IMF 국가부도’를 넘어선 세대다. 이에 비해 이 세대를 향한 관심은 노년층이나 소위 ‘MZ세대’, 유아·청소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과 위로가 적은 편이다. 이번 콘서트는 이러한 세대에게 감동과 위로를 준 것으로 보인다.

송골매의 탄생도 한국현대사의 맥락과 맞닿는다. 1970년대 후반 한국 음악계는 1975년 대마초 파동, 박정희 독재 정권의 금지곡 지정을 비롯한 각종 탄압으로 인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독재의 영향이 예술계에도 적용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음악 소비자들은 영미권의 음악으로 음악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한국에도 외국 못지않은 밴드가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욕구를 가졌다. 송골매의 등장으로 음악 소비자들은 이러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

송골매의 음악들 역시 한국현대사의 맥락과 맞닿는다. 송골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외국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초반기 음악은 펑크와 디스코락, 그리고 흑인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송골매의 대표적 히트곡인 ‘모여라’는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Huey Lewis & The News)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송골매의 음악은 한국적인 색도 강하다. 예를 들어서 송골매의 히트곡인 ‘하늘나라 우리님’의 편곡 전 버전은 한국전통음악 중 시조의 창법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송골매 음악의 한국적인 모습은 가사에서 드러난다. 앞에서 언급한 ‘하늘나라 우리님’은 사망한 연인을 그리며 산에 오르는 어떤 사람의 모습을 표현했는데, 이 곡을 작사한 이응수는 한국 최초의 가집(歌集)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수록된 사설시조 「님이 오마 하거늘」의 한 대목을 가사의 소재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콘서트 방영본에서는 자막으로 가사에서 생소한 단어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 외에도 윤도현밴드가 리메이크했고, 방송 당일 장기하가 불렀던 송골매의 히트곡 ‘탈춤’의 경우 한국 전통 중 하나인 탈춤의 모습을 노래에 잘 녹여냈다. 또한 송골매의 리드 싱어였던 구창모의 솔로곡인 ‘희나리’의 경우 어미의 대부분이 “○○소”, 즉 “구속이었소”, “이유가 됐소”라고 끝나서 마치 근대 이전에 존재했던 아픈 사랑 고백을 듣는 느낌을 받는다.

송골매의 음악과 한국현대사는 어떻게 연결될까? 송골매가 활동하던 시기는 소위 ‘한국적인 것’을 향한 관심이 높아졌던 시기였다. 박정희 독재정권 당시 (물론 독재의 큰 기획이었지만) 민족문화를 강조한 것을 시작으로, 전두환 독재정권 당시 (역시 독재의 큰 기획으로) ‘국풍(國風)’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재발견과 보존이 강조됐다. 독재의 반대급부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미군의 광주 학살 묵인 의혹이 퍼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향한 저항 의식과 한국 문화를 향한 관심이 확대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송골매의 음악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꼭 한국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모여라’의 가사는 성장 중심의 생존 경쟁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의 상황을 풍자하고, “놀아보자”라는 제안을 통한 위로를 줬다.

예술 역시 시대와 역사의 맥락을 담고 있다. 이것이 소비와 맞물려서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번 송골매 콘서트 역시 사람들에게 위로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울러 다음 명절의 대기획을 향한 궁금증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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