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
콜센터노동자 “개선커녕 퇴보…고용불안·차별임금·비정규직 여전”
원하청 계약, 근본적인 문제…“직접고용 및 정규직 전환 필수적”
노조 없는 곳은 더 열악…서울신보 조합원 8명, 단식 투쟁 진행도

2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2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콜센터노동자들이 여전히 저임금을 받으면서 폭언은 물론 해고 위기까지 감내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콜센터노동자 단체 등은 2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콜센터노동자는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노동, 멈출 수 없는 노동을 수행하는 필수 노동자”라며 “하지만 콜센터 현장은 개선은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동안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아무것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말했던 노동시장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노동정책은 애초부터 없었다”며 “오로지 69시간 장시간 노동, 반노동, 친재벌 대착오적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기만 혈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 임지연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2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 임지연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실제 콜센터 노동자의 열악한 현장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 임지연 지부장은 “전날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해 오늘로 3일째다”며 “간접고용 원하청 계약 과정에서 그동안 열심히 일하던 상담사가 잘려나가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많이 일어나 이제는 뉴스조차 되지 못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는 지난 25일 ‘집단 단식농성 돌입 및 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해 재단이 3년 전 이뤄진 정규직 전환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인원 감축을 시도했다며 조합원 8명이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투쟁 등에 돌입할 것을 선포한 바 있다.

임 지부장은 “하지만 이 일은 성실하게 일하며,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는 수많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무자비한 폭력”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다음으로 발언에 나선 사무금융노조 에이스손해보험콜센터 박은영 지부장은 “전화상으로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단순 업무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전화기 넘어서는 상담원들이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위한 업무와 이외에도 고객에 돌발적인 질문, 무리한 요구 등을 처리하고 또 이를 재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화가 밀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3시까지는 밀려오는 수많은 콜을 응대해야 하는데 이는 ‘전쟁터’와 흡사하다”며 “또한 상담원이 1~2년 전 대비 3~40% 정도 퇴사를 했는데도 신입사원 채용도 하지 않아 남아 있는 노동자들이 그 업무를 다 처리하는 등 강도 높은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2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 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에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2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 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에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콜센터 현장에서 인권이 없는 노동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SH공사콜센터 채윤희 지회장은 “입사 당시 콜센터는 임대공고가 발표되면 점심시간은 30분 주고 계속 전화를 받게 하는 것은 물론 추가 근로 수당은 한 푼도 주지 않고 연차 갑질로 사람을 옥죄었다”고 밝혔다.

이어 “겨우 투쟁해 조금의 자율성을 확보해도 근원적으로 업체가 2년마다 바뀌는 시스템이다 보니 전부 리셋되고 있다”며 “쉬운 해고,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높은 이직률, 실적 압박, 저임금, 열악한 처우, 인정받지 않는 노동력이 콜센터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 일반지부 하나은행콜센터 현진아 지부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변경되는 업무에 제대로 된 교육 없이 투입되고 있으며 만일 잘못 안내될 경우 민원과 원망은 상담사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심지어 회사의 전산 오류나 제도 등에 대해서도 고객이 민원이나 욕설을 하면 상담사들은 ‘죄송합니다’라고 무조건 사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콜센터 상담사 직원들은 기업의 성과에 대해 아무런 공이 없는 것이냐”며 “정부와 기업은 콜센터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 일반지부 하나은행콜센터 현진아 지부장이&nbsp;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2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 1년 콜센터노동자 무대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 일반지부 하나은행콜센터 현진아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긴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본보의 질문에 현 지부장은 “사측이 콜센터 운영을 하청업체에 맡기고,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간섭, 관리하지 않는데 직원 및 업체 평가 등은 본사에서 하는 시스템”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른 아웃소싱 업체와 경쟁시켜 점수가 낮으면 인센티브를 깎는 등 이같은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짚었다.

윤석열 정부 1년 차, 노동 현장에서 달라진 것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체감하는 것은 전혀 없다”며 “모든 콜센터가 아직 많은 업무량과 높은 업무 강도를 소화하고 있는데,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콜센터는 상황이 조금 낫지만, 이마저도 없는 곳은 아직도 휴식시간, 연차 등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해주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콜센터 노동자의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직접고용 전환 △감정노동 보호 조치 △건강권 보호 조치 △저임금구조 개선 등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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