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력, 진영논리 개혁 시도는 악순환”
“‘정권 붕괴’ 기도 세력, 인정 못 받을 것”
“재선 도전은 유권자의 몫...최선 다할 뿐”
“200만 동포청소년, 미래인재로 양성해야”
“진영 기반 해 당선됐다는 생각 안 해봐”

무소속 양향자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무소속 양향자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여러 지표를 봤을 때 국민 기대에 상당히 못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남(광주) 여론도 상당히 비판적이다. ‘검찰정부로 가고 있다’는 우려는 나올 수밖에 없다.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오만으로 비치지 않도록 겸손해야 한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양향자 무소속 의원(광주 서구을)은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내놨다.

양 의원은 “노동, 교육, 연금 등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 작업을 해나가기 위해선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윤 대통령이) 좀 약하다. 뒷받침할 수 있는 개혁그룹이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이렇게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혁에 대한) 저항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 정치적으로 잘 설명하고 가느냐가 문제”라며 “이걸 힘으로 해결하려고하거나 진영논리, 포퓰리즘으로 가려고하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의원은 또 국회의원 재선 도전 여부에 대해 “지역(광주 서구을) 유권자들이 판단하실 것”이라며 ‘어떤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느냐’는 질문엔 “답할 내용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반도체 관련 논의가 제외된 것에 대해 양 의원은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이기 때문에 논의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200만 재외동포 청소년들을 국가 미래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며 동분서주하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향자 의원을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 1주년인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 1주년인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친여 성향으로 분류돼 어려움 겪고 있어”

양 의원은 윤석열 정부 1년 평가를 조심스럽게 진단하면서도 “(반대 진영이) 정권이 무너지길 바라며 사사건건 비판만하면, 그런 세력 또한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 정부에 대한 애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정치권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당들이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1년을 두고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절망적’이라는 분들 또한 상당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수렴해서 국정을 끌고 가려면 겸손한 마음으로 주변 인재를 잘 기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 의원은 특히, “(윤석열 정부의) 1년 지표가 여러 곳에서 좋지 않다”고 분석하며 “광주(호남)에서 비판 여론이 상당한데,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나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는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됐지만, ‘지역구 보좌진 문제’로 탈당한 이후 무소속 상태에서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는 등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곱지 않은 지역 민심에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 의원은 지난 2016년 1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영입된 후 민주당 정권에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과 최고위원 등을 거치며 2020년 4월 13일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양 의원은 “(나는) 계파, 정파, 정당을 초월한 정치를 일관되게 해왔기 때문에 지지하는 분들이 많이 늘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면서도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소속 양향자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무소속 양향자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정치 선택, 후회하지 않아”

양 의원은 정치 입문 당시 주변 걱정과 더불어 우려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았다며 결심 과정에서 특별히 논의한 사람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양 의원은 ‘영입 제안을 받고 누구와 상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소명’이라고 느끼지 못했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심이 선 후 남편과 상의는 했지만, 전적으로 혼자 판단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인 열에 아홉이 ‘어렵게 오른 임원 자리를 왜, 그만두냐’며 안타까워했다”며 “거기(정치판) 가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하냐며 걱정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아마 ‘인생 대차대조표’로 접근했다면 안 했을 것”이라고 소회했다.

‘후회하지 않느냐’는 물음엔 “평생 후회할 틈 없이 살아왔다”면서 주어진 과제를 처리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결정하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되, 판단이 서면 뒤를 안돌아보는 성격”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했다.

양 의원은 또 ‘대한민국은 멈췄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심한 분열과 포퓰리즘, 부패, 자살율, 불통, 저출생과 진영에 매몰된 정치지형 등을 언급한 뒤, “전부 다 멈춰 있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한계에 이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에서 계파, 진영, 보수, 진보란 말을 없애야 한다. 극심한 사회 분열과 진영 중독, 갈등의 근간인 이념에 편승해 함몰되다보니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과학기술로 이런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의 정치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진영에 기반 해 당선된 것 아니냐’고 묻자 양 의원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며 “물론, 민주당이어서 입당했지만 지금 민주당은 정당 기능을 상실했다. 대통령 제조기, ‘투견장’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여야 정치권 모두 근본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정당 정치가 무너진 건 훈련되지 않은 세력들이 정치 영역에 들어와 후퇴시키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비판할 시간에 좋은 정치 만드는 게 해야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무소속 양향자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무소속 양향자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한미정상회담서 ‘반도체 논의’ 어려워”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미 당시의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관련 논의가 배제된 것과 관련해 양 의원은 “빠졌다기보다 그만큼 논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 의원은 “단기, 중기, 장기계획을 통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한 분야만 얘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어떤 의도에서 빠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냈다.

그러면서 “한미 간 전략적 동맹은 앞으로도 계속 강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중국과의 관계도 자유롭다”며 “중국 때문에 한미동맹을 느슨하게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이건 먹고사는 걸 넘어 죽고 사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입장도 피력했다.

양 의원은 ‘삼성은 TSMC와 달리 애플 등과 경쟁관계여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완공된다 해도 주문이 없으면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기술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세계 산업 패러다임으로 보면, 반도체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기 때문에 TSMC나 삼성 모두 제조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그렇게 예측하고 기획되는 것이기에 미리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용인 클러스터에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유치하겠다’는 정부 입장과 관련, ‘국내 소부장 업체 생태계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해 나오는 주장”이라고 해석했다.

양 의원은 “일본 기업이 오더라도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지, 못 오게 막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면서 “기업에서 일본제품을 써라마라 하지 않아도 경쟁력 있는 걸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력이 같다면 우리나라 제품을 써야하지만, 더 저렴하고 기술이 높은데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얼마나 국내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디아스포라 범세계 추진연대 포럼에서 양향자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디아스포라 범세계 추진연대 포럼에서 양향자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계는 지금 기술 인재 확보 전쟁터”

양 의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시절부터 품어왔다는 ‘기술 인재 양성 계획의 꿈’을 정치 영역에서 실현코자 최근 750만 재외동포들을 하나로 묶는 글로벌 네트워크 조직(K-디아스포라 세계연대)을 띄웠다.

지난 2월 23일 그동안 구상해온 세계연대를 출발시키며 전국 지자체 대상 릴레이 MOU 체결을 지속하고 있는 양 의원은 “그동안 국내 대학들과 산학협력으로 기술 인재를 조달해왔지만, 한계가 있어 전 세계를 통해 인재를 충원하며 반도체 강국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당시 외국인은 물론 재외동포 후손들도 채용해왔다는 양 의원은 “9~24세 되는 재외동포 자녀들이 200만명 가량 됐는데, 이들을 묶는 네트워크가 전혀 없었다”며 “그때 느꼈던 게 동포 청소년들을 국가의 미래 인재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양 의원은 “정치권에 와서 보니, 전 세계가 기술 인재 전쟁터였다”며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 같은 성장산업은 물론 여타 첨단 기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바탕이 전부 인적 자원이 기반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는 이스라엘의 ‘Birthright Israel’ 제도가 모티브다. 이스라엘은 공공과 민간 차원에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대상으로 일생에 한 번 자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 의원이 주도한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 역시 이스라엘처럼 전 세계 193개국 200만 재외동포 청소년들을 미래 대한민국 과학기술 인재로 육성하는 ‘K-Birthright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와 관련, 양 의원은 “올 가을부터 재외동포 청소년들이 국내로 들어오기 시작한다”며 “한국에서 교육도 받고 문화도 체험하고 지자체 가서 프로그램도 경험하게 된다. 반도체 인재는 물론 K-culture, K-pop 등 원하는 걸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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