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법상 첫 징벌적 배상 인정 사례 나와 눈길...업계 촉각
시민사회계에선 갑질에 철퇴 환영하면서도 배상액 적은 점은 유감
의혹 제기에 정당화 한계 어디까지...허위 인식 쟁점 더 치열해질 듯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본사를 비판한 가맹점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던 사례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1억여원의 배상금을 물어주라는 1심 판결이 나온 가운데, 지난 2017년 도입된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부각되는 것.

가맹사업법에서는 기맹본부의 부당한 거래 거절로 가맹점이 손해를 입을 경우 실제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시민사회계에서는  “‘점주 찍어내기 갑질’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향후 항소심 등에서 쟁점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3부는 11일 bhc 가맹점주협의회 진정호 회장이 bhc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bhc에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놨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면서, 진 회장의 재산상 손실액인 8255만원보다 큰 배상액이 나온 것이다.

2017년 10월 도입된 가맹사업법(제37조의2)은 기맹본부의 부당한 거래 거절로 가맹점이 손해를 입을 경우 실제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bhc 종로점. 기사 특정 내용과 직접적 상관없음. [사진제공=bhc]

복잡한 소송전 끝에 가맹계약 해지

진 회장은 2018년 5월 전국 bhc가맹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본사의 부당행위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하며 마찰을 빚었다. 신선육이 아닌 냉동육과 저품질 해바라기유를 공급한다는 의혹을 부각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어 그해 8월 bhc가맹점협의회에서는 bhc를 광고비 유용으로 인한 횡령 및 해바라기 오일 납품가와 공급가의 차액 편취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자 bhc는 2019년 4월 진 회장이 본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진 회장은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지위보전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2020년 10월 bhc는 진 회장에게 2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bhc는 진 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형사고소와 1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으며, 반대로 진 회장은 두 차례 영업 중단 등으로 인한 손해액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bhc가 진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는 2020년 6월 혐의없음 판단이 내려졌으며 1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역시 2021년 4월 화해권고로 종결됐다. 한편, 진 회장의 영업 중단 배상 소송에 대한 1심 판단이 이번에 나온 것.

배상액 경감 배경에도 눈길...정당한 비판과 공연한 명예훼손 조율 황금비는?

1심 판결의 골자는 “bhc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정해진 해지통보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고,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시민사회계에서는 가맹사업법 징벌적 배상 판결의 첫 사례가 나온 것에 기본적으로 환영 입장이다. 다만 배상액이 작다는 불만도 덧붙인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24일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공동논평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BHC 가맹본부는 가맹사업법상 보장된 가맹점주 단체 활동을 이유로 부당하게 가맹점주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법원의 판결은 BHC 본사의 가맹계약 해지 행위를 가맹점주의 생계를 위협하고, 가맹점주 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명백한 위법행위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럼에도 법원은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고 일별 영업이익만을 고려해, 3배 한도의 손해배상액 중 1.3배의 손해배상액만을 책정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이 판결한 1억 1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은 BHC 가맹본사 영업이익의 0.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명백한 갑질을 일삼고도 고작 영업이익의 0.1% 수준에 불과한 손해배상책임만을 질 뿐”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bhc에서는 향후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다 면밀히 다툴 것으로 보인다. bhc 측은 “1심 판결에 대해 바로잡아야 할 내용이 있다고 보고 항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추후 쟁점이 될 부분은 명예훼손의 허위 인식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가맹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재판 진행 기간 중에 허위사실 유포로 가맹본부 명성·신용 훼손을 이유로 한 해지 사유가 사라졌다. 다만 행위시 기준으로 이 쟁점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다는 것.  1심 재판부에서는 진 회장이 속해 있는 협의회가 2019년 제기한 광고비 전가 의혹이 근거가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해바라기유 성분 검사 결과 올레산 함량을 보면 의혹을 갖는 데 어느 정도 근거가 존재한다고 봤다. 

정당한 의혹 가질 수 있는 부분 vs 상식적으로 문제있는 문제제기 판가름 필요

하지만 bhc 측은 논란 초기부터 “한국품질시험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해바라기유 100g 중 지방산이 72.9g이라는 결과는 27.1g의 알 수 없는 성분들이 혼입됐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험시료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성분이 혼입된 시료로 분석한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는 점,  “당일 도계한 신선육을 바로 급냉동 제품화한다면 그 납품가는 냉장 신선육 보다 제조원가가 더욱 높아진다. 원가가 높은 냉동육을 공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 등 상식적 판단을 벗어난 논란 제기는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가맹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왔다.

실제로 진 회장이 제기한 bhc의 물품 공급이나 임직원들의 횡령 주장은 앞서 공정위 조사에서 무혐의 판단이 내려졌다. 이번 재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면서도 청구액 대비 훨씬 낮은 금액만 인정된 데엔 이런 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허위인지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인지 여부에 따라 bhc 측 가맹 해지가 부당한 재갈물리기였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항소심 등 이후 과정에 공방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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