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세력에 의해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
대의원 제도로 인해 현역의원은 소왕국 왕 노릇하고
전국정당이 된 상황 속에서 당원들은 대의원 폐지 요구
비명계와 친명계의 갈등 속에서 혁신위원회는 발족되고
당원들 바람 속 현역의원들 저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4기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4기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대의원제 폐지 여부를 두고 당내 갈등으로 시끄럽다. 이를 두고 친명과 비명의 갈등이 표출됐기 때문이다.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은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친명계에서도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대의원제 폐지로 나아가기에는 상당한 걸림돌들이 많다.

민심 왜곡 현상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혁신기구를 띄우려고 하지만 핵심은 과연 대의원제 폐지를 이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면 비명계는 강성 팬덤과의 결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대의원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의원제는 김영삼·김대중 정부 이전부터 각 정당에서 시행한 제도이다. 시행하게 된 이유는 국민의힘은 영남당이고, 민주당은 호남당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매번 토의나 의결을 할 때마다 영남 혹은 호남 당원의 목소리가 높고, 이에 정당이 영남이나 호남 민심에 휘둘려 움직일 수밖에 없어 민심의 왜곡 현상이 심화됐다.

이런 이유로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민심이 최대한 많이 반영돼야 한다. 그러자면 ‘당원 가입’이 영남이나 호남보다도 많아야 하지만 각 정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다른 지역의 민심을 정당 활동에 최대한 반영하자는 차원에서 대의원제를 뒀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대의원 1명 당 당원 60명의 효과를 두는 형식으로 대의원제를 운영해왔다. 즉, 대의원 1명의 투표는 당원 60명이 투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대통합민주신당 이전에는 대의원을 당원들의 손으로 선출했다. 대의원이라고 하지만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의 손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에 의해 움직이게 됐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당시 대의원을 국회의원이 선출하게 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상당히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왕노릇하는 국회의원

대의원제가 있고, 대의원을 국회의원이 선출하는 방식이 되면서 국회의원은 지역이라는 소왕국의 왕노릇을 하게 됐다. 각 지역마다 대의원 45명을 선출할 수 있게 했는데 그것은 관광버스의 수용 인원이 45명이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즉, 각종 전당대회 등에서 버스로 대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후보들은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것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었다. 기존 세력의 저항 속에서도 당원들의 투표와 국민여론조사 등을 통해 돌파를 해서 대통령이 된 것이다.

대의원을 틀어쥔 국회의원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당 대표, 자기 입맛에 맞는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돌파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 나타나면 극도로 경계를 하면서 해당 인물을 ‘악마화’했다. 그리고 그 해당 인물을 지지하는 지지층 역시 악마화를 했다.

과거 노사모나, 문파 등도 그러했고, 개딸(개혁의 딸)도 마찬가지다. 그들 눈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없애기 위해 나타난 악마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로 노사모 때에는 인터넷 뉴스 댓글을 도배했던 노사모의 모습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냈고, 문파 때에는 ‘문자폭탄’을 지적했으며, 개딸에는 ‘욕설 문자’ 논란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대의원제를 유지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이제 영남이나 호남을 벗어나 전국 정당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전국적으로 당원들이 대거 입당 러시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 당시 당원들이 대거 입당했으며,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거 입당을 했다. 그러면서 전국 정당이 됐고, 당원들도 수백만명이 됐다.

문제는 당원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의원의 표가치는 뛰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대의원 1명 당 당원 60명의 가치였지만 이제 당원이 수백만명으로 늘어나면서 대의원 1명 당 당원의 가치는 60명 이상이 됐으며, 100명을 육박하고 있다.

즉, 표의 등가성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면서 대의원을 틀어쥔 현역의원들의 입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표의 등가성이란

이런 이유로 친명계와 강성 팬덤은 대의원제 폐지를 꾸준하게 요구하고 있고, 비명계는 대의원제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친명계 내부에서도 대의원제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이 대의원제 반대를 하는 이유는 ‘민심의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대의원제를 만든 이유는 호남 당원에 의해 발생한 민심 왜곡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인데 이제는 특정 세력이 당원으로 대규모 가입하면서 민심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니 이를 바로잡기 위해 대의원제의 존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명계와 강성 팬덤은 대의원제 폐지를 통해 현역 의원들의 힘을 완전히 빼고,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의원제 폐단 중 하나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벌써 대의원제를 폐지했는데 더불어민주당만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혁신기구가 발족하게 된다면 대의원제 폐지를 놓고 친명과 비명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명계는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만 대의원제 폐지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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