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책짓는아재]
[사진출처=책짓는아재]

《암 치료의 정석》을 읽었다. 이제껏 내가 여기 소개한 책들 가운데는 처음으로 내가 먼저 택한 게 아니다. 그러니까 자의적으로 읽은 게 아니라 내가 존경하는 어르신이 강력하게 추천해 마지못해 읽었다는 소리다.

암에 무관심해서는 아니다. 내게는 오히려 암에 대해 더 알아야 할 개인적 이유가 있다. 모친이 암으로 고생하셨고, 여전히 조심하셔야 하기 때문이다. 자식으로서 암이라는 병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모친이 암에 걸린 걸 알고 나니 정말 암담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암,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

암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암은 한국인의 압도적 사망원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암 질환은 사망원인 2위(심장질환)의 거의 3배에 달한다. 주변에 눈을 돌리면 곳곳에 암 환자들이 보인다.

그래선지 우리나라에는 암 전문가가 많다. 많은 분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교육 못지않게 건강에 진심인 우리 민족이라 다들 할 말이 많으신 것 같다. 또한 여러 책을 보았다. 여기에서도 다양한 주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암에 관한 주장들에 대해 회의적으로 반응하게 되었다. 주변의 여러 말도 그렇고 다양한 여러 책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암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 순간 이미 마음의 문이 닫힌다고 해야 할까? 심드렁하게 반응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암의 미스터리

그러다 이번에 《암 치료의 정석》을 보게 된 것이다(마지못해 읽긴 했어도 내 돈 주고 샀다). 처음에는 ‘대한암협회 추천도서’라는 소개 문구조차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앞서 말한 대로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에 물린 탓이다. 하지만 한 질문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그 시절 의사가 되고부터 줄곧 품었던 커다란 의문이 있었습니다. 몇 달밖에 살지 못할 거란 판정을 받았던 말기 암 환자들이 그 기간을 넘어 몇 년씩이나 더 건강하게 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 것입니다. 반대로 수술이 잘되어 오래 버틸 것 같던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는 황망한 일도 겪었습니다.”(6쪽)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지금은 하늘에 계신 내 부친 역시 췌장과 담도 사이에 있었다던 물혹이 암이었던 것 같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부친은 수술을 포기했다(이후로 거의 5년이 지나고 나서야 내게 사실을 말씀해주셨다). 그런 후에 거의 십여 년을 사셨다. 돌아가신 원인도 암과 전혀 무관했다.

보완통합의학적 접근

저자 이병욱 박사는 암 전문가로 유명하다. 대한암협회 집행이사이자, 대한임상암예방의학회 상임이사, 그리고 세계위암학회 종신회원이라고 한다. 의대에 몸담은 초기 15년 동안 그가 수술한 암 환자들은 대부분 재수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15년간은 암의 육체적 부분만 아니라 내면적 측면까지도 점검하는 통합의학적 접근으로 암 환자를 다뤘다.

이렇듯 암 치료에 평생을 바친 그가 소개하는 암에 대한 해석은 무엇일까? 그는 암을 ‘사랑받지 못한 세포들의 반란’이라고 본다. 암 발병을 알게 되면, 자기 몸과 마음을 충분히 보살피고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하라고 말한다. 그것이 치료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또한 암에 대해 손님처럼 대하라고 이병욱 박사는 말한다. “암을 손님처럼 잘 대접하세요. 손님은 언젠가 가는 분입니다.”(24쪽) 이렇게 기존 서구의학과 다소 궤를 달리하는 그의 접근을 보완통합의학으로 명명한다. 그만의 입장이 아니라 요즘 새로이 각광받는 통합적 흐름이다.

“보완통합의학의 핵심은 기존의 의학적 치료를 통해 암의 활동을 최대한으로 억제하고, 동시에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진 면역력을 키워서 암을 더 잘 견디게 하자는 것입니다. 암세포 자체를 없애는 데 치료의 목적을 두는 게 아니라, 암세포를 가진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 목적을 둡니다.”(25쪽)

마음이 중요하다

《암 치료의 정석》은 시종일관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 이병욱 박사는 책의 여기저기서 감사와 기쁨, 긍정과 확신, 용서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조금도 진부한 소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깊이 곱씹고 삶으로 녹여내야 할 미덕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환자는 마음을 넓게 써야 합니다. 암세포와의 공존의 지혜를 익혀야 합니다. 탐욕으로 뭉친 딱딱한 암세포를 풀어주는 유일한 방법은 용서와 사랑입니다. […] 지금 감사하며 나아갈 수 있다면, 당신의 몸은 이미 암을 이기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53쪽)

기존 서구의학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고, 그 위에 심신상관의학적 접근으로 보완하고 통합하는 것이다.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는 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매우 상식적인 접근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렇기에 내게는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strong>바벨 도서관의 사서</strong><br>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br>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br>나 역시 마찬가지다.<br>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br>
바벨 도서관의 사서
인간은 세우고 신은 허문다.
인간의 지식 탐구는 끝이 없는 수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앎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의 소박한 지적 탐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저자는 기독교인이고, 이러한 저자의 신앙적 관점 역시 일관되게 책에 반영되고 있다. 물론 기독교인이 아니면, 치유되지 않는다는 식의 근본주의적 접근과는 무관하다. 종교적 신앙 또한 치유의 동력으로서 소개되는 선에서 머무른다.

두말할 것도 없이 본서는 종교 서적이 아니다. 말한 것처럼, 본서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접근한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본서의 논의는 충분히 유용하다. 암을 통해 본 인생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참신한 명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암은 역설적으로 삶의 가장 큰 축복일 수도 있습니다. […] 암에 걸리고 나면 일상의 사소한 기쁨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247쪽)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