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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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윤석열 정부가 관치경영 논란에 직면했다. 업계 내외에서는 정부의 화살이 포스코와 KT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민영화가 이뤄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치경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관습적인 논공행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포스코와 KT의 회장 자리는 정권을 쟁취한 세력이 가까운 사람을 챙겨주기 위한 좋은 도구가 됐다. 포스코의 민영화 이후 임기를 온전히 마치고 물러난 회장이 전무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윤 대통령의 해외 경제사절단에서 잇달아 제외되면서 정부의 눈 밖에 났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정확히는 문재인 정부 때 취임한 포스코 최정우 회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맞겠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윤 대통령과 함께 진행한 경제계 신년 인사회는 물론, 지난 3월 한·일 경제인 모임, 4월 미국 국빈 방문 때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달 22일부터 시작된 베트남 국빈 방문 명단에도 최 회장은 없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LG 구광모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등 주요 경제인 200여명이 동행하는 자리에 재계 순위 5위에 올라 있는 포스코가 잇달아 제외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국내 산업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도 마찬가지다. 

포스코뿐만이 아니다. KT 역시 신임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풍파를 겪고 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는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이후 재공모가 진행됐고 구 대표는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으나 지난 2월 일신상의 이유라며 갑작스레 차기 대표이사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 대표는 과거 KT의 이른바 ‘상품권 깡’ 비자금 조성 및 국회의원 정치자금 불법 후원에 가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그의 후보 사퇴 자체는 큰 이변이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근혜, 이명박 정부 출신 인물들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할 사외이사로 추천되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실제 사외이사 후보 중 한림대 최양희 총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냈으며 김앤장 법률사무소 윤종수 고문은 이명박 정부 때 환경부 차관을 역임했다. 고려대 김성철 교수 역시 현 정부에서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 자리를 맡았다. 

이밖에 정관 변경을 통해 새로운 대표이사 선출 기준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이라는 항목을 삭제했다는 점도 낙하산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KT새노조는 “현 정관의 대표이사 자격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빼면 KT는 낙하산 천국이 될 것임을 KT인이라면 누구나 우려한다”라며 “지금껏 KT 망가진 것은 내부 이권카르텔과 동시에 비통신 낙하산들이 와서 통신의 기본을 무시하고 비통신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인공위성 불법매각, 아현국사화재 같이 통신 경쟁력을 근본에서 갉아 먹은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이 독립적 주체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 기업, 시민사회가 조화를 이뤄야만 우리사회가 합의한 시스템이 순탄하게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관치경영은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와 제재는 공정한 경쟁을 위한 기반이 되지만 과도한 개입은 기업의 주체성을 무너뜨린다. 정부 입김이 커지면 기업과 시장의 의사결정 기능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역대 정권에서 관치경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국가가 기업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아닌 개입과 관리의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규칙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권 자체를 침해하려는 행위는 곧 시장을 사유화하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지나간 정부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누구든 지금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변화에 앞장서는 것만이 오랜 악습을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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