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관련 법령의 모호함에 공감”
국회·서울시의회 관련 법 잇단 발의
市, 육견협회 반발에 조례 심사 보류
“우리 사회 결단력 시험할 계기될 것”

말복인 지난해 8월 15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에서 전국동물보호단체 회원과 품 속 개가 개·고양이 도살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말복인 지난해 8월 15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에서 전국동물보호단체 회원과 품 속 개가 개·고양이 도살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오는 7월 11일 초복을 앞두고 ‘개 식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매년 그렇지만, 올해는 조금 더 뜨거운 감자다.

축산법상 개는 소·돼지와 같은 가축으로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 다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유통·가공에 대한 규정이 없어 판매·조리는 위법이다. 

식품위생법의 기준에 맞지 않는 식품을 판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고기가 오랜 기간 암묵적인 식품으로 이용돼 오면서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같이 모호한 법령으로 육견업계는 개를 식용 목적으로 도축하여 판매하는 것은 합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13일 오세훈 서울시장도 “개고기 관련 법령의 모호함이 있어 위생 관리에 한계가 있는 것에 공감한다”며 개고기 유통·판매의 문제점에 공감했다. 

여야·서울시 “개식용 논의 끝낼 때 됐다”

이에 국회와 서울시의회가 잇따라 개식용 금지 내용을 담은 법안과 조례 발의에 나섰다.

3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지난 28일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한 의원실은 “그동안 발의된 개식용 금지 법안은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개식용 금지 조항을 담았다”면서 “이번 특별법은 개식용 종식만을 목적으로 이를 위해 필요한 전반적 내용까지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 또는 도살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개를 사용해 만든 음식물이나 가공품을 취득·운반·보관·판매 또는 섭취하거나 관련 행위를 알선하는 것까지 금지했다. 이외에 △농식품부장관의 개식용 종식 기본계획 수립 △개식용 종식위원회 구성 및 운영 △농장주의 폐업 및 전업에 대한 지원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사육한 자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4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개·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사용·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의회 또한 비슷한 취지의 조례안을 냈다. 시의회 재적 의원 112명 가운데 40명의 의원이 찬성자로 참여했다.

국민의힘 김지향 서울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이하 조례안)’에는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 최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장의 책무를 규정하는 등의 근거가 담겼다. 유통처가 불명확한 개·고양이 고기의 비위생적인 실태를 집중 단속해 개·고양이 고기를 취급하는 업체나 식품접객업소 등의 업종 변경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대한육견협회가 지난 4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윤 대통령 임기 내 개고기 종식 노력’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육견협회가 지난 4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윤 대통령 임기 내 개고기 종식 노력’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육견협회 반발에 ‘주춤’…국회 통과 여부 주목

그러나 개식용 금지 논의는 아직 찻잔 속의 태풍이다. 대한육견협회가 이달 8일 시의회를 방문해  강한 항의를 전달한 뒤 의원들의 여론이 엇갈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회 최호정 시의원은 이달 20일 애니멀피플에 “개 식용업계 관계자의 항의 방문 후 의원들이 조례안 통과에 신중한 분위기”라며 “개 식용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금지) 시점에 관해서는 이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시의회는 “국회에서 상위법(특별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나가면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지난 23일 해당 조례안 심사를 보류했다. 정부가 추진하던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도 2021년 12월 출범 후 2년째 공전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개식용 특별법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돌파구로 보인다. 

이달 19일 동물권행동 카라 등 23개 동물권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 “난항이 예측되는 이유는 업계 종사자들의 격렬한 반대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종사자들은 산업 전반과 생계에 입을 타격을 우려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일견 이해한다”면서도 “(조례안은) 그들이 폐업 신고 및 업종 전환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와 고양이를 먹고, 먹기 위해 죽이는 일은 우리 사회의 오랜 논쟁 거리”라며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용기 낼 수 있는지에 관한 결단력을 시험하는 리트머스지이자, 한국 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정의와 동물권 인식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동물권단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개와 고양이들은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개·고양이 식용 금지라는 이 명징한 메시지가 더 이상의 무고한 동물들의 죽음을 멈추고, 그들의 삶을 지키며, 그것이 동시에 인간성 회복에 기여할 것을 믿는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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