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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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토끼를 질식사하게 만든 60대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를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2부(한성진 남선미 이재은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68)씨에 대해 1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6일 서울 성북구 주거지에서 토끼 한 마리를 밀폐용기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키우던 토끼가 외로워 보인다는 이유로 새로운 토끼를 1만원에 구입해 데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토끼가 새 토끼를 괴롭히고 시끄럽게 하자 새 토끼를 꺼내 밀폐용기에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10시간 뒤인 다음날 토끼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지인과 함께 죽은 토끼를 먹기 위해 인근 천변에서 털을 태우다 행인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이후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은 “A씨가 토끼를 플라스틱 통 안에 넣은 목적은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 분리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죽이기 위해 통 안에 넣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동물학대는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한정된다. 때문에 A씨의 행동은 ‘잔인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게 1심의 판단이다. 

해당 선고에 대해 검찰은 “여유공간이 거의 없고 밀폐된 플라스틱 용기에 토끼를 넣어둔 채 10시간 동안 방치한 만큼 토끼의 죽음에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고, 질식사 과정에서 토끼에게 엄청난 고통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A씨의 행위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기각했다.

이에 대해 동물권행동 카라(카라) 정책기획팀 최인수 활동가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토끼는 기본적으로 영역 동물”이라면서 “다른 토끼가 자기 영역에 들어왔을 때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에 신중한 합사가 필요한데 피고인에게 그런 고려나 이해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최 활동가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인위적으로 가둬 사고를 야기했는데 학대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동법 혐의로 입건된 개 전기도살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개 전기도살 사건 당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농장주 이씨는 1심과 2심 모두에서 ‘잔인한 방법’임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대법원이 “‘잔인한 방법’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등을 따져야 한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인도적인 도살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유죄가 내려졌다.

카라 최인수 활동가는 “당시 동물보호단체진영에서 ‘전기충격이 얼만큼의 고통을 유발하는지의 규격 특정없이 개인이 도살하는 것은 잔인한 방법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면서 “‘잔인한 방법’에 대한 사법부의 적극적 법 해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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