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9명 전원 만장일치로 기각 결정
“미흡했다고 책임 묻는 건 탄핵의 본질 아냐”
이상민 장관직 직무 복귀돼…소추 167일 만
유족 측 “그날의 참담함을 오늘 다시 느꼈다”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이 지난 5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제공=뉴시스]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탄핵소추된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이 지난 5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재판관 전원 9인 기각으로 판단했으므로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행정안전부(행안부) 이상민 장관의 탄핵 소추가 기각됐다. 재판을 참관한 유가족들은 “무정하고 무심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25일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또 “재난으로 특정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후적으로 재난안전기관을 정하도록 돼 있다”면서 “피청구인이 이태원 참사 발생 전 미리 재난안전중앙기관을 안 정했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이어 “소방, 경찰, 용산구청 등이 다중밀집 사고 위험성을 행안부나 피청구인에게 별도로 보고 안 한 점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 요구를 하기 어렵다”며 “당시 피청구인이 보고받은 내용만 기초해 재난 대응방안을 결정하기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전예방·사후대응 모두 “탄핵사유 해당 안돼”

헌재는 이태원 참사는 여러 문제가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모든 책임을 이 장관에게 돌릴 순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사건은 어느 하나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한 게 아니라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 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대응 역량을 키우지 못했으며 재난상황의 행동요령에 대한 충분한 홍보나 교육, 안내가 부족했다는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또한 “피청구인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 절차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심판은 국무위원에 대한 헌정사상 첫 탄핵 심판이었지만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기각됐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올해 2월 8일 국회가 이 장관의 탄핵 소추를 의결한 날로부터 167일 만이다.

소추위원인 국회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 이 장관 모두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탄핵 심판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직무 정지 상태였던 이 장관은 즉시 장관으로 복귀됐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대표 직무대행과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제공=뉴시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대표 직무대행과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제공=뉴시스]

헌재 앞 소동…유족 “159명 국민의 생명은 아무것도 아니냐”

대심판정에서 재판을 방청한 이태원 참사 일부 유가족들은 선고 직후 헌재 앞에서 ‘국민은 이상민을 파면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같은 시각 건너편 유튜버가 “이태원 참사는 북한의 소행”, “이 좋은 날에 뭐 하냐”고 외치자 유가족과 보수단체, 시민단체, 취재진 등이 뒤섞여 기자회견이 20여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2명이 실신해 1명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고, 다른 1명은 현장에서 구급대원의 응급조치를 받았다.

기자회견을 재개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등은 진상규명을 위한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가협 이정민 대표 직무대행은 “무정하고 무심한 판결”이라면서 “저희 유가족들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그 참담했던 아픔을 오늘 또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이제 실무자들만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위에 군림하고 명령하는 자들은 절대 책임지지 않고 그들의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 장관뿐 아니라 모든 장관들이 면죄부를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은 절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 위에 있지 않다”면서 “159명 국민의 생명은 아무것도 아니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렇듯 국가의 권력에 동조해 주고 잘못된 권력을 응징하지 못한다면 불행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이제는 탄핵이 아닌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진상 규명과 특별법 통과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이 장관은 같은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탄핵 소추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면서 “이번 기각결정을 계기로 10·29 참사와 관련한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제공=뉴시스]<br>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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