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나오는 수도권 위기론, 지도부 책임론으로
출발선이 다른 후보들, 민주당에 비해 한참 뒤처지고
영남 일색인 당 지도부에 인물난까지 고민만 깊어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당내 계파 갈등 폭발하나

9월 정기국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정기국회가 앞으로 순탄치 않은 국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몇 가지 이슈가 결부돼 있다. 이로 인해 촉발된 갈등은 결국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9월 정기국회의 걸림돌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포럼에서 축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포럼에서 축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9월 정기국회가 곧 열린다고 하지만 국민의힘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것은 수도권 위기론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김은경 혁신위원회 혁신안 논란 등 각종 악재로 진통을 겪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은 최근 신평 변호사가 국민의힘 자체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에서 여당이 전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신 변호사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면서 급히 신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당 지도부에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수도권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이런 수도권 위기론은 8월을 지나 9월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위기론이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 없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론조사 지표만 본다면 수도권 위기론이 나올 수 없다. 왜냐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지율을 두고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전문회사인 미디어리서치가 뉴스핌의 의뢰로 지난 7일~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를 진행해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5.4%로 집계되면서 민주당(36.8%)에 비해 오차 범위 내 접점을 이뤘다.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ARS) 방식의 전화 조사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고,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이처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 위기론을 꺼낼 수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 수도권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예비 후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전국단위 선거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승리하면서 조직력을 탄탄하게 다져놓았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수도권에서 많은 의석을 가져가다 보니 현역 의원이 지역위원장이다. 현역 의원이 지역위원장이라는 것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지역 행사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을 위해 예산을 편성할 수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말을 경청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후원금을 공식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경우 원외 당협위원장은 힘이 그리 세지 않다. 지역 행사에 참여하더라도 현역 의원에 밀려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을 위해 예산 편성도 할 수 없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더라도 “노력은 해보겠다”라는 말로 지역 주민을 위로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후원금을 걷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즉,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의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미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쉬운 싸움은 아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나경원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이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창립포럼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나경원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이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창립포럼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영남에 신경쓰는

여기에 당 지도부가 수도권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영남 출신으로 채워지다 보니 영남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지만 정작 수도권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당 대표도 수도권 출신이고, 원내대표도 수도권 출신이다. 그리고 최고위원들도 수도권 출신으로 배치돼 있다. 오히려 호남 출신을 배려해야 할 정도이다. 그만큼 수도권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당원들 역시 과거에는 호남 당원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지만 이제는 수도권 당원들의 비중이 높다. 즉, 민주당은 사실상 수도권을 텃밭으로 하는 정당이라고 할 정도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 내부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인물난’에 휩싸이고 있다. 민주당은 중진들이 너도나도 수도권 출마를 해오고 있고, 내년 총선에서도 수도권 출마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민의힘 중진은 영남에 머물러 있다. 수도권 출마를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출마는 인지도가 높은 ‘정치 신인’에게 맡기고 있다. 그것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갖추게 될지는 미지수다.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관심도는 높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표심으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반면 민주당은 계속해서 중진들이 출마를 해왔다. 비록 ‘물갈이’ 여론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중진들이 국회에서 해왔던 것을 알기 때문에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 이들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을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리스크도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40%대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리고 부정평가가 60%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완전히 할 수 없다. 그래도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하면서 이슈 주도권을 장악해야 하는데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기침을 하면 국민의힘은 독감에 걸리는 모습이다. 즉,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한마디를 하면 국민의힘은 그것을 두둔하기 바쁘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이 이슈에 대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이것은 내년 총선에서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면 고스란히 국민의힘에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한 몸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으면 유리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경우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역대 어느 여당도 대통령과 밀착관계를 만들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선거 때문이다. 하지만 현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과 너무 밀착관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도부 책임론

이 같은 수도권 위기론은 지도부 책임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예비후보들은 지도부 책임론을 더욱 꺼내 들 수밖에 없다. 이들은 지도부가 계속해서 영남에 갇혀 있고, 윤 대통령만 바라본다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비윤계에서도 이러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상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 하태경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이 수도권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지도부가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는 승리전략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친윤계는 계속해서 수도권에서의 중진들 특히 비윤계를 압박해 나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나경원 전 의원이라는 것.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은 물론 친윤계 등에서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서 결국 주저앉혔다. 이것은 수도권 위기론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러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당 지도부는 ‘지도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기국회 속에서 수도권 위기론으로 촉발된 계파 갈등은 정기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를 의구심 품게 만들기 충분하다.

특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성적표에 따라 국민의힘 지도부 리더십의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9월 정기국회 한복판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그에 따라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내년 총선은 김기현 대표 체제로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김기현 지도부를 끌어 내리고 새로운 지도부로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구속 된다면 그에 따라 민주당은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하거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서는 총선 때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김기현 대표 체제가 아니라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 체제 부재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즉,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더불어 현 지도부가 영남 일색이라는 점도 지도부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게 만든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과연 김기현 대표 체제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수 있겠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로는 사고당협이 많고, 사고당협위원장을 현재 선출하고 있는데 친윤계 입김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것은 결국 비윤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과연 김기현 대표 체제가 얼마나 봉합해나갈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특히 사고당협 상당수가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위기론과 맞물려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공천 룰 문제로

여기에 공천룰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9월 정기국회 동안 계속해서 김기현 대표 체제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비윤계 상당수가 수도권에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위기론은 결국 수도권에 비윤계 후보들을 많이 공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데 그것을 친윤계가 용납할 것이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친윤계 인사 중에 상당수가 비윤계가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친윤과 비윤의 갈등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정기국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면 계파 갈등은 정기국회를 부실화하게 할 요소가 된다. 수도권 위기론이 김기현 대표 체제를 흔드는 것은 물론 정기국회 무용론으로 나오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수도권 위기론은 정기국회를 관통하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도부는 벌써부터 기강 단속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은 지도부를 공격하는 것이라면서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비윤계는 계속해서 수도권 위기론을 꺼내 들고 있다. 그리고 당 지도부가 제발 밑바닥 민심을 제대로 훑어보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은 단지 당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위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차이로 결국 정기국회 내내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와 비윤계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점입가경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수도권 위기론의 실체를 가늠해줄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김기현 대표 리더십은 끝까지 이어지겠지만 패배한다면 김기현 대표 체제는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와는 별개로 밑바닥 조직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엄살’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과연 수도권에서 1석이라도 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여론조사 지표는 국민의힘에 좋게 나오고 있지만 밑바닥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도부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위기론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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