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전화대첩’ 발발
오염수 방류 소식에 중국 내 반일 감정↑
불매운동에 일본 여행 취소, 항의전화까지
일본 내부에서도 반중 정서가 강해져
중일 정치인 모두 이익으로 돌아오고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만나 회담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만나 회담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중국 내 반일 감정을 급격히 증가했다. 중국인 스스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취소 등 ‘노 재팬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는 중국 내 자국민들에게 일본어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인들이 일본 민간기업 등에 국제전화로 항의 전화를 하면서 일본 국민 역시 중국 민간 기업 등에 국제전화로 항의하는 등 마치 제2차 중일전쟁이 발발한 듯한 모습이다.

중국 내 불고 있는 반일 감정

1937년 중일전쟁이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졌다. 당시 일본제국은 미국 등 연합군에 의해 패망하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손으로 일본을 패망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천추의 한으로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 내 반일 정서가 상당하다. 그런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인해 그 반일 감정이 상당히 극에 달한 모습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에 SK-II, DHC 등 일본 화장품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일본 가전제품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중국 브랜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여행사들은 일본 단체 여행 취소 요청이 연달아 접수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10월 1일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70주년을 맞는 날이라서 추석 연휴와 합치면 황금 연휴다. 이런 이유로 당초 일본여행을 계획했던 중국인들도 계속 취소하고 있다.

아울러 여행사들은 일본 여행 상품을 아예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 상품을 내놓았다가는 중국인들로부터 뭇매를 맞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길거리에서 만약 일본어라도 들리면 일본인이라고 판단해서 항의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중국 일본대사관은 공지문을 통해 중국에 체류 중인 일본인들에게 바깥에서 언행을 신중히 하고 일본어로 크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중국 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일본 성토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중국이 일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일본 내부에서도

그런가 하면 중국인들이 직접 일본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86’(중국 국제전화 번호)으로 시작하는 항의전화가 후쿠시마 정부는 물론 음식점, 학교, 의료기관 등에 쇄도하기 시작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중국발 전화가 사흘간 50건이나 있었다고 호소했다. 처음에는 일본어로 말을 한 뒤 곧바로 중국어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2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소재 일본인 학교에 중국인이 돌을 던졌다. 이어 25일에는 장쑤성 쑤저우의 일본인 학교에 여러 개의 계란이 날아 들어왔고, 상하이 일본인 학교에는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는 전화가 걸려 왔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러한 사안이 발생한 것은 지극히 유감스럽고 우려된다”면서 자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자 주일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일본 주재 대사관과 영사관이 소란을 피우는 전화를 받고 있다”면서 일본 내에서 반중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이성적인 접근보다는 감정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특히 중일전쟁 이후 별다른 충돌을 보이지 않았던 중국과 일본이기 때문에 최근 이런 행보는 더욱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무엇보다 중국 내에서는 중일전쟁 당시 중국인들이 자신의 손으로 일본군을 몰아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터져 나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제2차 중일전쟁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 모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일본 정부는 중국이 이처럼 극렬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또한 중일관계의 악화가 앞으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일관계를 풀어낼 해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당혹스럽지만

그렇지만 중국 정치인이나 일본 정치인 즉,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모두 크게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다.외부의 적이 나타나게 되면 내부는 지지층이 결집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헝다 그룹 사태 등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반(反)시진핑 움직임이 있었는데 외부의 적, 즉 일본이 나타나면서 반시진핑 움직임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시다 총리 역시 자국 내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강했는데 중국의 반응으로 인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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