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용어 변경 검토 방침 발표
총리 “처리된 오염수. 이것이 맞는 표현이라 생각”
대통령비서실장은 질의 과정서 ‘처리수’ 단어 써
국조실 “현재까지 총칭하는 차원에서는 오염수”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오늘(31일)로 꼭 일주일이 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용어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정부가 섬기는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일본 정부냐며 비판에 나섰다.

한 총리는 전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산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기준에 의해서 처리된 그 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용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에 “(용어 변경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또 “마치 ‘오염수가 방류되고 있다. 핵폭탄과 같다’는 논리는 전혀 안 맞는 것”이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야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서 처리된 오염수. 저는 이것이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응했다.

비서실도 ‘처리수’…야당 “일본 정부가 좋아할 듯”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도 같은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정의당 배진교 의원의 질의에 “아무 문제 없는 처리수를 내(보내)는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처리수’ 용어를 사용했다. 

반면 야당은 오염수 명칭이 맞다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일본과 그냥 같아지겠다’ 이런 말씀인 걸로 들린다”며 “과학적 기준에서 처리된 오염수는 오염수가 아니냐”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설전도 벌어졌다. 위 의원이 “우리 정부는 도쿄전력의 입이 돼버렸다”고 하자 한 총리가 “어떻게 정부가 얘기하는데 일본 도쿄전력의 입이라고 얘기를 하냐”면서 “그거는 정말 기본적인 예의가 없으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도 “정부·여당의 눈물겨운 노력에 일본 정부가 손뼉 치며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섬기는 대상은 국민이냐, 아니면 일본 정부냐”라고 반문했다.

지난 24일 후쿠시현 나미에마치에서 보이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4일 후쿠시현 나미에마치에서 보이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어느 단어가 더 도움되는 지 판단할 것”

오염수 명칭 논란으로 당장 변경 지침이 뒤따르는 거냐는 질의가 잇따르자 정부는 아직 공식화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국무조정실 박구연 국무1차장은 “현재까지 총칭하는 차원에서는 오염수 표현이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차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국익 차원에서 오염수와 처리수, 어느 단어가 더 도움이 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오염수’, 중국은 ‘핵 오염수’라는 용어를 쓰고 있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처리수’ 또는 ‘알프스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다.

국무조정실 박구연 국무1차장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무조정실 박구연 국무1차장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日매체 보도 부인하지만 ‘가짜뉴스’ 규정 않아

한편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변한다는 비판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앞서 ‘정부가 일본 오염수 방류 시기를 조기(총선 전)에 앞당겨달라고 요구했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 외무성이나 정치권에서 직접 들은 얘기를 가지고 보도한 것 같은데 전혀 근거 없다는 게 외교부 입장이냐”며 “국내 언론 상대하듯이 당당하게 강력 항의하고 정정보도 요구하고 왜 이렇게 못 하느냐”고 질의했다.

박 차장은 정부 브리핑을 통해 아사히신문의 보도와 관련,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도 가짜뉴스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을 제가 딱 잘라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잘못된 정보를 내버려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질의에 박 차장은 “아사히신문 건 관련해 정부 측에서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은 그 정도”라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일본 정부 측에 외교적으로 사실관계를 문의하는 수준의 조치는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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