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서 시행 중에 제도 철회 검토
제주도,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반대 나서
“컵 반환율 70% 넘겨…로드맵 마련해야”
환경단체도 반발…정부 “방향 검토 중”

서울 시내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일회용 컵이 놓여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일회용 컵이 놓여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환경부가 오는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사실상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미 제도를 시행 중이던 제주도와 환경단체가 반발에 나섰다.

환경부가 시행지역 성과 및 현장의견 등을 바탕으로 향후 추진방향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반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19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해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소상공인 부담과 제도 미적용 매장과의 형평성이 개정안 발의 이유다.

앞서 시행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컵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용량은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해, 지난해 12월부터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행 중이다. 프랜차이즈 카페 및 제과점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기 위해서는 보증금 300원을 내야 하고, 이후 컵을 반납할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해당 제도는 지난 2020년 5월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에 따라 지난해 6월 전국적으로 시행됐어야 했다. 하지만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여당이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따른 경기침체와 부담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다.

이에 환경부는 시행을 6개월 미뤘고, 지난해 12월 초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행했다. 당시 환경부는 1년간 제주와 세종의 성과를 모니터링한 뒤 전국 시행 일정을 정하기로 했지만, 이를 지자체 자율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검토하면서 전국 시행은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보인다.

컵가디언즈와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 6월 제주도청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컵가디언즈와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 6월 제주도청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이미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 중이던 지자체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제주도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보증금제를 지자체 자율로 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전국 시행 계획안 마련을 촉구했다.

제주도는 “보증금제 시행 초기 형평성 논란과 일부 매장에서 보이콧 선언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점주협의회 동참선언 이후 참여 매장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주도에 따르면 일회용컵 반환량과 반환율이 높아져 이달 기준 반환량은 하루 평균 2만 6808개이며, 반환율은 70% 이상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 502곳 중 단 9곳 만이 미이행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일부 가맹점에만 제도가 적용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지자체 조례로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제주도청 양제윤 기후환경국장은 “탈플라스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나아갈 방향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탈플라스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도 비판 물결에 합류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은 19일 논평을 통해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자율로 시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제도 안착에 노력해 온 제주지역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초 사업 추진에 불리한 환경이었음에도 2040년 탈플라스틱 등 자원순환 정책에 힘을 실어 온 제주도 차원의 노력이 성과로 나타났다”며 “반면 세종시는 반환율이 45%에 머물러 그 이상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연합은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의 낮은 반환율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정부가 제도 안착을 위해 더욱 강화된 지원과 개선에 나서는 것이 아닌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화를 철회한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환경부는 지난 12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지역(제주, 세종)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플라스틱 저감방안을 종합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환경부는 “현재 국회에서 지자체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발의돼 관계부처, 지자체,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며 “환경부는 시행지역 성과, 지자체를 비롯한 현장의견 등을 바탕으로 향후 추진방향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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