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세상 좋아졌다. 몇 년 동안 생사조차 몰랐던 친구들을 ‘밴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에서 만났다. 친구들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예쁜 꽃, 정갈한 음식, 경치 좋은 곳의 사진을 올린다. 사진작가가 따로 없다. 그에 곁들인 글은 한 편 한 편이 멋진 수필이고, 좋은 시다. 모두들 작가에 버금가는 글 솜씨를 지니고 있다. 인명사전을 찾아봐야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서양의 철학자, 동양의 고승ㆍ선비의 글을 꾸준히 올리기도 한다. 참으로 식견이 넓고 사려 깊다. 친구가 병에 걸렸다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은 이번 국회의원보궐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심판을 받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정부와 여당의 불합리한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 대한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었던 것이다. 이 결과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동반 사퇴했고, 박영선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대표의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러나 상당수의 야권지지자들은 두 공동대표가 물러났다고 해서 새정연이 갑자기 변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보다 상황을 호전시켜 주기만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새누리당 의원들과 그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네가 유족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난리를 치느냐. 나라를 믿고 기다려라.”“그래도 계속 하네? 혹시 다른 생각 있는 거 아니냐?”“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 이 사고 수습하는데 온 나라의 힘을 다 쓸 수는 없지 않느냐.”좋은 소리도 두 번 세 번 하면 듣기 싫다. 하물며 사람이 죽은 일을 100일 이상 꾸준히 말하고 있으니 이젠 진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 사람이 죽으면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는 말도 동시에 시작된다. 언제까지 세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자식이 있는 부모한테 “당신의 자식이 죽었다면 어떨 것 같은가?”하고 묻는다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크게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른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재수 없다’고 욕을 먹거나 한 대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 혹시 말이 씨가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실은 나부터 그런 생각이 든다. 두려움 또는 슬픔의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귀를 막아 버리고 싶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들이 꽤 많다. 이들 역시 ‘내 자식이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임진왜란 초기에 충주 탄금대에서 전사한 인물이 있다. 신립(申砬, 1546-1592)이 그 주인공이다. 신립은 왜군의 전력을 무시했고 무리하게 배수진을 쳤다가 패한 무능한 장수로 알려져 있다. 따지고 보면 이 패배는 조선 정부의 허술한 국방정책에 원인이 있지만, 어쨌든 결과가 좋지 않았으므로 신립은 두고두고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다보니 신립을 소재로 한 몇 가지 전설도 생기게 됐다. 그 중 하나가 신립은 ‘귀신’ 때문에 패했다는 이야기다.신립이 젊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신립은 산 속에서 사냥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옛날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에 조간자(趙簡子)라는 재상이 있었다. 조간자는 자신이 총애하는 신하 폐해(嬖奚)에게 왕량(王良)이라는 유능한 마부를 소개해 주고는 둘이서 사냥을 하게 했다. 폐해는 기대에 부풀었다. 왕량이 사냥감 쪽으로 마차를 몰면 함께 타고 있던 폐해는 화살을 쏘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하루 종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폐해는 크게 실망해서 조간자에게 돌아와서 보고했다.“정말 형편없는 마부였습니다.”이 말은 왕량에게 전해졌다. 왕량은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나는 6개월 방위출신이라, 신병교육대 1개월을 빼고 나머지 5개월 동안 입영과 탈영을 반복했다. ○○사단으로 출퇴근을 했는데, 같은 중대 동기가 진짜 탈영을 했다. 중대가 뒤집어졌다. 나를 포함한 동기들은 헌병대에 불려가서 이런저런 조사를 받았다.“그 병사 여자 친구 있냐.”“성격은 어떠냐.”“상급자가 괴롭히지는 않았느냐.”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중에서 세 번째 질문에 참 대답하기 어려웠다. 사람마다 ‘괴롭힌다’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시콜콜 말할 수 없었고, 아무리 빨리 제대할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나는 대학에서 교양한문을 강의하고 있다. 가끔씩 옛 사람들의 글을 읽다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해서 설명할 때 조금 애를 먹는다. 요즘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사랑받는데 ‘말을 많이 하지 말라’고 한다. 스펙을 쌓아야 하는 사람한테 ‘자신의 내면 수양을 위한 공부를 하라’고 한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사람한테 ‘복숭아나무 자두나무는 거기 있다고 말하지 않지만 그 아래에 자연스레 길이 생긴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긴 한데 아무래도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들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6·4 지방선거는 실종자를 제외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49재 다음날 치러졌다.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선거에 임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확실히 여당에게는 악재임이 틀림없었다. 때문에 국민들, 특히 야권지지자들은 선거를 통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고자 했다. “한 명도 살리지 못한 사람들에게 한 표도 주지 말자”고 외치며 야권의 결집을 도모했다. 위기감을 느낀 여권에서는 유력한 국회의원들이 모두 나서서 ‘도와주세요’라는 표어를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읍소를 하는 전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동국대학교 한문학과에 재직하시다 은퇴하신 배상현 선생님, 대학시절 나의 은사님이다. 81세의 고령이신데도 식사하실 때와 주무실 때, 운동하실 때를 제외하면 손에서 책이 떠나는 시간이 없다. 예전 에서 ‘한국의 독서광을 찾아서’ 라는 제목으로 기획 연재를 했었는데 바로 이 독서광에 선정 되신 분이다. 가구점에서 막일을 하면서 학비를 벌어 대학을 졸업했고, 이후 교사가 되셨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가난해서 상급과정으로 진학을 못하셨다고 한다. 그나마 혼자면 괜찮은데 동생들까지 모두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