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민영화 해법 토론회...해운 경기 등 고난도 함수 머리 맞대

한국해양기자협회는 18일 서울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선의 민영화 해법은’을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투데이신문
18일 서울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선의 민영화 해법은’을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국내 유일 국적선사인 HMM 매각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나왔다. 

HMM보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인수 대상 기업들이 제대로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이번 매각에 나선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가 영구채 매각에 대한 불확실한 단서를 달면서 인수전 외양이 좁아지고 공공의 이익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양기자협회는 18일 서울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선의 민영화 해법은’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를 좌장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국장 △HMM 이용백 전 대외협력실장 △한진해운 김종현 전 컨테이너선 운영본부장 △성결대학교 한종길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HMM 이기호 육상노조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현재 HMM 입찰에 참여한 회사는 동원·하림·LX 그룹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실사가 마무리되면 11월 중 본입찰을 실시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올해 안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민영화 필요하나, 운영할 수 있는 회사가 맡아야

참석자들은 대체로 HMM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에 매각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사실상 현재 매입 주체로 거론되는 그룹들이 HMM 운영에 적절하지 않다는 시선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성결대학교 한종길 교수는 “HMM은 민영화는 맞다”면서도 “다만, 운영 능력을 가진 기업에 돌아가야 한다”라고 전제했다. 해운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한 교수는 현재 매각 시기가 “좋은 타이밍은 아니”라고 봤다.

최근 국내외 요인과 함께 세계 해운 경기 흐름을 전제로 매각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교수는 “HMM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현재 해운 경기를 생각했을 때 과연 HMM을 매각할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교수는 “지금 사겠다는 회사들은 이런 급변하는 환경에 재무적 안전성을 가지고 지속적 투자를 하면서 다음 해운경기 회복기인 6년 뒤까지 지속가능한 재무적 안전성을 갖출 수 있는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현재 HMM 입찰에 뛰어든 3사는 HMM보다 재무적 능력이 낮은 상황이다. EU의 영향으로 현재 초대형 선사를 중심으로 얼라이언스 체제가 변화하고 환경 규제가 심해지는 상황도 후에 HMM 경영에 악재가 될 전망이므로 이런 대내외 환경에서도 경영을 이끌어 갈 만한 회사가 HMM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다.  

민영화를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HMM 김종현 전 본부장은 “현재의 HMM은 정부 도움과 코로나19 특수 등으로 경쟁력을 갖췄는데 이런 호황은 아마 향후에도 없을 것”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HMM이 스스로 견뎌낼 수 있는 힘은 없다”고 진단했다.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우려다.

공기업 관리 하에서는 급변하는 환경 적응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U의 글로벌 선사 4곳의 선복량 TEU가 400만인 것과 견줘 HMM은 80만TEU에 불과하다”면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본을 가진 회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만약 입찰 회사가 장기 플랜을 세우지 않는다면, (반대)의견을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MM 이용백 전 대외협력실장 또한 “조 단위 금액이 필요한 항만 투자 등 거대 투자를 이룰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면서 “HMM인수 논의는 재검토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영구채 불확실성 해결해야 

영구채의 불확실성부터 해결해야 제대로 된 입찰이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HMM 이기호 육상노조위원장은 “현재 매각 절차를 보면 그 대상이 불분명하다. 입찰 공고에는 4억주를 입찰 대상으로 올렸는데 최종 물량은 변동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라며 “이는 심각한 하자로, 그 결과가 현재의 예비입찰 후보자 그룹”이라고 직격했다.

현재 HMM 매각 공고문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현재 보유한 1억9000만주와 1조원 가량의 영구채를 주식 2억주로 신주 전환해 약 3억3900만주를 매각할 예정이다. 그런데 공고문에는 대상 주식의 수량이 최종입찰 시점에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도 달려있다.

그는 “정부가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은이 영구채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매각을 띄워 피해를 보는 주주들이 많고 적절한 입찰 기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국장 또한 “HMM의 경우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 산은이 전환주식에 매몰돼 플레이를 하다보니 HMM 주가가 하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은이 영구채 전환방침으로 되려 배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산은이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HMM 이용백 전 대외협력실장은 영구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보다 큰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확실한 답이 나와야 현대나 포스코 등 운영에 적합한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찰이 유찰로 이어질 경우 다음 입찰에선 정부가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관·외 지배구조도 생각해 봐야

다음 입찰에서 내놓을 수 있는 지배구조 방안 또한 제안했다. 성결대학교 한종길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독일 하파크로이트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 회사의 경우 2대 주주가 함부르크시”라면서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 시에서 지분을 40% 정도까지 늘리고, 다시 사정이 좋아지면 지분을 20% 정도로 줄이며 경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고, 아랍 국가도 지분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교수는 “이런 지배구조를 참고해 우리도 부산항만공사 등 공기관이 일정 지분을 갖고, 여기에 외국 자본까지 참여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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