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고(故) 김의진씨 母 임현주씨 편지 낭독
1년 전 아들이 입고 나선 모자·점퍼 차림
윤석열 대통령은 추모대회 불참 고수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영정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영정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사랑하는 김의진! 어떻게 너 없는 365일을 버텨온 걸까?”

29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추모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서울광장은 울먹이는 유가족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추모대회에서 고(故) 김의진씨의 어머니 임현주씨는 1년 전 이태원으로 향하던 아들 의진씨가 착용했던 모자와 점퍼를 그대로 입고 왔다며 편지를 낭독했다.

임씨는 “나의 전부였던 의진아, 너를 아낌없이 사랑했지만 나중이라는 기회가 있을 줄 알고 고이고이 묻어뒀던 시간과 사랑이 있었다”고 눈물지었다. 관중석에서도 이따금씩 코 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그렇게 빛나고 소중했던 159개의 우주가 국가의 부재와 시스템의 붕괴로 어처구니없는 희생을 당했다”며 “5.5평 좁은 공간에 300여명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그대로 서서 아무런 구조도 받지 못한 채 희생양이 됐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임현주씨가 아들 고(故) 김의진씨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nbsp;ⓒ투데이신문<br>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임현주씨가 아들 고(故) 김의진씨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임씨는 “너의 억울한 희생의 진실을 알고자 부단히 노력하던 중 현장영상물을 보게 된 엄마는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며 “영안실에서 만나는 데 15시간이나 걸렸다는 게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묻고 싶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안전하냐”며 “참사의 진상이 합리적으로 규명되고, 거기에 대응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유족도 희생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고(故) 안민형씨의 누나 안모씨는 “너의 짧은 생이 너무 아쉽다”며 “네 삶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면 좋은 영향력을 더 펼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언급했다.

안씨는 또 “평생 네게 미안해하며 이 삶을 살아갈 것”이라며 “고통과 같은 감정은 내가 짊어지고 살아갈 테니 부디 그곳에서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손팻말을 쥐고 있다. ⓒ투데이신문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손팻말을 쥐고 있다. ⓒ투데이신문

아울러 이날 추모대회는 오후 2시께 사전행사로 4대 종교(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기도회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시작으로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과 서울역을 지나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까지의 행진을 진행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이 추모대회에 함께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추도 예배에서 윤 대통령은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면서도 해당 대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실은 야4당이 주도하는 ‘정치 집회’로 보인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의 불참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가 재차 “시민추모대회는 정치의 공간이 아니”라며 “유가족의 옆자리를 비워두겠다”는 입장을 냈으나, 끝내 옆자리는 채워지지 못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추모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추모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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