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등 비닐봉지 사용도 계도기간 연장
환경단체 “사회적 혼란 생길 것…유지 필요”
자영업계 환영…“소비자 인식변화 우선돼야”

서울 소재 모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소재 모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식당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사용에 대한 단속도 무기한 연기했다.

환경부는 7일 브리핑을 열고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식품접객업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조처에 대해서도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 조치했다.

앞서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 증가에 따른 환경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조치를 시행했고, 지난 2019년에는 대형매장 내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했다.

지난 2021년 말에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해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시행했다. 개정에 따라 식당, 카페 등에서의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의 사용이 제한됐으며, 면적 33㎡ 이하 매장을 제외한 편의점과 제과점 등에서도 비닐봉지 판매를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당시 환경부는 개정된 시행규칙을 곧바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던 중 소상공인 등의 부담을 고려해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이 같은 계도기간에 규제 이행 가능성을 점검해 본 결과,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제일 이행하기 어려운 조처로 파악됐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임상준 차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1년간의 계도기간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며 “원가상승, 고물가·고금리에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분들에게 이 규제로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컵 사용 금지에 대해서는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 등 매장에서는 다회용 컵을 세척할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났다”며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해외각국은 폐기물 감량의 효과 등을 고려해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일회용품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환경부는 종이컵 금지 대안으로 다회용 컵 지속 권장과 재활용 확대를 제시했다. 

플라스틱 빨대 금지에 대해 임 차관은 대체품인 종이빨대의 가격이 3배 가까이 비싼데도 소비자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은 물론 규정을 지키려고 하는 매장은 고객과의 갈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등 금지 계도기간 종료 시점에 대해서는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될 때 끝낼 것이며, 대체품 시장 상황과 국제사회 동향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 제과점업 내 비닐봉지 사용 금지 조처의 계도기간도 연장했다. 임 차관은 “비닐봉투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신 덕분에 상당 부분 정착되고 있다”며 “앞으로 과태료 부과보다는 이를 생활문화로 정착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임상준 차관이 7일 세종시 정부종청사에서 일회용품 규제 조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환경부 임상준 차관이 7일 세종시 정부종청사에서 일회용품 규제 조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상반된 반응 보인 시민사회

이 같은 환경부의 발표에 환경단체 등에서는 환경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소상공인 등 업계에서는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경제적 부담이 해소됐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종이컵 사용량은 연간 166억개로 추정되고, 소비량은 오는 2024년까지 연평균 6%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대형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종이컵의 회수비율은 약 15%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독일, 유럽은 한국의 우수한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 우수하다고 하는 우리나라 폐기물 정책이 후퇴하는 것에 매우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단체에서는 환경부의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는 같은 날 논평에서 “이번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인력난·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사업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적으로 규제할 경우 △비싼 가격의 생분해성 제품 사용에 따른 비용 증가 △세척시설 설치나 직원 추가 고용에 따른 추가 지출 △생분해성 제품의 품질 불만족에 따른 소비자 항의 및 매출 저하 등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공연의 입장이다.

이들은 “환경규제는 소상공인과 함께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도 함께 보조를 맞춰 가야 정책의 취지에 따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이번 계도기간의 연장을 통해 소상공인의 부담과 소비자의 불편을 덜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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