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서 기자회견 중 경찰 체포 이뤄져
전장연 “휠체어 강제로 옮기며 폭력적 연행”
경찰 “박 대표 스스로 떨어진 것” 반박 나서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시민 불복종 지하철 행동 원천봉쇄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시민 불복종 지하철 행동 원천봉쇄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원천 봉쇄 방침을 내놓은지 하루 만에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시위 중에 경찰에 체포됐다.

전장연은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폭력적, 강제적으로 연행해 박 대표가 부상을 입었다며 반발에 나섰다.

24일 전장연 등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오전 8시 50분경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던 박 대표를 퇴거불응·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이날 전장연은 지하철 역사 시위를 막기 위해 역사 진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공사의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장연 시민불복종 지하철 행동에 대한 ‘역사 진입 원천 봉쇄는 불법적”이라며 “헌법과 교통약자법에 명시된 권리를 부정하는 장애인 이동권 원천 봉쇄다”고 했다.

앞서 지난 23일 공사는 지하철 시위를 원천 봉쇄하는 강경 대응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사가 내놓은 3단계 대응책은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 개폐 중단 등 승차 제한 △모든 불법행위에 법적 조치 등이다.

경찰의 연행 과정에서 박 대표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이에 오전 9시 5분경 혜화역 앞에서 구급차를 타고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이날 전장연은 비폭력·불복종운동으로서 지하철 탑승은 하지 않고 경찰이나 공사와 마찰 없이 기자회견만 진행했다”며 “하지만 공사의 경고 방송 후 경찰은 불필요하게 박 대표를 강제로 불법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폭력적인 연행이 아니라 퇴거 조치를 취했으면 되는 일”이라며 “하지만 경찰은 박 대표의 휠체어를 강제로 옮기며 연행했고 이 과정에서 박경석 대표가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박 대표의 팔과 발이 꺾였으며 목염좌와 온몸의 타박상을 입고 욕창부위가 찬바닥에 끌려 욕창이 악화됐다는 것이 전장연의 입장이다.

전장연은 “폭력적이고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건 경찰”이라며 “서울시·공사·경찰은 시민이 부여한 국가권력을 남용하며 반대로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고 폭력과 불법을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하고 박경석 대표 구금 해제 등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경찰 측은 휠체어를 끌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박 대표가 스스로 떨어졌다고 반박한 상태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진행된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시민 불복종 지하철 행동 원천봉쇄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 중 경찰에 연행 당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쓰러진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진행된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시민 불복종 지하철 행동 원천봉쇄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 중 경찰에 연행 당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쓰러진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이들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 등을 촉구하며 서울 지하철에서 시위를 진행해 왔다. 이들은 지난 9월 25일 2호선 시청역에서 전개한 시위 이후 약 두 달만인 지난 20일부터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특별교통수단 3350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현장에서 연행 과정을 지켜봤던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는 경찰의 체포 과정이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면 도주 우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해당 사항 없이 평화롭게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데 난입했다”며 “경찰은 발언 중인 박 대표를 방패를 에워싼 뒤 강제 연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하반신 마비인 박 대표를 돕던 활동보조인을 밀어내는 것은 물론 빨리 내보내겠다는 생각만으로 끌어내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그 과정에서 경찰은 박 대표의 지속적인 고통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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