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지연’ 아닌 ‘탑승’ 시위만 할 것”
출·퇴근길 모두 진행…경찰 및 시민 충돌 우려도
노숙 농성 주장에 “오보…1박2일 행진 진행 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하차장에서 휴전상태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연착투쟁' 행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하차장에서 휴전상태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연착투쟁' 행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오는 9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상정될 때까지 지하철 지연 시위를 멈추겠다고 선언했다.

전장연은 지난 29일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휴전상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동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장연은 “2024년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 중 특별교통수단 예산만이라도 반영해 달라고 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특별교통수단 예산으로 3350억원을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며 향후 지하철 탑승 계획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오는 9월 정부 예산안이 올라갈 때까지는 연착 투쟁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저희들의 목소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출근길뿐만 아니라 시시때때로 지하철에 탑승해 선전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팻말을 목에 걸고 지하철을 탑승하려다가, 제지에 나선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 오후 1시경에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으로 이동해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 등을 요구하는 ‘1박2일 전동행진’을 진행했다. 오후 5시경부터는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구 공덕동까지 2개 차로를 점거한 뒤 행진해 교통 정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행진을 마치고 다시 여의도로 돌아와 야간 문화제를 개최했다.

출·퇴근길 선전전 예고

전장연은 지연 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 지하철을 탑승하며 오후 퇴근길에도 선전전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0일 오전 전장연은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당산역 구간을 오가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이 공언한 만큼, 이전처럼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닌 각 열차 출입문마다 5~6명씩 나눠 탑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열차 안에서 박 대표는 “앞서 47차례 진행했던 출근길 지하철 연착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각 출입문마다 휠체어 2대씩 최대한 빨리 탑승하는 방식으로 선전전을 이어나가겠다”며 “인간의 존엄을 누리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비폭력·불복종’ 운동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대한민국 사회를 바꾸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적법 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헌법에 명시된 권리부터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지하철 선전전은 매일 할 것”이라며 “오후 시간과 퇴근길에도 지하철에 탑승하면서 선전전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전관리를 위해 배치된 경찰 기동대원도 4~5명씩 참가자들을 따라 지하철에 탑승했다. 이로 인해 휠체어를 타거나 대형 피켓을 들고 있는 전장연 활동가, 경찰, 시민들이 섞이며 열차 안이 혼잡해지기도 했다. 별다른 열차 지연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13일 서울 시청역 승강장에서 보조금 유용 서울시 공개 질의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 결과 공개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13일 서울 시청역 승강장에서 보조금 유용 서울시 공개 질의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 결과 공개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노숙 농성’ 보도에 반발

앞서 여러 언론을 통해 전장연이 전날 밤부터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 역사 안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전부터 일부 전장연 활동가들은 국회의사당역에 현수막, 텐트 등을 설치한 채 노숙 농성을 이어온 상태였다. 

이에 더해 전장연 활동가 100여명이 합류해 전날 오후 10시경부터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역사 내에서 돗자리 등을 깔고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노숙 농성 보도는 오보”라며 “전장연은 현재 예정된 ‘T4철폐 1박2일 전동행진’을 진행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지하철 탑승 시위에서도 전장연 측은 매체 보도를 거명하며 잘못된 보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전장연은 전날부터 국가가 예산의 논리로 박탈해온 장애인의 시민권을 보장하도록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장애인권리예산·입법을 촉구하며 ‘T4철폐 1박2일 전동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진을 통해 이들은 정부에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독립적인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권리를 생산하는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지원특별법 제정 △발달장애인법 전부 개정 △특수교육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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