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안정적 주거를 위한 예산의 역할’ 국회토론회
100조원 넘게 몸집 키운 주택도시기금, 집행률은 저조해
“공공임대주택, 부채인 동시에 투자 성격 강한 미래 자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주거공익법제포럼, bkl 재단법인 동천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회 주거공익법제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주거공익법제포럼, bkl 재단법인 동천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회 주거공익법제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주택도시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껏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정책당국의 의지가 부족하지 않았냐는 해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주거공익법제포럼, bkl 재단법인 동천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위한 예산의 역할’을 주제로 제1회 주거공익법제포럼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주택도시기금을 중심으로 주거정책 예산의 현황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택도시기금은 지난 1981년 국민주택기금으로 출발해 현재는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 동법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은 주택건설에 대한 출자 또는 융자, 기관, 기금, 특별회계에 대한 출자·출연 또는 융자, 임대주택 및 공공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증권 매입 등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지난해 기금운융실적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 중인 68개 기금 중 3번째(108조원)로 규모가 큰 기금이다. 

서울시립대학교 박준 교수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서울토지주택공사(이하 SH) 등의 공급자와 정부의 재정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면 공공주택을 양적 및 질적으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주택 공급 확대는 재원부족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2012년 45조4000억원이던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10년이 지난 2021년 결산 기준 116조9000억원으로 157% 상승했다”라며 “청약저축, 국민주택채권, 예치금 회수가 모두 증가해 기금조성액과 공공주택사업 지원여력이 이전에 비해 현저히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생액의 지속적인 성장에 비해 직접사업비는 더디게 늘고 있다. 116조9000억원 중 약 47.3%인 55조3000억원이 사업에 투입되지 않고 남았다”라며 “주택도시기금이 주거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성 기금임을 감안하면 이는 정책의지 부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주거공익법제포럼, bkl 재단법인 동천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회 주거공익법제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주거공익법제포럼, bkl 재단법인 동천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회 주거공익법제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주택도시기금 자산 중 투자유가증권은 여유자금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2015년 47조2000억원에서 2021년 79조9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주택청약저축 해지로 인한 지급 등 유사시에 대비한 적정유동성 차원으로 보기에는 과도한 규모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 교수는 “주택도시기금은 기금 자체를 키우는 것이 주요 목표인 타기금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업목적성 기금”이라며 “주거복지 증진을 위한 공공주택 확보에 주택도시기금의 적극적인 투입이 필요하며 주무부처의 강력한 정책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듭 “지금조성 규모 및 잉여자금 규모에 비춰볼 때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재원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도시연구소 홍정훈 연구원은 윤석열정부의 주택도시기금 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홍 연구원은 “지난해 통합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거의 추진되지 않아 초기계획 대비 집행률이 융자·출자 예산 모두 20% 내외에 그친 반면, 이차보전지원 예산은 초기계획 대비 30% 가량 증액해 추진했다”라며 “공공임대 입주를 희망하는 계층의 요구를 외면한 것과 다름없다. 이와 같은 기금운용 행태는 법률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재단법인 동천 이희숙 변호사는 “(주택도시기금의)여유자금이 어떤 해는 전체 운영규모의 50%를 넘기도 한다. 지난해는 여유자금이 17% 비율이었으나 올해는 여유자금 비율이 28%로 10%p나 증가했다”라며 “여유자금의 범위에 대한 법적 제한은 없으나 기금 사업의 안정성에 필수적인 범위 내에서 활용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여유자금 운영성과를 보면 2022년도에 3.58%의 손실이 있었다. 여유자금은 손실 가능성이 있어 기금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 장경석 입법조사관은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조달 측면에서 청약저축, 국미주택채권 등 단기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는 재원들이 많아 보다 규모있게 자금을 쓰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도시기금이 예산분류상 사회복지예산으로 분류돼 이 자금을 적극적으로 쓰게 되면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기획재정부의 ‘총지출한도’의 범위 내에서 기금을 활용해야 하기에 연간 기금예산의 활용 폭도 제약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주거공익법제포럼, bkl 재단법인 동천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회 주거공익법제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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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LH 토지주택연구원 진미윤 정책지원단장은 “공공임대주택은 시장 공급이 어려운 비수익성 정책 사업으로 임대주택은 1채가 늘때마다 부채도 증가하는 특성으로 손해보는 사업, 기피해야 할 사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임대료 인상은 어려운 반면, 물가인상이나 금리변동 등의 리스크는 오롯이 공급자 몫이다”라고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선 ▲재정 성과 평가 보고서 발간 ▲공공임대주택 실태조사 정례화 ▲운영관리 합리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 ▲영구임대주택 임대료 현실화 등을 개선과제로 제안했다.

이어 진 단장은 “공공임대주택은 부채이기도 하지만 자산이기도 하다”라며 “LH의 부채는 공공임대주택 관련 부채가 절반 가량을 차지하지만 동시에 LH 자산의 절반 이상이 공공임대주택 자산”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의 재정 지원은 소비적이라기보다 투자적 성격이 강한 미래 자산”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의 역할과 역량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SH도시연구원 김지은 박사는 공공임대주택에 부과되는 보유세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박사는 “지난해 SH에 부과된 재산세의 60%, 종합부동산세의 77%는 공사 보유 공공임대주택에 부과됐다. 보유세 합계는 697억원에 달하며 이는 임대료 수입의 46%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공공주택사업자의 임대주택 보유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임에도 다주택자와 동일한 기준의 누진세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문제를 짚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 이광재 사무총장이 참석해 여러 제안을 하며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이 사무총장은 “땅값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법을 찾지 않으면 이 비싼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할 방법이 없다”라며 “대학교 학교용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하고 지분형 주택 도입 같은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회입법조사처, 주거공익법제포럼, bkl 재단법인 동천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1회 주거공익법제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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