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PF대출 보증규모 확대 등 발표
가을철 아파트 분양 추이 관건…집값 자극 등 부작용 우려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김주현 위원장(왼쪽),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오른쪽)과 함께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김주현 위원장(왼쪽),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오른쪽)과 함께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 향후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단기간 내 공급 활성화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올 가을 아파트 분양 추이가 관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대규모 공급정책이 다시 집값을 자극해 투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석연휴 직전 내놓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모습이다. 부동산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공공주택 12만호를 추가 공급하고 민간의 대기물량은 조속히 재개되도록 견인하는 내용의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나온 방안을 보면 우선 공공은 수도권 신도시(3만호), 신규택지(8만5000호), 민간 물량 공공전환(5000호) 등을 통해 12만호 수준의 물량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이어 민간은 적체된 인허가 및 착공 대기물량이 조속히 재개되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정상적인 사업장은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도록 충분한 공적보증과 정책·민간 금융기관의 금융공급을 제공하기로 했다. 비아파트의 건설자금은 지원하고 청약 무주택 간주 기준은 완화한다. 또, 도심정비사업의 공사비 분쟁에 대비한 절차 개선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는 민간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공공주택택지 전매제한을 한시적으로 1년간 완화하고 공공택지 공급 뒤 조기에 인허가를 받으면 신규 공공택지 공급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기존 분양사업을 임대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국회와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실거주의무 폐지 ▲민간도심복합사업 도입 ▲1기 신도시 특별법 등과 관련한 법률 제·개정에 대해 적극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PF대출 보증 규모는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고 보증의 대출한도도 전체 사업비의 50%에서 70%까지 확대해 사업자의 자금 확보를 지원한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지난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요인의 영향을 국내 정책으로 상쇄하는데는 한계가 있는 시기”라며 “(정부 대책이)시장활성화와 주택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민간사업은 사업성이 핵심인데 지금까지 미착공한 택지를 이제 와서 서둘러 착공할 이유가 적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시장은 영원한 호황도, 영원한 불황도 없다. 지금은 시장 상황이 바뀔 때를 준비하는 시기로 미리 여러 규제요인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원 강화는 시기적으로 문제가 된 우량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해야지 부실사업장까지 무차별로 지원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처시팀장은 “규제 정상화나 정비사업 절차 개선, 비아파트 규제개선 등은 국회 논의가 필요해 다소 긴 호흡에서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의 공급 지표 축소 이슈를 해소하려면 단기적으로 공공의 적극적인 물량 확대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다만 윤 팀장 역시 “PF 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만큼 금융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요층들의 공급 축소 인식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4분기부터 거래량과 청약경쟁률, 가격지표에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은 4일 이달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이 57개 단지, 4만5824세대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월(3만802세대) 대비 49% 늘어난 물량이다. 직방은 “수도권 내 분양시장 분위기가 개선된 상태라 자금력과 사업 추진의지가 있는 시행사와 시공사 위주로 알짜 공공택지를 매입해 주택공급에 나설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직방이 지난달 1일 조사한 9월 분양예정물량 3만2345세대 중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1만4553세대에 그쳐 공급실적률이 불과 45% 수준으로 집계된 바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7일 발표한 전국아파트분양전망지수가 전달인 8월보다 10.6포인트 하락한 90.2를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다시 사그라들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공급중심 대책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고 “전임 정부는 임기 말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급정책을 제시했지만 아직 한 채의 주택도 내놓지 못했다. 그럼에도 집값침체가 계속되는데 이는 공급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대규모 공급정책을 밀어붙이면 집값을 자극하고 투기심리를 조장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공공택지 전매완화 조치에 대해서는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공공택지 벌떼입찰로 성장한 건설사를 비난하며 근절의지를 보인 바 있는데 불과 몇 달 만에 전매를 완화시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로 정부의 불법 근절 의지마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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