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넥슨 ‘메이플스토리’에서 시작된 남성혐오 표현 관련 논란이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넥슨은 물론 타사의 주요 라이브 게임을 비롯해 중소 개발사들까지도 전수조사에 나섰으며, 심지어는 게임 외의 영역으로까지 퍼져나간 상태다.

불길처럼 이리저리 번져나가고 있기는 하나, 사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꽤 간단하다. 기업의 제품에 ‘하자’가 발견돼 고객의 항의가 들어왔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인지 확인해보니 외주 제작사 납품 단계였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누군가에 대한 혐오의 의미가 담긴 표현이었기에 사건의 중대성이 과장되고 여러 논란이 파생됐을 뿐, 고객이 불편을 겪은 부분을 시정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처사다.

관련해 한 유명 디렉터는 자사의 입장을 표명하며 “교체를 안 할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에 교체 작업을 진행한다”고 표현했다. 설령 혐오 등 불순한 의도 없이 제작된 결과물이라고 해도, 게임 내용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면 고객의 불편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교체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본질이 여러 요소들로 인해 흐려지면서, 너무 많은 사회적 자원이 소모되고 있다. 논란이 된 애니메이션의 작업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외주 제작사와의 진실공방이 이어지는가 하면, ‘사상검증’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하며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를 둘러싸고 민주노총과 넥슨 노조 간 갈등까지 일어나는 등 노동계 역시도 이에 휘말린 상태다.

게임계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이 같은 갈등은 사실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성별, 연령 등 서로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하고 있는 시대적 배경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증오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연대와 공감의 정서도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현실이다.

첨예한 갈등이 한 집단의 발전을 촉진하는데 필요한 성장통이라면, 비록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또 다른 증오만을 낳는 소모적 논쟁은 분열만을 야기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혐오를 근거로 또 다른 혐오를 정당화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될 뿐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게이머들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들고 일어섰다. 지난 2일 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가 푸르메재단과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각자의 기부 내역을 인증하는 릴레이가 펼쳐진 것이다. 혐오를 혐오로 되갚기보다는 선행으로 아픈 아동들을 돕자는 취지로, 이에 공감한 타 게임 이용자들이 대거 동참하며 푸르메재단 사이트가 일시적인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행동을 폄훼하고 왜곡하기도 하지만, 이용자들은 오히려 일시후원이 아닌 정기후원으로 바꿔 진행하는 등 기부 규모를 키우는 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T1 팬들에 이어 ‘밈(Meme)’처럼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선행 릴레이는 혐오로 얼룩진 인터넷 문화의 혁신 가능성을 보여준다. 감정을 소모해가며 타인을 비방하고 깎아내리는 대신, 선행을 통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다. 계속된 갈등 속에 냉랭해진 우리 사회의 온도가 조금은 따뜻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아가 ‘선한 영향력’에 대한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확인하고, 함께 행동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 나가는 등의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공감과 연대의 정서를 회복하는 선순환 작용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