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파고드는 신종 수법에 부담 커지는 보증기관들 한숨만
사기 방지 위해 임대인 보증금 상환 능력 판별할 별도 기관 있어야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서울, 인천, 수원,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빌라왕 사태발’ 대규모 전세사기가 속출하고 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기만 하면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주거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전세보증 상품 취급 공공기관들이 전세사기 사각지대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공공기관들의 업무 진행 방식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다만 현행 제도상 모든 필터링 책임과 손실을 감수하라는 지적이 공공기관에 과도하게 쏠리고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제도 개편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 있는 임대사업자 관리·감독 등에 대한 주문이 제기된다.

정부 정책 따른 보증 확대, 사고 증가로 부메랑처럼 돌아와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분위기 조성에 따라 보증·금융기관이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보증·대출에 나서 문제가 커졌다는 점은 이번 전세사기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1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수도권 7억원, 비수도권 5억원으로 확대하면서 공적 재원이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에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반환보증을 이용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를 키우고, 그 책임은 세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전세자금대출은 임차인이 은행(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하고 보증기관에 보증서 발급을 신청하는 구조로 실행된다. 문제는 보증기관과 은행 모두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심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자금보증은 주택의 임차를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을 때 금융기관이 담보를 요구할 경우 담보로 이용하는 신용보증상품이다. 보증기관이 은행에 보증서를 발급하면 은행은 임차인이 신청한 대출을 실행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박효주 간사는 “전세금이 최근 많이 오르면서 정부가 전세 대출을 용이하게 해줬고 그 전세 대출에 대한 보증을 통해서 은행이 대출했기에 피해를 키웠다”고 짚었다. 보증 기관은 정부 정책을 보좌해야 한다는 기류에 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기금을 통해 출연하기에 이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집행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은행은 사고가 나도 보증기관에서 돈을 되돌려받을 수 있기에 엄격한 위험 관리를 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전세자금대출 신청자를 위해 운용하는 일반전세자금보증(전세금안심대출보증)의 경우 기본 보증 한도는 보증금의 80%이며 상환 능력과 신용평가 결과에 따라 낮아지기도 하지만 보증서를 발급하는 보증기관은 물론 은행도 임차인이 대출 보증을 신청한 집의 권리관계에 관해서만 확인할 뿐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심사하지 않는 게 관행으로 돼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전세 자금 보증을 확대하는 등 방향성이 주어진다면 이에 수반해 부동산 하락 상황에 대비한 상환 능력 심사 등을 병행하는 것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분양·임대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분양·임대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등록임대사업자 놀이터 된 보증제도, 사업자 관리 감독 강화 선행돼야

문제는 또 있다. 단순히 주택 하나 혹은 둘만 가진 생계형 전세 사례에서 보증 사고가 나는 외에 임대사업자들이 손쉽게 물건을 사들이고 세를 놓는 수단처럼 현행 제도가 들러리를 선다는 점이다.

HUG가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에 제출한 ‘등록임대사업자 보증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말까지 발생한 개인 임대사업자의 전세 보증사고는 총 22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건) 대비 무려 221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개인 임대사업자의 보증사고는 총 135건인데, 올 두 달 만에 전년 기록을 넘어섰다. 사고 금액은 올해 555억 원으로, 이 역시 지난해 1년 치 사고 금액인 321억원보다 72.9% 높은 수치다.

이런 두 문제를 종합하면, 전세금반환보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판별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한국도시연구소 홍종훈 연구원은 “임대사업자의 보증금 상환 능력이라는 것을 금융기관·보증기관·지자체가 같은 경우 파악하고 있었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기에 이런 전세사기·깡통 전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있어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판별할 수 있었다면 큰 피해가 예방됐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이라는 것을 금융기관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사실 지자체 같은 경우도 임대사업자 상환 능력 등을 파악하고 있었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렇듯 공인중개사가 공모하는 등 정말 마음 먹고 사기 치는 경우까지 모두 공적기관이 보호하라는 것은 과한 요구일 것”이라고 현재 보증기관에 과도한 비판이 쏠리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보증기관발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증보험 가입 여부 확인 시스템 마련과 등록임대주택 전반에 대한 보완을 할 계획이다.

홍기원 의원은 “임대차 계약 전 임대인의 정확한 정보 확인과 함께 전세 계약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동시에 심사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면서 “향후 더 큰 위험이 잠재된 만큼 등록임대주택 제도 전반의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로고 [사진제공=HUG]
주택도시보증공사 로고 [사진제공=HUG]

3대 보증기관, 서로 다른 구성에 쏠림현상 빚어져...피로현상 개선 필요

전세보증 상품을 취급하는 기관은 HUG와 HF, SGI서울보증보험 3곳이다. 이 중에서 HUG 김경선 주택도시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세금반환보증 사고특성 분석’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자 중 약 88%(지난 2021년 기준 )는 HUG 보증 상품을 이용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HUG 가입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HF의 경우 보증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선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다”며 “HF 보증료가 저렴했지만 연계된 상품에 가입해야 했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입하기 쉬운 HUG 상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짚는다.

실제로 HUG의 보증료율(현재 기준)은 아파트 기준 최대 연 0.128%, 단독·다중·다가구 기준 최대 0.154%였다. HF는 연 0.02%~0.04%의 보증률로 매우 저렴했지만 공사의 전세자금보증부 대출을 받아야 했다. SGI(현재 기준)는 아파트의 경우 0.183%, 기타주택은 0.208%로 각각 0.055%, 0.054% HUG가 저렴하다.

이에 따라 보증기관 중 HUG와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적절히 분산, 운용의 묘를 살려 국민 복리를 증진하는 것은 물론 기관별 선의의 경쟁과 적절한 업무 부담 나누기도 도모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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