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믿었지만 사기에 악용...보증기관 탓 대신 본질적 개선 고민 필요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br>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전국 곳곳을 휩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전세사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전세사기를 시도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 내고, 제도적 허점을 파고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제도를 운영하는 보증기관들을 원망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도의 공백과 미비점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예를 들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 거절 건수’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전세보증보험 가입 후 보험 지급 이행이 거절된 건수는 총 182건으로, 보증 금액 규모는 359억8300만원이다.

대표적인 거절 사유 중 1위는 사기 또는 허위의 전세계약이 87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기 또는 허위의 전세계약의 경우 보증요건을 충족할 목적으로 실제 계약 내용과 다른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대출 목적으로 실제 보증 금액보다 큰 금액의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를 말한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계약서가 위조돼 HUG에서 지급 거절하는 사례는 임차인도 알 수 없는 사정을 공적기관이 파악해서 담보하거나 아니면 사전에 파악할 의무까지 없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사기를 이유로 한 보증보험 취소와 대위변제 이행 거절 관련해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보증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부산에 있는 한 빌라 8세대 세입자들은 지난 8월 HUG로부터 임대보증금보증 신청 취소를 안내받았다. 199세대의 빌라를 소유한 임대인이 HUG에 허위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돼 보증보험이 해지됐다. 임대인은 계약이 끝난 일부 세대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잠적했다.

해당 임대인이 소유한 건물 모두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지난 8월 말 4개 건물 중 3개 건물의 보증보험이 일괄 취소됐다. 전체세대에 허위서류가 아닌 일부 세대의 허위서류로 인해 공동담보로 묶여있던 정상 계약 세대까지 보증 취소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HUG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볼 수는 없다. 이 같은 일괄취소 문제에 대해 HUG 측도 고심했지만 한계상 손을 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HUG 관계자는 “당초 개별 세대로 평가를 해서 보증을 했었는데 임대인측에서 법적 의무사항이라 가입하는 것이고 본인들 건물 전체 가치로 평가하면 가입할 수 있는데 못하게 막느냐고 반발이 있어 전물 전체 평가로 방법을 바꾼 것”이라며 “저희 입장에서는 개별 세대에 대해 기존처럼 세대별로 평가해서 보증하면 되지만 임대인측 반발도 만만치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이제 정부에서 예측하지 못한 허점과 사각지대를 파악해 제도 개선과 구제 방안 마련 노력이 필요하다.

위 부산 사례처럼 다량의 주택을 보유한 임대인 한 사람이 수백 채를 공동담보로 보증받고, 또 그 한계를 비웃으며 잠적한 뒤에 원망은 애꿎은 보증기관에 쏟아지는 일이 없도록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하고 보급 발급 과정에서 임대사업자의 재무능력과 보증금 변제능력이 충분한지 꼼꼼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재 존재하는 주택사업자의 보증금 반환보증 의무가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임대사업자는 임대차계약을 체결 혹은 변경할 경우 3개월 이내에 임대주택 소재지 관할 지자체에 신고를 해야한다. 하지만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은 임대사업자들이 수두룩해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가 전세사기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 10월 발표한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 가구 실태조사 및 피해 회복과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등기부등본에 민간임대주택등기가 설정된 가구도 7.7%만 보증금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했을 뿐 92.3%는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자체 관리가 허술하다보니 그 허점을 틈타 수없는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법과 제도의 공백 속에서 하루하루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세사기가 복불복인 현실에서 내가, 가족이, 지인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널리 퍼져있다. 이제는 정부가 그 공포와 불안함을 제거해주고 법과 제도의 공백을 채워 주거 안정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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